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청산으로 비쳐질까 선 긋지만 ‘교체 비율’ 결정 사실상 洪 몫

▲ 16일 오후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시장·군수·구청장 총회'에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참석한 홍준표 대표의 모습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복당으로 한 차례 술렁였던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비박 간 앙금이 채 식기도 전에 당무감사 결과가 또 다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당의 3대 혁신 중 먼저 인적혁신이 여러 논란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수준에서 어느 정도 매듭지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이어진 조직혁신에선 그 기준이 될 당무감사위원회의 당무감사 결과가 17일 최고위에 보고되면서 이를 놓고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 장제원 “11월 말까지 결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
 
당무감사 결과가 최고위에 보고된 17일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11월 말까지 공인된 당무 감사 결과를 블라인드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무감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2주에 걸쳐 253곳의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17일 발표된 감사 기준에 따르면 조직관리(30점)·평판도(30점)·당원 및 당직자 책무(15점)·명예준수 및 도덕성(10점)·정책개발(10점)·SNS 활동(5점) 등 6개 분야에 대해 평가했으며 그 중 조직관리 부분의 경우 현장실사까지 하고자 당무감사팀이 20반으로 나뉘어 전국 곳곳으로 확인하러 나가기도 했고 여의도연구원이 직접 여론조사를 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무감사 결과가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다 선거 공천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들은 철저히 공정을 기하기 위해 지도부와 접촉까지 삼가며 심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에선 일단 홍준표 대표가 그간 친박 청산 드라이브를 걸어왔기 때문에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당무감사를 홍 대표가 친박 물갈이 기회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장 대변인도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부각시켰는데, 그는 당무감사위의 홍 대표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이용구 당무감사원장이 오늘 홍준표 대표를 처음 봤다고 한다”며 “이렇게 말할 만큼 홍 대표가 당무감사에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 당무위는 커트라인 기준을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대변인은 “해당 당협위원장이 (당무감사) 팀장을 찾아 압력을 줄까봐 당일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상황으로 했다”며 “조사보고서는 백서로 내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조사보고서가 사실상 당무감사를 좌우할 수 있음을 암시했는데 “당무감사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담은 소중한 자료”라며 “이 보고서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데서 이를 읽어낼 수 있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당무감사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담은 소중한 자료”라며 “이 보고서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장 대변인이 역설했듯 당무감사위원회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일절 받은 바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심지어 홍 대표가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에서 당무감사 평가 일환으로 대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전혀 흘러나온 바 없지만 철저한 보안 속에 독립적으로 진행됐음에도 이런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건 사실 홍 대표의 몇몇 발언 때문이다.
 
◆ 홍준표 ‘친박 견제’ 발언, 당무감사 결과 반영될까
 
홍 대표는 지난 15일 한국당 정치대학원 19기 수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의도연구원이 당 지지율을 조사했었던 사실을 전하며 특히 당무감사실장이 이번에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당 지지율 밑바닥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고 당무감사위 인사의 발언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 기간이 사실상 당무감사 진행 기간과 겹치던 만큼 지도부가 당무감사위와는 완전 접촉을 끊은 것처럼 설명됐던 바와는 일부 온도차가 느껴진다.
 
비록 이 자리에서 홍 대표가 “나는 나하고 원수지간이라도 당선된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당을 위해 공천한다”며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선거가 된다. 나를 극렬히 지지해도 당선 안 될 거 같으면 절대 공천하지 않는다”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서도 미리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놨지만 이 역시 자신과 얼굴을 붉히는 상대와는 분명하게 각을 세우는 홍 대표 태도를 볼 때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일찌감치 홍 대표를 향해 사당화한다고 비판하던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선 홍 대표 측에서 사실상 공천 배제를 시사했을 정도로 당권에 도전하는 이에 대해선 배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 홍 대표는 16일 울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광역단체장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 부산이 걱정”이라며 “부산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대안이 있다”고 사실상 서 시장 낙천을 암시한 데 이어 17일 오후 부산일보사에서 가진 ‘김영삼을 이야기 하다’ 토크콘서트에선 아예 “서 시장은 중앙당이 아닌 부산시민이나 신경써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서 시장이 친박계이다 보니 자칫 이런 대응이 친박 청산 목적으로 비쳐질 것을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친박을 청산한다고는 하지만 친박 핵심 중 하나인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인천은 경선도 하지 않을것”이라고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서 시장 대안이 있다고 말한 근거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구체적 대안은 밝히기 힘들다. 언론이 서 시장 대안이 없다고 해서 있다고 한 것”이라고 답한 데다 친박청산에 대해서도 “친박은 지금 자동 사망절차로 가고 있다”고 날선 반응을 보여 친박계가 적잖이 차지하고 있는 현 구도를 바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홍 대표가 16일 한국당 울산시당 강당에서 가진 울산 청년정치사관학교 특강에서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비례대표는 충성도 높은 당직자를 우선하겠다면서 “나는 화려한 경력보다 당을 위하는 애당심, 충정이 정치판에서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홍 대표 체제 하에서 결국 충정을 우선한다는 건 ‘친홍 공천’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당무감사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지선 대비를 위한 당 조직 정비 차원의 성격도 없지 않다 보니 지방선거 공천에까지 이 같은 구상을 갖고 있다면 당무감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홍 대표가 지도부는 확실히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이달 말 당무감사 결과 발표 뒤 당협위원장 교체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당무감사 결과에 근거해 교체될 원외위원장 명단은 늦어도 내달 10일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최소한 홍 대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당 혁신에 한층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비박계는 물론 바른정당을 탈당해 온 의원들과 중립적으로 돌아선 온건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을 재편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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