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중진들 반발에 ‘통합론’ 숨 고르기 들어가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지난 10일 공식 석상에선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가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 참석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야권발 정계개편 분위기에 가세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던 국민의당이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적극성을 보이는 안철수 대표 등 지도부와 달리 호남 출신 다선 의원들과 동교동계 고문단에선 분당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양당 통합 논의가 있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한 셈인데, 이로 인해 정계개편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워지면서 국민의당에서 장차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당 중진부터 지역의원까지 전방위 반발…安 리더십 ‘시험대’ 올라
 
안철수계와 호남계라는 사실상 ‘쌍두마차’ 체제로 이뤄져온 국민의당이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당내 두 세력 사이에 다시금 파열음이 일어나면서 이러다 서로 갈라서는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5일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만나 양당 통합 가능성을 논의한 데 이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얘기해봐야 한다”고 자강파 수장격인 유승민 의원과 회동할 의사까지 적극 드러내며 사실상 통합 추진에 불을 붙였다.
 
특히 유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고 못을 박은 것은 물론 안 대표와의 회동 역시 “당장 만날 계획도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23일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복잡한 상황에서의 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여전히 양당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안 대표가 어떻게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자 이를 좌시할 수 없었는지 당장 중진 의원들부터 반발이 터져 나왔는데 유성엽 의원은 22일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상대 당이 어느 당이든 통합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힘을 실으려는 지도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는데 “바른정당과 무슨 통합이냐, 그들 잔류파가 아쉬워 기어들어오면 받아줄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지 무슨 조건이 거론되는 1:1 통합이 말이 되는 얘기냐”며 “왜 국정감사 와중에 지역위원장 일괄사퇴니 바른정당과 통합 논의니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거론되는지 매우 성가시고 걱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 의원 뿐 아니라 지난 21일 “햇볕정책과 호남을 배제한다니 문제 아니냐”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박지원 전 대표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선 아예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민주세력 집권, 햇볕정책 계승, 호남차별 철폐”라며 “여기서 만약 일탈하는 하나라도 생기면, 제 움직임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안 대표에 경고한 뒤 ‘지도부가 통합 쪽으로 동력을 모아갈 경우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제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며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 지도부가 지금처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강행 추진할 경우 자신을 비롯한 반대파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박 의원은 통합 반대파 의원이 5명뿐이란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라고 응수한 뒤 오히려 “바른정당에서 5석 내외, 최대 7~8석까지 올 수 있는데 그것을 위해 우리의 정체성과 지역 기반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유성엽 의원 외에 최경환,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상당수 중진들은 현 지도부가 별 다른 소통과정도 없이 강행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자신처럼 반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동영 의원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과의 가치연대와 정책연대는 필요하고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한 선거연대도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가치연대가 선행되지 않고 통합이 우선 목표가 돼 거꾸로 가면 야합이 되는 것이다. 합의되지 않은 정체성 변경은 분당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도부에 날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또 마찬가지로 호남 출신 중진인 천정배 의원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절대 안 된다”며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라고 하기엔 너무 뒤떨어진 세력”이라고 노골적으로 통합 반대 의사를 표명해 안 대표를 한층 압박했다.
 
여기에 제2창당위에서 내놓은 시도당·지역위원장 총사퇴안 역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적지 않은데, 22일 오후 안 대표가 참석한 원외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에는 195명 중 의결 정족수에도 못 미치는 불과 65명만 참석한데다 그마저도 일부의 반대로 끝내 사퇴 합의엔 실패하면서 의견이 사분오열된 뒤숭숭한 당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와중에 하루 뒤인 24일엔 당의 존립기반인 광주의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의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대체로 중앙당과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탈당을 거론할 정도로 회의 내내 무거운 기류만이 감돌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선 안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 지도부를 청산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멀쩡한 당에 그야말로 풍(風)만 일으킨 것이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안 대표 측에 대해 반대를 분명히 했던 의원을 보면 다들 무게감 있는 의원”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 분당 우려에 ‘통합’ 아닌 ‘연대’로 절충 가능성도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안 대표도 섣불리 통합을 논하기 쉽지 않아 일단 국감 뒤 논의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때마침 바른정당 자강파 측에서도 “전당대회 전까지 합당 논의는 자제해 달라”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어 급속히 부상했었던 양당 통합론은 이젠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변화를 보여주듯 통합파이면서 안 대표와 가까운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역시 2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또 일단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전당대회 이전에는 밀어붙이려야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적 기반이 좀 다르고 문화적 차이들이 좀 있다 보니까 이런 부분들은 공동의 가치를 정립해나가고 상호간에 이해와 존중을 할 수 있는 그런 숨고르기가 좀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래선지 지도부에서도 뒤늦게나마 중진들과 직접 만나며 의견 청취에 나서고 있는데, 김동철 원내대표는 24일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조찬 모임을 가진 뒤 “정책연대를 통해 선거연대까지도 해볼 수 있다는 데 중진들의 뜻을 모았다”며 “만약 그런 것들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은 말도 못 꺼내는 것”이라고 회동 결과를 전했다.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에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의견도 통합 주장도 상당하지만 반대의견도 상당하다는 게 확인됐다. 당이 통합되려면 국민여론, 당내 압도적지지, (통합에 대한) 상대의 적극적 자세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유승민 의원을 보면 호남지역 탈피라든가 햇볕정책 포기 등 국민의당과의 차이를 크게 보고 있다. 그런 상대와 어떻게 통합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통합 제동 원인은 바른정당 측에서 먼저 제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바른정당 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인데, 지난 23일 남경필 경기지사는 유 의원을 겨냥 “오직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라며 “이런 태도는 통합을 내치고 분열을 초래한다. 분열의 정치는 그만두고 제대로 된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 내에서조차 각각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양당 통합을 원하는 일부에서 기대하는 ‘12월 통합설’이 성사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지역위원장 사퇴 문제와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을 의제로 오는 25일 열릴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사실상 분수령으로 꼽히는 만큼 하루 전인 24일 안 대표가 직접 중진들과 가질 예정인 만찬 회동에서 통합 반대파를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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