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의총 열었으나 격한 반발 없어 이례적…洪 체제 안정가도?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이 요구한 의원총회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을 탈당한 국회의원 8명이 지난 9일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자 이들의 입당에 반대하던 친박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나서면서 일견 당 내홍이 재점화되는 분위기였는데, 앞서 김태흠 최고위원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들까지 받아들이자 최고위를 통해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친박계 측에선 15명의 의원이 복당 절차를 문제 삼으며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13일 의원총회가 열렸는데, 친박계 측에선 이미 입당한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을 다시 내보내는 등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복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형태로 미리 ‘기선제압’에 나서는 것은 물론 홍 대표의 일방적인 당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며 친박계의 당내 입지를 재확인하려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의총 결과가 예상과 달리 당을 뒤흔들 충돌 양상으로 흐르지는 않아 결국 여전한 영향력을 증명하고자 친박계 측에서 열자고 했던 의원총회가 도리어 쇠락해가는 자신들의 현위치만 자각한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한국당 의총, 친박 반발수위 낮아…洪 체제 힘 받을 듯
 
앞서 지난 9일 한선교·김기선·김태흠·박대출·이완영·이장우·이채익·이헌승·주광덕·함진규·박완수·윤상직·이양수·정종섭·추경호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5명은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며 당헌 제87조에 따라 의총을 열 것을 지도부에 촉구했었는데, 이 때문에 13일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는 일찌감치 홍준표 체제와 친박계 간 전면전이 될 것으로 관측돼 소속의원 115명 중 80명 이상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사실상 다수이고, 친홍준표계는 여전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 만큼 그간 참아오던 친박계가 홍 대표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대대적으로 성토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 내홍이 격화돼 결국 선거 패배란 성적표를 안았었기 때문인지 이번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거나 고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진행중인 검찰의 전방위적 적폐청산 수사로 친박과 비박을 막론하고 보수진영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재기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또 다시 내부 충돌로 자멸에 이르는 건 피해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 암묵적으로 상호 비난수위를 낮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진영 전체가 어려운 시점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일단 보수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친박계조차 보수통합 자체엔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복당 자체를 반대한다는 주장보다는 이들이 복당하는 과정에서 최고위 의결이나 의원총회 등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지도부에 맞대응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인지 이날 의총 개최를 주도했던 이완영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싸우는 모습을 보여선 한국당의 미래가 없다고 하니 대통합을 위해, 제2창당 정신으로 짚을 건 짚어야 한다”고 의총에서 발언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그냥 이렇게 슬그머니 서로 통합한다고 되겠나. 사람만 와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용서와 화해를 해야 진정한 통합이 이뤄진다”고 강조하면서 탈당 의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불편하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바른정당을 나와 탈당 의원들과 함께 입당한 원외 당협위원장 문제도 꼬집었는데, “바른정당에서 온 사람들 100여명들이 있는데 그럼 당협위원장 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각 지역구 당협위원장 중복 문제도 미리 논의할 필요성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이런 복잡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홍 대표가 의원들과 별 다른 논의 없이 내린 부분도 겨냥해 “(홍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그런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플러스 정치,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모든 당 구성원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진 못했던 듯 친박계는 이날 의총에서 강길부·정양석·김용태·황영철·이종구 등 복당한 의원들의 인사에도 김진태, 이장우, 박대출 의원을 비롯한 몇몇 친박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으며 불만 어린 표정을 드러냈는데, 그래선지 불편한 자리가 될 것이 분명했던 이날 의총에 김무성, 김영우, 홍철호 등 일부 복당파 의원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회의 비공개 전환에 앞서 복당 인사를 한 강길부 의원이 “어려운 가운데 통합에 나서주신 홍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대선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되면서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킨 데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자 앙금이 채 사라지지 않았는지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짧게 하라”는 반응이 의석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 격앙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며 정진석 의원은 복당한 김용태 의원을 향해 “웰컴 홈”이라고 호평을 보내고, 심지어 의총 소집 요구를 했던 친박계 중 한 명인 한선교 의원도 복당한 황영철 의원에게 “어서 오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해 최소한 이들의 복당을 공개적 장소에서조차 격렬하게 반대하던 과거와 같은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내홍 앙금 풀지는 못한 채 일시적 봉합에 그쳐
 
이로 인해 일각에선 홍준표 체제가 어느 정도 안착하고 친박계의 힘이 크게 줄어든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매듭짓지 못한 서청원, 최경환 출당 문제라는 뜨거운 감자가 남아 있기에 적극 반발하고 있지 않은 것 뿐 친박 측에서 복당 의원들을 사실상 묵인했음에도 홍 대표가 두 친박 핵심 의원의 출당을 단행하게 된다면 다시금 내홍을 불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의총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복당파 재입당 자체보다는 재입당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요구도 홍준표 대표에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홍 대표는 의총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친박계를 향해 “정치적 앙금이 서로 있겠지만 남아있는 사람이나 나갔던 사람이나 잘못은 같다”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문재인 정부의) 망나니 칼춤에 대응해야 한다. 의총을 통해 그 사이 있었던 정치적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그런 사내다움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서청원, 최경환 출당 문제에 있어선 친박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듯 한 발 물러난 자세를 취했는데 홍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 책임 문제니 좀 있다 보자”면서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의 복당 문제가 이번 의총을 통해 잘 마무리됐다는 부분만 “오늘로써 상황 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정우택 원내대표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 문제와 관련 “제가 임기를 하는 동안 의총을 소집해 해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홍 대표도 그럴 거라 믿고 제 소신도 그렇기 때문에 표결에 의해 동료의원을 제명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아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던 선에서 인적청산은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총 분위기와 관련 “반 이상이 당의 화합과 단합 이야기를 했다”며 홍 대표에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달라는 쓴 소리도 있어 홍 대표 역시 “기꺼이 당력을 집중하고 당의 힘을 모아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한국당 내부가 그간의 내홍을 수습하고 정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의총을 혹평하는 의견 역시 아직 없지는 않았는데,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총 분위기와 관련 “홍 대표의 거친 언행에 대한 지적도 있었으나 결국 발언한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끝났다”며 정 원내대표의 설명과는 온도차 있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이날 의총을 “홍준표 대표의 원맨쇼”라 칭한 뒤 “말로만 통합이지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에 관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대표는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갔다”고 지적해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그저 잠시 덮어둔 데 불과한 상황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전당대회를 통해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세운 바른정당에선 중도보수통합을 거론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이 역시 정국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풀 수 없는 한국당에서 예전처럼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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