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연기에 목말라 있었어요!”

만약 세상을 살 수 있는 날이 딱 90일만 주어진다면 과연 사람들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길 원할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생애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길 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기, 삶의 끈이 단 90일 밖에 남지 않은 한 남자를 눈물로 사랑하는 이가 있다. 바로 오랜만에 유부녀역으로 안방극장을 찾은 김하늘이다. 청순한 이미지로 그 동안 ‘멜로 퀸’ 자리를 고수해온 그는(90일, 사랑할 시간)을 통해 눈물없인 볼 수 없는 가슴시린 사랑을 보여줄 각오다.



#눈물없인 볼 수 없는 멜로 연기 도전
“지금까지 제 나이보다 어리고 밝은 캐릭터를 줄곧 연기해 성숙한 연기에 목말라 있었어요!”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극본 박해영 연출 오종록)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김하늘(28)은 새 작품을 통해 그동안의 멜로에 대한 갈증을 풀고 싶다는 야무진 각오로 입을 열었다. 그 동안 ‘멜로 퀸’답게 여러 멜로드라마를 섭렵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틋한 사랑을 잘 그려냈지만, 유부녀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라서 다소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처음 도전하는 유부녀역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이왕 성숙한 연기를 할 바에야 유부녀 역이 좋다 싶었는데 때마침 받은 대본은 정말 바라던 것이었어요. 제가 겪어보진 못했지만 역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점점 그 역을 이해하게 됐고, 이해를 하면 할수록 설레였어요.”
김하늘은 극중 유부녀 고미연으로 등장한다. 미연은 결혼했지만 고교시절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첫사랑이자 사촌인 지석(강지환)이 90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함께 살자고 찾아오자 갈등하는 인물이다.
“정말 사랑했던 첫사랑이 먼지가 되어 없어진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촬영하면서 감정이 많이 정화된 느낌이랄까? 연기라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 제 감정에 빠져들게 돼요.”
드라마에 대해, 그리고 연기에 대해 하나 둘 풀어놓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한결 성숙하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 김하늘과 강지환
#금지된 사랑, ‘성숙’이라는 날개를 달고

섣부른 코미디와 어설픈 눈물 연기가 대부분일 거라는 애초의 기대는 산산조각 부서졌다. 애틋한 사랑이 머물고 간 자리가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게 하는지 김하늘은 기대 이상으로 실감있게 그려냈다.
“‘금지된 사랑’이어서 심리적인 갈등과 고민에 대한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어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3개월 후면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만을 머릿속에 채우며 연기에 집중했죠. 그래서 그런 애틋한 감정을 연기밖의 나에게까지 꾹꾹 집어넣으며 맡은 역할보다 더 많이 슬퍼했어요.”
친척관계인 이들의 사랑은 ‘금기’이지만, 본능에 내재된 감정은 금기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교때 눈물을 삼키고 이별을 선언해야 했던 지석과의 9년만의 재회는 유뷰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감정으로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다.
“어떤 면에선 상식밖의 일이지만, 그런 상태에서 보편적 행동이라는 것도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봐요. 지석과의 사랑에서 제 연기는 애틋한 감정선의 최대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예요.”
김하늘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랑’이라는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얘기한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답지 그에 따르는 윤리적인 문제나 이치는 중요치 않다고 말이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 그 사랑의 중심에 서 있는 ‘미연’은 김하늘의 변신이 낳은 값진 캐릭터다. 바로 배우 김하늘이 ‘성숙’이란 날개를 처음 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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