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쥐고 전쟁터 나선 엽기그녀

톱스타 전지현의 할리우드행이 조심스레 점쳐지면서 벌써부터 그 성공과 기능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어느 한 군데 빠지지 않는 훌륭한 외모와 연기력을 지닌 최고의 연기자이긴 하지만, 그 무대가 할리우드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극과 극인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전지현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25)의 할리우드행이 점점 확실시되면서 그 성공여부에 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영화‘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프로듀서 빌 콩과 손잡고 활동 무대를 할리우드로 넓히게 된 것.


전지현의 소속사인 싸이더스HQ는 “전지현이 차기작을 할리우드에서 진행될 액션공포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로 결정했다. 아직 계약을 맺지는 않았으나 출연이 사실상 결정됐다”고 밝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동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블러드...’에서 전지현은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인 사야 역을 맡아 흡혈귀를 처단하는 여전사를 연기하게 된다.


전지현의 미국행은 우리나라 배우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에 견주어 보았을 때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전지현은 그 동안 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표 여배우로 이미 그 입지를 굳힌 상태지만, ‘엽기적인 그녀’를 제외하고는 그렇다할 흥행작이 없다는 것은 미국무대 진출에 앞서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무대가 할리우드라는 점을 가만했을 때, 그에 따라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 대해 지나칠 수 없다는 이야기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미국행의 필수과제인 영어다. 미국 진출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영어 공부를 해온 전지현은 지난 9월 미국 LA로 어학연수를 떠나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모국어처럼 영어를 자유롭게 소화해 낼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미지수이다. 어설픈 영어 실력은 오히려 전지현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소리가 거세다.


영어 대사가 가능하다면 다음 문제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다. 전지현이 맡게 될 캐릭터는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 ‘사야’. 교복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사야는 청순하면서도 묘한 날카로움을 지녔다. 원작 만화의 마니아들은 전지현이 과연 강렬한 액션뿐 아니라 냉정하면서도 잔혹한 사야의 모습을 표출할 수 있을지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영화도 흥행하지 못 했는데 할리우드 진출은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냐”며 “유창한 영어실력과 함께 감정을 담아 캐릭터를 충분히 소해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흥행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망신을 살 수도 있는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그의 미국진출을 이처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제2의 양쯔이가 탄생된다”며 “역시 전지현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전지현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일”이라며 벌써부터 확신을 갖는 이들도 있다.


‘블러드…’는 내년 1월 촬영을 시작해 2008년 여름 전 세계 동시개봉할 예정이다. 이제 결과는 그의 손에 달렸다. 성공이냐 실패냐! ‘양날의 검’을 들고 전쟁터로 향하는 전지현의 행보에 세계인의 눈이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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