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전국연합, 한나라당 지지 선언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전 상임의장이 지난 7일 “보수진영을 결집해 정권교체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만들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후보가 단일화하면 전력을 다해 밀 것”이라 밝혔다. 이는 뉴라이트의 정치 개입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나라당에 대해 “범국민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 입장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장은 “내년 1, 2월에는 소수 극우세력을 제외한 정통보수(올드라이트)와 연대하고, 3, 4월에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헌법정신을 지키고 보수 개혁성을 강조하는 정당과 연대해,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뒤이어 열린 지난 9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1주년 기념식에는 보수인사들이 총집결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당 주요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게다가 국회 대정부 질문 일정에도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 의원들 10여 명이 가세했다.

또 하나의 보수정당인 심국환 국민중심당 대표도 참석했다. 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뉴라이트 첫 돌을 축하하는 이 자리는 우리나라 수출이 백억 불 달성한 걸 기념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시고 국민적 축제를 했던 자리”라며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보수성향의 언론사 대표들의 참석. 중앙일간지 등은 없었지만, <뉴데일리> <데일리안> <프런티어타임스> <프리존뉴스> 같은 유수의 인터넷언론사의 대표들이 눈에 띄었고,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도 빠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가히 보수정당·보수시민단체·보수언론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다.

보수세력 총집합

뉴라이트의 대선개입 선언과 맞물려 관심을 끄는 것은, 뉴라이트의 개입이 한나라당내 대선주가 빅3 가운데 누구에게 이롭게 작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뉴라이트 창립1주년 기념식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일본 방문 때문에 불참하고 축전과 화환만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 전 대표는 “뉴라이트 여러분의 1년은 거꾸로만 가던 대한민국을 바로잡은 놀라운 1년이었다”며 뉴라이트를 치켜세웠고, 손 전 지사는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가 아니다. 새로운 보수는 권위주의(박근혜)나 개발시대(이명박)로의 회귀가 아니라 앞(손학규)으로 나가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뉴라이트와 대선주자들과의 구도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는 뉴라이트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달이지만, 뉴라이트와 이미 상당한 정서적인 교감을 확보한 이 전 시장은 여유를 보였다고 해석하면 억지스러울까.

많은 뉴라이트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분명한 공감대는 누가 됐건 보수세력 단일후보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론에 투철한 진보세력은 이론만 따지다 노선 분열로 힘을 모으지 못하고, 기득권을 가진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나누고 누리는 과정에서 흥청망청하다 쇠퇴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더 들어맞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지난 2번의 대선에서 보수세력은 이회창-이인제, 이회창-정몽준의 분열로 정권을 놓쳤고, 상대적 진보인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각각 이용호·최규선 게이트와 대북송금, 바다이야기 파문과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몰락했다.

결국 보수의 ‘10년 염원’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려면 한나라당 후보단일화가 필수적이다. 특정 후보의 지지가 아니라 박근혜-이명박-손학규의 각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분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본격적인 정치개입에 나선 뉴라이트의 제1임무다. 그러나 분열 방지를 위해 뉴라이트가 조정자 역할을 할 뚜렷한 방법론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한나라당-뉴라이트 연합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외연확대다. ‘수구보수’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힌 한나라당이 ‘중도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와 연대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10월 19일 “우익단체나 뉴라이트 등과 대화하며 한나라당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라이트 진영이 지난 1년간 과연 중도보수 또는 신보수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윤여준 전 의원은 지난 10일 “뉴라이트는 이미 한나라당 지지세력”이라며 “보수대연합이 실질적인 외연확대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쓰는 제반 단체들은 한나라당에 합류하기 위해 모였던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말했고,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원래 한 몸이었는데 다시 복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다”고 비꼬았다.

게다가 뉴라이트 진영 자체도 갈라졌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같은 뉴라이트를 표방했다고 하지만 그쪽과 우리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며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의 제안과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거부했다. ‘한나라당-뉴라이트전국연합’의 연대일 뿐, ‘한나라당-뉴라이트’의 연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작년 11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출범했을 때 <조선일보>는 ‘뉴라이트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는 사설에서 “‘뉴라이트 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나 2007년 대선 때 특정 정파나 주자와 손잡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떠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뉴라이트’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나라당 2중대일 뿐?

<조선일보>의 말대로라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의 한나라당 지지는 스스로를 “‘올드라이트’의 복제품”으로 전락시키고 만 꼴이다. 보수세력 후보단일화는커녕 뉴라이트 진영 연대에도 실패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한나라당 지지 선언은 ‘메아리 없는 아우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그래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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