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자회사 낙하산
산업은행 출신, 연이은 CEO리스크
정부약속.'혁신방안' 3개월만에 ‘모르쇠’

▲ 23일 국회 정무위 이학영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올해에도 11명의 퇴직자가 취업에 성공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정무위 국감에서 산업은행이 지난 10년간 135명을 관계사 요직에 낙하산 취업시킨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오는 10월에 매각을 앞둔 산은의 자회사에 재차 낙하산 논란이 일고있다. 이학영 의원은 ‘최순실 낙하산 대표의 후임으로 최근 산업은행 출신 부사장이 선임돼 산업은행 낙하산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국회 정무위 이학영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올해에도 11명의 퇴직자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중 지난 산업은행이 다음달 13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한 대우건설이 논란의 중심이다. 지난 산업은행은 2010년 KDB밸류 제 6호 펀드로 대우건설 50.75%를 인수했고, 10월 만기에 이르러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매각이 불가피한 상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국정농단 최순실 씨의 낙하산 인사인 전 박창민 대표가 대우건설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올해 8월 대우건설 43년 역사 첫 외부 사장으로 낙하산 후보로 지목된 뒤 곧바로 대우건설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받았다. 더구나 대우건설은 해외 건설 비중이 사업 절반을 넘는 상황이지만, 박 전 대표는 국내 주택사업이 주력으로 대우건설을 반등시키기엔 맞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앞서 대우건설은 각종 악재가 겹쳐 작년 11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후 대우건설은 올해 2월 해외 사업 현장의 잠재 손실을 반영해, 지난해 4분기 7692억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하는 ‘빅베스’를 단행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전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회계 리스크 우려를 일부 상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박사는 “건설사들이 2009~2012년 수주한 중동 플랜트 사업 손실로 인한 건설사들의 회계반영 진행형”이라며 “대우건설 역시 미청구 공사금액과 미수금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부실을 다 털어냈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실 여지의 우려를 남겼다.
 
▲ 산업은행 대출기업 재취업자(2014.1~2017.8월 기준) 현황 (단위:억원) ⓒ 김해영 의원실

올해 1월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승진했던 송문전 전 산은 부행장이 대우건설 CFO로 선임됐다. 송 대표는 1987년 산은 입행 후 투자금융부문, 기업금융부문, 경영관리부문을 거쳤고 산은을 떠나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송 대표는 매각 CEO리스크를 해소하고 대우건설에 대한 산은의 영향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호의적으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대체적인 대우건설 내외의 시선은 따가웠다.
 
금융권에서는 송 전 부행장이 산은 시절 임기를 한참 남긴 시점인 지난해 9월 은행을 떠나면서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을 진 결정이라는 해석이었다. 이동걸 회장 부임 후 단행된 첫 임원인사에 앞선 사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송 전 부행장은 떠난 지 불과 4개월인, 1월 대우건설 CFO로 복귀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불식시킨 것.
 
당시 대우건설을 비롯 업계에서는 내부인사를 CFO로 대체한다는 설이 많았다. 왜냐하면 안진회계법인이 작년 11월 ‘의견거절’평가를 내리면서 대우건설의 공사수익과 미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약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위한 내부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채권단 해외 사업장 실사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하향 검토 대상이 됐고 당연히 대우건설 내부 인사가 CFO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산은은 낙하산 논란을 감수하고 송 전 부사장을 CFO자리에 앉혔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산은은 지난 13일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 대우건설 50.75%를 전량 매각하기로 했지만, 2010년 주당 평균 취득 가액이 1만5000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25%를 붙인다하더라도 주당 7000원을 매각하면 1조3232억원, 주당 8000억원으로 매각해도 1조 685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김선동 의원은 이날 “주가상황으로 미뤄보아 산은이 희망하는 매각가 1만2000원도 희망사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며 1조원대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책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1조원 규모의 매각 손실이 나는 구조조정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산업은행과 낙하산 인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학영 의원은 “산업은행이 작년 10월 ‘산업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산업은행 채권단이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부실을 털어낸 정상기업이라는 명분으로 송문선 전 부행장을 비롯 10명의 퇴직임직원의 재취업을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 2011~ 2016년 산업은행 국정감사 지적사항 및 처리결과 ⓒ 이학영 의원실

국회와 감사원 등은 그동안 끊임없이 산은의 낙하산 문제에 대해 지적해왔다. 이에 산은은 작년 10월 ‘산업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을 재취업시키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구조조정 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이라는 명분으로 송 전 부행장을 비롯한 10명의 퇴직임직원이 관련 기업 재취업에 눈을 감았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대우건설이 현재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액은 2000억원이 있다. 고속도로사업 등 PF를 제외하면 대우조선해양(5327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산은은 국책임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을 포함한 건설사 아파트 사업장에 중도금 대출을 내줘 2464억원의 이자수익을 내며 건설업계의 비난을 받았다. 산은이 2010년~2015년 중도금대출 승인 사업장 64개중 43.7%(28개)가 대우건설 사업장이었다.
 
과거 2015년에도 대우건설은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산은 매각 1순위 대상 자회사였는데, 대우건설은 당시 3800억원 분식회계가 적발돼 20억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이학영 의원은 “산업은행은 퇴직임직원 재취업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으로 작년에는 최순실 낙하산 문제까지 불거지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취업 규제를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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