IT기업 경영간섭 후 기술인력 10명 유인…계약직 여직원까지

▲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2003년경부터 2016년 6월까지 하도급 업무를 맡았던 한 중소IT업체는 원청인 삼성으로부터 인력 10명이 유인됐고, 지난 9월 업체 대표는 이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정보시스템업무를 삼성SDS에서 처리하는데 두 회사는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하도급업무를 맡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 한 IT협력업체의 핵심 기술인력을 연이어 빼내고, 10년 가까이 경영간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하도급 업무를 맡았던 한 중소 IT업체는 2003년경부터 2016년 6월까지 인력 10명이 유출됐고, 지난 9월 업체 대표는 삼성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정보시스템업무를 삼성SDS에서 처리하는데 두 회사는 같은 사무실에서 업무 및 하도급을 관리하고 있다.
 
피해업체 대표 박모 씨가 제출한 공정위 진술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정보시스템 관리자 이모 씨가 하청업체 대표 박모 씨에게 회사를 삼성전문협력업체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씨는 이를 빌미로 박씨 회사의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박씨 회사에 고문을 둔뒤 급여를 주도록 강요하고, 리베이트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이씨는 박씨에게 "직원 중 한명을 삼성에서 근무시켜 자리를 잡게 하면 전문협력업체가 된뒤 업무를 봐줄 수 있지 않겠냐"며 직원을 이직하도록 회유했다. 박씨는 이씨의 제안에 반신반의했지만, 이씨가 박씨의 삼성SDS 초년생시절부터 선배였다는 인연이 있었고, 반대로 거절했을 경우 당장 일감을 줄일까하는 우려에 이를 승낙했다. 박씨는 "직원이 원청인 삼성에서 일을 하면 하청업체 대표로서 갑을관계가 뒤바뀌어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일단 삼성이 직원을 흔들어 놓으면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일하기 힘들어진다”고 회고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용역업무을 맡았던 10여년 동안 박씨 회사에서는 총 10명의 직원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S 및 협력사로 빠져나갔다. 이 중 이씨가 대놓고 박씨의 직원 둘을 불러 ‘업무에서 실적이 좋은 사람을 스카웃해 가겠다’고 한 사례도 나왔다. 박씨는 "삼성의 업무를 맡으면 직원들이 삼성에 잘보이려 하는 심리가 생긴다"면서 "유감스럽게도 당시 경쟁자가 삼성으로 넘어가자 남은 직원은 회사를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또, 박씨가 디자인 인력이 필요해 여직원 한명을 고용했는데, 삼성엔지니어링은 여직원을 디자인 업무와 관련없는 부서로 회유해 데려갔다. 박씨는 "하청업체가 받는 매출과 여직원 급여를 비교해가며 (박씨를) ‘돈을 떼먹는’ 사장으로 모함했다”며 “삼성은 거짓으로 직원이 고용주에 불만을 가지게 한 뒤, 제발로 회사를 떠나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여직원을 타 부서 관계자가 임원의 비서로 눈여겨 봤던 것"이라는 후문을 덧붙였다.

한편, 삼성의 인력유출은 박씨가 삼성 사무실에 직원을 보내지 않고, 회사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하면서 멈췄고 박씨는 결국 삼성 업무에서 손을 뗐다. 애초 삼성엔지니어링 관리자였던 이씨가 제안했던 전문협력업체는 거짓이었고, 이 씨는 퇴직 후 (소유여부는 알 수 없는) 업체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고정인력을 운영하며 외부로부터 일감을 받는 삼성이나 전문협력업체와 달리 영세 IT기업이 가진 것이라곤 기술력이 전부”라며 “밤을 새워가며 가르쳐 직원을 키웠고, 삼성은 여지없이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하도급 문제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탈취는 보통 하도급업체로부터 기술 자체를 탈취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단순 인력이나 기술유출이 아닌 기술기업 자체를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력유출 사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변호사가 대응하고 있으며, 제소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고 답했고,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업무 중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SDS와는 관계가 없다" 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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