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세이커스, KBL 초반 돌풍

▲ 신선우 감독(창원 LG 세이커스)
창원 LG가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다. 9일 현재 5승 2패로 리그 1위다.

상대적으로 대진운이 좋았던 덕도 있겠지만, 전력 평준화가 눈에 띄는 올해 KBL에서 초반부터 선두를 독주하다시피했다. 올 시즌 초반은 창원 LG의 돌풍이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년 창원 LG는 26승28패로 하위권인 리그 8위로 시즌을 끝냈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지난 4일까지 파죽의 개막 5연승을 달렸다. 개막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서울 삼성 썬더스를 79-70으로 이기며 파란을 예고했다.

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공수의 조화. 창원 LG는 초반에는 팀득점·실점 양쪽에서 모두 수위를 다퉜다.

2연패를 당한 9일 현재도 득점 90.3점 실점 78.6점으로 양쪽 모두 3위에 올라 있다. 창원 LG보다 팀득점이 높은 서울 SK 나이츠와 부산 KTF 매직윙스는 득점보다 실점이 많다.

안정된 공수의 조화

득실점차를 따지면 11.7점으로, 7.5점인 울산 모비스 피버스를 저만치 따돌렸다. 창원 LG의 득실점차는 한때 15점대까지 이르렀다.

창원 LG의 공격을 이끄는 것은 찰스 민렌드. 평균 29.6점으로 개인순위 3위에 올랐다. 민렌드를 데려온 것은 전주 KCC 이지스 시절부터 같은 팀에 있었던 신 감독의 선택이었다.

14.4점으로 한국인선수 득점 6위에 오른 조상현이 뒤를 받친다. 조상현은 FA로 대구 오리온스로부터 올 시즌 이적해왔다.

외국인선수 출장시간 제한이 늘어나면서 토종 빅맨들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가드 중심의 빠른 농구가 대세를 이뤘다는 점도 창원 LG 폭풍의 원동력이다.

작년 창월 LG가 부진했던 것은 전형적인 뛰는 농구인 신 감독의 스타일에 선수단 구성이 맞지 않은 탓이 컸다. 올해 창원 LG는 신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박규현 박지현 조상현의 가드 중심으로 재편성했다.

한층 빨라진 가드진에 여기에 신인 이현민이 가세했다. 174센티미터의 단신인 이현민은 7경기에서 평균 10.6득점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꿰찼다.

이현민을 알아본 것은 전적으로 신 감독의 혜안이었다. 지난 1월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3순위로 이현민이 지명되자, 드래프트장은 술렁였고 팬들로부터도 타박을 받을 정도였다.

물론 초반 경기일정의 도움도 얻었다. 지난 10월 22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크리스 윌리엄스가 결장했고, 10월 29일 대구 오리온스 때는 김승현이 빠졌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된 방성윤의 공백을 제대로 공략 못한 서울 SK 경기 패배가 아쉬울 뿐이다.

▲ 찰스 민렌드(창원 LG 세이커스)
리그 초반의 창원 LG에서 아쉬운 것은 현주엽의 부진이다. 고려대 재학시절 파워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던 현주엽은 파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번 시즌에도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보이지 않는다.

서른을 넘긴 나이 탓인지 벤치를 지키는 시간도 많아졌다. 지난 5일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와의 경기에서는 고작 23분밖에 뛰지 않았다.

현주엽은 오프시즌 동안 “올 시즌에는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외쳤지만 7경기를 마친 올시즌 성적은 평균 9.1득점 3.6어시스트 4.0리바운드. 지극히 평범한 성적이다. ‘포인트포워드’ 현주엽의 어시스트는 팀내 1위지만, 득점은 조상현은 물론 신인 포인트가드 이현민에게도 밀린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신 감독의 경기운영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골밑을 우직하게 파고들면서 패스할 곳을 찾는 현주엽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시간을 끈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의 빠른 농구의 빈틈을 보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출장시간 제한이 늘어나면서 현주엽은 창원 LG의 공격 옵션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런 만큼 현주엽의 부진은 현주엽 개인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연봉 3억5천만 원짜리 선수의 활용도가 상대팀에 전담 마크맨 부담을 지우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유럽리그 경력의 센터 퍼비스 파스코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평균 8.9득점 9.0리바운드로 2명의 외국인선수가 동시에 뛸 수 있는 경기당 24분도 채 못 채우고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자기가 맡은 일만 충실히 해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선수가 둘다 잘하면 국내선수들은 궂은일이나 하고 뒤치다꺼리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의 조화를 위해 적당한 성적을 유지하고 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설명.

연승 뒤 연패… 돌풍 끝나나

개막 5연승을 거뒀지만, 이후 최근 경기에서 2연패를 당했다. 상승세는 꺾였고 행운은 끝난 것이 아닐까? 비록 졌지만 경기내용은 좋았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서울 SK와의 경기에서는 방성윤의 빈자리를 임재현(26득점 6어시스트)이 채웠고, 수비가 좋은 창원 LG라 해도 정규리그를 진행하다보면 가끔 뚫리는 날도 있는 법이다.

그날 창원 LG는 8점차까지 벌어진 경기를 4쿼터 들어 2분여를 남기고 역전시켰고 이후 공방은 파울성 수비에 민렌드의 마지막 3점슛이 막히면서 아깝게 패했을 뿐이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차출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등장한다. 지난 5일을 끝으로 대표선수들이 모두 빠졌지만, 창원 LG는 선수단 전원이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았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주력 서장훈 현주협이 대표팀에 차출된 최강 서울 SK는 아시안게임 기간의 부진을 만화하지 못하고 8위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반면 당시에도 대표팀 차출이 없었던 창원 LG는 9승 5패를 올리며 3위에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5위를 유지하며 무사히 플레이오프에 안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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