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가리지 않고 확대, 여야 당황

▲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사의를 표했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시절 보좌관과 비서관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관련 혐의를 의심받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퇴했다. 박근혜 정권의 전 국가정보원장 3명이 모두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가 2명은 구속됐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만 흘러들어간 것이 아니라 당시 장관과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전해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각 당의 스탠스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옹호만할 수도 비판만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수석 사퇴에 침묵하는 여당, 야당은 '신적폐' 공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사의를 표했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시절 보좌관과 비서관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관련 혐의를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e스포츠협회를 압수수색하는 등 전 수석 측근의 자금유용과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이던 검찰은 전병헌 정무수석을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2015년 7월 재승인 인가를 앞두고 있던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건넨 3억 원대 후원금 중 1억 1,000만원을 전병헌 수석의 전 비서관 윤 모씨 등 3인이 공모해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병헌 수석은 16일 사의를 표명하는 입장발표에서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지원 육성하는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 왔을 뿐,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결벽을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백혜련 대변인이 구두논평으로 “따로 논평을 않겠다”며 “전 수석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만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비위와 관련해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처음으로 사퇴한 사안임에도 비판수위는 그리 거칠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전병헌 수석을 시작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엄정히 진행해야 한다”고 현 정권을 견제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뇌물-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전 수석은 청와대의 핵심 요직 중 하나인 정무수석을 맡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후보시절부터 줄곧 지난 보수정부는 모두 적폐이며 악(惡)이라고 규정하고 자신들은 지고지선한 정권이라고 포장해왔다”며 “그러나 전 수석의 이번 사퇴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실체의 일각이 드러났고,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그간의 권력심취 행태를 보면 이번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으로 보여 진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예단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이번 사건을 문재인 정권이 시작 초기부터 정치보복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로 활용해 권력과 상관없이 수사를 한다는 제스처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도 “전병헌 정무수석은 당시 미방위 소속 위원으로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본인 주장대로 스스로 결백하다 해도 측근의 비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 자신과 주변인에 대해서 더욱 엄중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도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직을 내려놓고 본인 의혹에 대응하는 것이 국민정서에도 더 부합된다”며 “검찰 포토라인은 갈림길이다. 위력과 책임전가, 부인만으로는 다시 돌아 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검찰수사과정에서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건넸다”라는 취지의 자수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오훈 기자
◆최경환 뇌물의혹 민주·정의 수사촉구, 홍준표는 “친박의 사망절차”
한편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수사가 박근혜 대통령 당시 경제부통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수사의 칼끝은 겨누어지고 있다.
 
검찰수사과정에서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라는 취지의 자수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원장이 쓴 자수서엔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여당이 가만있지 않았고, 정의당도 거들고 나왔다.
 
현근택 민주당 부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모든 부처의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경제부총리에게 돈을 주고 예산을 증액하려고 한 것으로서 대가성이 있는 ‘뇌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정원의 예산편성과 인사권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매달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드러난 돈의 목적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정원의 돈을 받고 예산편성에서 편의를 봐주었다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국가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최경환 의원의 국정원 특활비 1억 수수 의혹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전달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최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구체적 증빙 자료까지 제출했으며 이병기 전 국정원장 역시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특히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맡고 있던 당시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야당의 특활비 축소 요구가 거센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예산 편의를 위해 최 의원에게 특활비를 대가성 뇌물로 건넸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고를 농단한 구체적인 증거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을 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며 “보통 자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은 평소 약속을 잘 지킨 사람들의 경우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고 비꼬았다.

최 대변인은 “검찰은 조속히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소환해 한 점의 의혹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면서 “또한 혹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할복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최 의원이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신병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특활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친박은 지금 자동 사망절차로 가고 있다”면서 “1998년인가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 우리 당 국회의원들 뒷조사를 해서 36명을 빼간 일이 있다”며 “현 정부도 그 수법을 그대로 동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의원들을 꿔 가기 보는 한국당을 ‘적폐정당’이라고 뒤집어씌우기 하는 그런 절차라고 본다”고 의심했다.
 
적폐청산과 함께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자, 여도 야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여야의 프레임 속에서도 이해관계의 엇갈림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은 자당 의원들이 위기에 쳐했는데도 방관 내지 방조하는 입장으로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어지점과 공격지점을 못 찾는 듯하다.
 
여야 구분 없는 수사에 여야가 모두 공수에서 헷갈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