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7000만원 지급 논란으로 불 당긴 시공사 선정제도

▲ 현대건설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주비 7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택재정비 시장의 과당경쟁 문제가 불거졌다. 이 문제는 결국 국토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발표하는데 시발점이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건설사들이 앞에 놓인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다툰 과다 수주 경쟁은 국내 도시정비 사업의 고질병인 금풍 향응 제공 등 불법과 비리의 축소판으로 전락했고, 관리 감독할 국토교통부는 뒷북 대책으로 안일하게 일관했다.

건설사들의 과다경쟁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재건축 시장은 내년부터 부활되는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혼탁 양상을 빚었다. 급기야 GS건설이 ‘클린수주’를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건설사들은 금품 향응을 제공하며 온갖 불법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비난 봇물이 쏟아지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입찰 - 홍보 - 투표 -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전반에 걸쳐 과도한 이사비 지급,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의 문제를 차단하고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방안을 30일 발표했다.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대책 마련까지 착수한데는 반포주공 1단지 1,2,4지구 수주전이 방아쇠를 당겼다.

공사비 2조6000억원, 사업규모만 총 10조원에 달하는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힌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시장의 온갖 민낯이 드러난 결정판이었다. 시발점은 현대건설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주비 7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금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사비 7000만원 지급에 대한 논란으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사장까지 동원되며 설전을 이어갔다. 급기야 국토부가 나서 현대건설에 시정명령을 요구하며 어느정도 일단락 됐지만 이사비 지급 발언은 현대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본지는 현장을 찾아 조합측과 인터뷰에서 “국토부의 시정명령으로 이사비 7000만원을 안받겠다고 하자 일부 조합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이란 방증이기도 하다.

수주전이 서로 비방전으로 흐르면서 재건축 시공사 선정의 민낯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이에 대한 비난 봇물이 쏟아지자 현대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의식한 GS건설은 ‘클린수주’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깨끗한 경쟁, 선의의 경쟁,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결의를 다졌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후 한신4지구 수주전에서 GS건설이 발표한 롯데건설의 금품·향응 제공 폭로는 도시정비법 개정에 이르는데 기름을 끼얹었다. 그동안 감춰졌던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의 온갖 불법에 정부가 메스를 대는 결정적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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