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성장의 그늘에 경영부실 책임
산업은행과의 애증관계 노조와의 대립
산은,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중국법인 처리 골몰

▲ 금호타이어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총액은 15조6150억원에서 10조원 턱밑까지 하락하면서 대기업집단 자산기준 10조원에 턱걸이 해 위상 하락은 불가피하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회장 손을 떠나면서 57년만에 그룹 계열사에 제외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계 순위도 요동치면서 급기야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자산 규모 15조→10조, 30위권 '위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금호타이어 자산은 5조132억원 수준이다.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총액은 15조6150억원에서 10조원 턱밑까지 하락하면서 대기업집단 자산기준 10조원에 턱걸이 해 위상 하락은 불가피하다.

한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재계순위 7위까지 오르며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던 금호아시아나가 불과 몇 년 만에 M&A 승자의 저주에 걸리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이후 금호타이어마저 박 회장 손을 떠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년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상이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 인수로 그룹 재건을 노렸던 박삼구 회장으로선 마지막 꿈이 물거품 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지만 매각 인수대금을 마련치 못하는 자금 사정이 발목을 잡으면서 품을 떠나게 된 것. 무엇보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의 책임떠넘기기식 설전들이 오가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것도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 박 회장과 산업은행과는 애증관계다. 2010년 민유성 전 산은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박 회장에게 부여했다.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소유한 박 회장은 막상 산은의 금호타이어 매각에 돌입하자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박 회장과 산업은행과는 애증관계다. 2010년 민유성 전 산은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박 회장에게 부여했다.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소유한 박 회장은 막상 산은의 금호타이어 매각에 돌입하자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금호타이어 대표로서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점도 박삼구 회장 인수의 부정적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박 회장과 노조의 불편한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 회장을 구속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일방적 자율협약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누적적자는 507억원에 달한다. 앞서 박 회장은 상반기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되자 8월 노조와 면담을 갖고자 광주공장을 방문 노사화합을 통한 실적 향상을 당부한 바 있다.
 
◆박삼구 그룹 재건 ‘꿈’ 무너지다
1947년에 고 박인천 창업주가 택시 2대로 중고 택시 2대로 운송업에 뛰어들어 금호고속을 창업하며 금화아시아나그룹 모태의 시발점이 됐다.

이어 1960년 타이어 생산을 위해 금호타이어 모태인 삼양타이어를 설립 57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2009년 12월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결정하며 이듬해 5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통상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경영실패의 책임을 묻고 전임 경영진이 복귀하기 까지 3~5년이 걸리지만 박 회장의 경우엔 달리 산은과의 협의를 통해 불과 1개월 뒤 금호타이어에 복귀했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2012년·2013년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2015년 D등급을 받는다. 워크아웃 졸업이후 노조의 부분파업이 이어지며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산은은 올해 7월 주주협의회를 통해 2016년 금호타이어 경영평가 역시 D등급을 매겼다. 2년 연속 경영평가 D등급을 받으면 박 회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산은과의 특별약정 때문에 박 회장은 궁지에 몰렸다. 결국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 과정에서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현 경영진과 함께 퇴진했다.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퇴진은 퇴진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말 그룹에서 분리되면 그룹의 규모는 15조원에서 10조원 규모로 줄어든다.
 
▲ 금호타이어 노조는 박 회장 고발과 함께 경영부실의 책임에 대한 산은 관계자들의 인사조치를 산은측에 요구 중이다.ⓒ금호타이어노조

◆산은 VS 노조…중국법인 처리 ‘고심’
금호타이어가 박 회장 손을 떠나면서 경영정상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지만 현 시점을 보면 채권단과 노조의 대립이 격화될 소지가 다분해 갈길이 멀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박 회장 고발과 함께 산은도 경영부실의 책임에 대해 관계자들의 인사조치를 요구 중이다.

이외에도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 처리를 놓고도 산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산은측에 따르면 중국법인은 과도한 부채와 실적부진으로 경영정상화의 걸림돌이지만 주요 매출처인 중국 시장을 손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차후 중국 사업을 정리한 상황에서 매각에 나설 경우 기업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수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중국 법인 처리를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법인이 정리되면 기업 규모가 국내 업계 3위인 넥센타이어보다 줄어들 수 있어 투자자들에겐 매력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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