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맴도는 이회창 대권론 실체

1. 이명박 탈당 가시화···박근혜 대선 후보 선출
2. 박근혜 퇴진론 대두···대안으로 이회창 급부상
3. 결국엔 ‘이회창·이명박·범여권후보’ 3파전 가나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대쪽' 이회창의 움직임에 대선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는 창(昌)의 창끝을 피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는 것.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들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창의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20% 이상의 지지율을 점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제2차 민심대장정으로 ‘한나라당 대선 축’을 뒤덮으려 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그러나 세 명 중 2명은 경선탈락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이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확신과 명분을 내세우며 시종일관 서로를 총구로 겨누고 있다. 이 와중에 또 한명의 숨겨진 잠룡인 ‘대쪽’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앞으로의 대선정국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나리오 1: 이명박의 탈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당이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좋을 것인가를 아주 신중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전제한 뒤“당이 결정한 사항을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원과 일반 국민 참여 비율을 5 대 5로 한 현재의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그대로 가도 따르겠다”고 했다. 이는 최근 박 전 대표와 10%포인트 이상까지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 전 시장의 (당이 결정한 사항을 따라갈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당이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이 전 시장의 기본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전 시장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 시장의 아침 발언을 이 전 원내대표가 오후에 다시 뒤엎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한나라당이 현 경선제도로 가게 된다면, 이 전 시장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 지지도 추세가 계속된다고 해도 박 전 대표의 당내 세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즉, 이 전 시장이 주장하는 ‘당심은 곧 민심’이 가시화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결국 한나라당내 경선에 출마를 포기하고 떨어져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는 여권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경선을 거쳐 박·이 둘 중에 하나가 되고 나머지 한명이 떨어져 나간다면 우리로선 좋은 거 아니냐”며 “여당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 일 것”이라고 말한바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전 시장의 탈당을 염두, 3파전(박·이·여권 또는 이·이·여권)의 양상을 예상해 영·호남을 통틀어 범 여권세력을 대표하고 할 수 있는 인물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 둘의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시나리오 2: 박근혜의 한계

결국 한나라당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설 확률이 지금으로선 가장 높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 필승론이 정가를 뒤덮고 있지만, 이 전 시장의 이탈과 범 여권세력의 통합은 박 전 대표에게 짐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아직까지 보수색깔이 짙은 대한민국에 ‘여자 대통령은 아직 이르다’란 남자 대통령 대세론이 득실할 수 있어 박 전 대표의 기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이미 ‘발전적 해체’ 또는 ‘창조적 파괴’라는 이름아래 ‘정계개편’이 시작되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갈라서기로 돌입한다는 것. 당내에서도 친노·반노로 나뉘어 공방이 시작됐고 고건 전 총리는 신당을 만들고 민주당도 자신들이 진정한 정통 민주세력이라며 ‘민주당’아래 다시 모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내년 대권을 위한 ‘위장이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대선직전 이들은 극적인 단일화 후보를 내 반전을 노리겠다는 것. 이는 지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연합,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 당시 대통령 후보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은 것을 재이용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내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는 한 축과 막판 범 여권대결집이 또다시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견제론’이 여의도에서 속속히 들려오고 있다. 이는 지난 DJP연대와 노·정 연합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한나라당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범여권세력이 총 단합된다면 매번 2%내에서 결정되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또 다시 ‘큰일(?)’을 터트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결국 범여권세력이 단일화 후보를 낸다면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독자행보’와 ‘범여권세력 후보’를 상대해 낼 수 있냐는 것. 게다가 이 전 시장의 지지 세력과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이 겹치는 것도 박 전 대표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태.


박근혜 위기론이 한나라당내에 점차 퍼질 수도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는 한나라당내에서 대선후보 물갈이 운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질 테고 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박근혜 퇴진론으로 번질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회창 전 총재가 여의도연구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여의도연구소에서는 박 전 대표의 한계가 나온다는 연구 자료를 계속해서 당내에 퍼뜨릴 것이고 이는 박 전 대표의 퇴진론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결국 한나라당의 보이지 않는 최대주주인 이 전 총재의 등장이 가시화 되는 시점이다.

시나리오3: 이회창의 등장
결국 당론은 민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박근혜 퇴진론이 일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떤 카드를 쓸까. 최근 북핵사태를 틈타 얼굴을 내민 이회창 전 총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북핵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박근혜 전 대표를 꼽은 바 있다. 김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을 때 이회창 전 총재가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며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암암리에 추대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총재도 자신의 정계복귀와 관련해 “내 자신이 뭐가 되겠다거나 무슨 자리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지만 “다만 나라가 위태로울 때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언급, 조건이 형성되면 정계 복귀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전 총재가 말한 ‘위태로울 때’가 과연 언제냐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도력이 한계를 드러냈을 때가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비록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당내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이 전 총재가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이탈, 범여권세력의 오픈프라이머리 흥행과 극적인 대통합이 연결되면, 이 전 총재가 언급한 ‘한나라당의 가장 위태로울 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이 전 총재의 발언은 이 시점에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과연 박 전 대표가 순순히 자신의 대선후보자격을 이 전 총재에게 양보할 수 있느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탄핵의 역풍을 뚫고 지지율이 7%였던 한나라당을 개혁하고 변화시켜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쉽게 이 전 총재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들이 사실상 이 전 총재의 측근 들이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박 전 대표의 지도력 상실, 지지도 악화, 여의도연구소의 ‘박근혜 퇴진론’ 등이 심화되면 언제든지 그들은 과거 군주로 모셨던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점차 국민들의 이목이 범여권세력으로 몰릴 수 있고, 이 전 시장이 예상외로 선전할 경우에만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는 다분히 있을 수 있다.


결국 국민적 여론과 당내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의 압박으로 박 전 대표 대신 이 전 총재가 직접 나설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이 전 총재에게도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이미 정계은퇴 선언을 한 것. 그러나 이 부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2번의 은퇴번복과 4수 끝에 대권을 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 전 총재의 복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법하다.



범여권, 또 정권재창출?
결국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리고 범여권세력의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것은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고, 범여권에서 가장 반기는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범여권세력에서는 노 대통령과 DJ가 함께 미는 후보가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지만 영남에서도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올 확률이 크다.


과거 이 전 총재의 첫 번째 패배는 같은 당내 후보(이인제 의원)가 이탈한 것이 빌미가 됐고 두 번째 패배는 범여권세력의 통합(노·정 연합)으로 졌다는데 있다. 내년 대선에선 이 두 가지가 모두 섞인 형태로 나타날 확률이 크다. 결국 박근혜를 대신해 이회창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이 전 시장과의 ‘범야권대통합’이 없이는 ‘범여권세력’을 이기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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