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범죄, 쓰레기 무단투기 예방 위해 일반 주택가 설치 늘어

CCTV, 일명 폐쇄회로의 활약(?)이 눈부시다. 최근 각종 범죄나 무단쓰레기 투기 등을 막기 위해 주로 도심에 설치됐던 CCTV가 주택가까지 확대,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를 시작으로 종로구, 성북구, 노원구 등 각 자치구 별로 범죄예방용 CCTV가 설치되는가 하면 최근 심각한 학교폭력의 예방책으로 일부 학교 내에 CCTV설치가 검토되는 등 그야말로 ‘CCTV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 11일 수원남부경찰서는 은행 현금인출기 조작이 서툰 할머니에게 접근해 현금카드를 바꿔치기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등)로 이모(74, 남, 주거부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각은 없다(?)

이씨는 지난 10월 성남시 분당구 A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던 피해자 강모(65?여)씨에게 “현금인출을 도와주겠다”며 접근,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자신이 주운 현금카드와 인출한 현금을 건네고 대신 피해자의 현금카드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옆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돈과 카드를 건네받은 피해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돌아섰지만 이미 강씨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는 이씨의 수중에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훔친 카드를 가지고 곧장 같은 은행 다른 지점으로 이동 나머지 통장 잔액을 모두 인출하는 수법으로 500여만원을 훔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현금인출기 조작에 서툰 할머니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돈을 대신 뽑아주며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씨는 은행 현금지급기에 설치된 CCTV화면을 통해 인상착의가 드러나 범행 6개월만에 꼬리를 잡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전주 북부경찰서에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생을 폭행한 뒤 빼앗은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익산 B고등학교 학생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전주시 진북동 모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집에 가던 최모(17·고교 3년)군에게 “따라오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협박,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현금카드와 휴대전화 등 4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후 은행현금지급기를 사용하다 CCTV에 찍혀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CCTV는 당초 은행 현급지급기, 관공서 등지에서 범죄예방목적으로 서용되던 폐쇄회로 카메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공공장소나 공공기관이외에 일반주택가, 학교 등지로 확대 설치되는 등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자치단체 사상 처음으로 관내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한 자치구다. CCTV 설치 당시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 “강남특별시는 뭔가 다르다”는 등의 비난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 올해에는 “다른 자치구가 방범용 CCTV를 설치하겠다고 하면 설치비의 50%를 지원해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강남구는 이를 위해 4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당초 주택가 CCTV는 서울 성북동, 한남동 등 고급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범죄예방용으로 설치해 왔었다. 성북구 성북2동 주민들은 자비로 27대의 CCTV를 설치하는 등 관공서가 나서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지역주민들이 설치해 왔던 것이다. 그나마 주로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곳이나 고급주택가 등지에서나 골목 여기 저기 걸려있는 CCTV를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 현실.

하지만 불과 2~3년 사이 이러한 양상은 크게 달라져 그야말로 이제 서울 골목은 ?CCTV의 천국?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수 년 전부터 어린이 유괴와 차량방화 등을 비롯 좀도둑들이 끊이지 않던 경기도 성남시 A동에서는 시 당국에 몇 차례 진정을 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반응이 없자 아예 주민들이 나서서 600만원을 들여 마을 곳곳에 CCTV 11대를 설치했다. 지난 2월 어느날 자신의 트럭을 몰고 와 A마을 한 집 앞에 있던 알미늄 사다리를 들고 간 절도범의 차량이 이 CCTV에 찍혔다. 결국 좀도둑은 명백한 증거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해야만 했다.

A마을 주민 김모(52?자영업)씨는 “처음에는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어서 좀 꺼림칙하긴 했는데 (CCTV를)사용한 이후 톡톡히 범죄예방 효과를 보고 있어 주민들도 이제는 반기는 실정”이라며 “무엇보다도 마음 놓고 외출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CCTV 설치 이전에는 골목 여기저기에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주민들도 몇 몇 있었지만 지금은 골목도 깨끗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에서는 범죄발생 등 필요할 때만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해 사생활침해 시비를 없애기도 했다.

이처럼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CCTV가 범죄예방 효과를 톡톡히 나타내자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서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CCTV를 설치, 활용하고 있다. 노원구 역시 노원경찰서와 협의해 학교주변과 골목길 등 치안공백이 예상되는 지역에 범죄예방용 CCTV를 운영중이다. 노원구는 CCTV 설치 예정지역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 86%의 찬성의견을 받아내 사생활 침해 논란도 해소했다. 노원경찰서 내 상황실에 CCTV 관제센터가 만들어져 경찰과 의경들이 24시간 내내 살피며 비상사태 발생 시 인근 지구대에서 112순찰차량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한다. 또 카메라와 함께 설치된 비상버튼을 직접 누르면 상황실과 바로 연결되며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가 나면 현장상황이 자동 녹화·저장되고 특정지점만 확대해 살필 수 있는 등 첨단기능을 갖추기도 했다.

CCTV 열풍은 비단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불고있다. 부산시는 지난 2004년 해운대 우범지역에 방범용 CCTV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해운대 구청과 경찰서가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등 5곳에 각각 1대의 방범용 CCTV를 설치, 지역 경비 강화에 나섰다.

방범용 CCTV는 구청이 6천만원을 들여 설치하고, 경찰이 중1동 치안센터에 모니터를 설치해 24시간 관리·운영 하고 있다.

골목의 파수꾼 CCTV

CCTV는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각급 학교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과 관련 일부 학교 내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가 하면 최근 교내 CCTV 설치로 사각지대를 모니터링 하는 학교들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동안 일부 불법 유흥업소 내지는 고급주택가 등지에서 ‘일부의 안전’만을 책임지던 폐쇄회로TV(CCTV)가 새롭게 변신, 이제는 우리나라 골목의 파수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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