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출당 문제, 서청원-홍준표 상호 비방 폭로전으로 비화

▲ 자유한국당이 친박 핵심 출당 문제를 놓고 지도부와 징계 당사자들이 격돌하면서 해묵은 친,비박 계파 갈등이 재현되려는 모양새다. 사진은 홍준표 대표(좌)와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과감히 당 윤리위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 의원들을 내보내려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상호 폭로 비방전에 돌입하는 등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은 차치하고 오히려 점점 내홍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사실상의 출당 조치에 앙심을 품은 당사자가 과거 성완종 사건까지 거론하며 역으로 홍 대표를 몰아내겠다고 벼르자 홍 대표 역시 물러서지 않고 치킨 게임에 돌입하면서 이제 어느 한쪽이 정치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해져 이번 내홍은 정계개편에도 변수로 작용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벼랑 끝 ‘친박 맏형’, 洪에 역공 펼치며 판 뒤집기 나서
 
먼저 바른정당 내 보수통합파와 손을 잡고 양당 통합에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서 공을 들이고 있는 한국당에선 사실상 보수통합 명분으로 내세우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두 친박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서 의원 등이 본격적으로 맞서고 나서면서 대선 이후 잠잠한 듯 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당 윤리위에서 이들 3명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한 데 이어 같은 날 홍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점차 ‘친박 청산’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즉각 최경환 의원이 똑같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탈당해 보수 분열을 몰고 온 인물들을 영웅시하며 입당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하고 나선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맞불을 놨다.
 
▲ 친박 좌장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 일정상 해외출장 중 당 윤리위에서 자신에 대한 탈당 권고를 의결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한 징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도리어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역공을 펼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최 의원은 “지난 1월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한 번 내렸다가 홍 대표 본인이 복권시켜 놓고 또다시 같은 사안을 갖고 홍 대표 요구에 따라 윤리위가 징계한다는 것은 스스로 독립성을 망각하고 홍 대표의 꼭두각시란 점을 입증하는 처사”라며 “부당한 징계 결정에 대해 절대 승복할 수 없으며 더더욱 당을 떠날 수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러자 홍 대표 역시 질세라 같은 날 오후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계 사유가 다르면 얼마든지 다시 징계할 수 있다”며 일사부재리를 내세운 최 의원의 반박을 일축한 뒤 “93년에 YS가 개혁할 때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세력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고 일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홍 대표는 박대출, 이장우, 김태흠, 김진태 등 윤리위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성명서를 낸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해서도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결국 참다못한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에 대한 반격에 나섰는데, 서 의원은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홍 대표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점을 꼬집어 “고 성완종 의원 관련 사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제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홍 대표는 1심에서 유죄판결 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인데 이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사유”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대선후보, 대표로서 뿐 아니라 일반당원으로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홍 대표에게 보수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사치”라며 “관련 내용에 대해선 그에게 먼저 물어보라. 만약 홍 대표가 진실을 얘기하면 그냥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가 진실을 증명하겠다”고 주장해 이제 사태는 양자 간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위해 홍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앞장서겠다. 그 양반 자격 여부를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며 다른 친박계 의원들과 함께 집단행동에 나서서 홍 대표를 퇴진시키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아울러 서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탕아가 돌아오는데 무슨 조건이 있고 무슨 양탄자를 깔아줘야 된다는 말이냐”라며 “당론을 깨고 나간 사람들, 정권을 빼앗기도록 한 사람들이 영웅시돼서 돌아오는 그런 정치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 홍준표, 서청원에 역폭로 공세로 ‘진흙탕 싸움’ 돌입
 
이렇듯 서 의원이 성완종 사건 등에 대한 해명까지 요구하며 거세게 몰아붙이자 홍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다른 친박을 살리려고 박근혜 정권이 사건을 만들어 1년 6개월 고통을 받았던 소위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라며 “사건 수사 당시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윤모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지만 그 이후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 통화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도리어 홍 대표는 “(서 의원) 자기의 변명과 마치 내가 그때 회유전화를 한양 흘리면서 협박하는 것만 묵묵히 들었다”며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고 서 의원에게 역공을 펼쳤다.
 
또 그는 서 의원을 겨냥 “거액의 정치자금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을 때 MB에게 요구해 감형, 석방시켜 주고 사면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에게 적반하장으로 달려드는 것은 무슨 양심이 남아서인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부정을 숨기기 위해 나를 억울하게 누명 씌운 사건에 대해 내게 사과하고 반성하진 않고 그걸 빙자해 나의 당원권 시비를 운운하는 건 참 후안무치한 반발”이라고 역폭로까지 이어갔다.
 
이처럼 맞받아친 홍 대표는 재차 서 의원을 겨냥 “불법자금은 먹어본 사람이 늘 먹는다.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노욕에 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자진탈당을 촉구했다.
 
여기에 같은 날 류석춘 혁신위원장 등 한국당 혁신위까지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의 이번 결정은 보수정당의 분열과 괴멸 위기를 초래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혁신위는 이 결정에 반발하는 서, 최 의원을 반혁신 의원으로 규정한다”며 “당 분열을 책동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이들 친박 핵심 의원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특히 혁신위는 서 의원이 홍 대표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규합시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다른 친박계 의원들에게도 “두 의원의 해당행위에 동조해 경거망동하는 세력이 있다면 혁신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당 내홍 속에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가능성 있나
 
▲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시점과 관련해 “10월 말 내지 11월 초가 되면 정리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출신이자 바른정당 탈당파 중 한 명인 같은 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렬한 당 내홍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수통합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는데, 23일 오전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보수통합 시기와 관련 “10월 말 내지 11월 초가 되면 정리되지 않겠나 이런 기대감”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반면 홍 총장은 최근 흘러나오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론에 대해선 “바른정당 자체 존립성이 문제가 돼 양쪽으로 갈리는 마당에 한국당에서 누가 오고, 몇 명의 중도가 어쩌고 하는 것은 하나의 소설”이라며 “현실적으로 꿈같은 얘기 아니냐”고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이 같은 홍 총장의 전망과는 달리 바른정당에서도 내부적으로 통합에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자강파인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3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에서) 통합파들이 그 안에 들어가면 또 시끄럽게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안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 데 이어 “한국당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박 전 대통령 출당 하나 정도인데 그러할 경우 아무도 (한국당으로) 안 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통합파인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앞서 20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한국당 윤리위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을 의결한 데 대해 “보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며 “보수대통합을 이뤄나가라는 소중한 요구로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우리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해 한국당 윤리위의 결정을 평가절하한 자강파와는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 통합파 역시 국민의당과의 통합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분산되면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동력을 이전만큼 확보하지 못해 통추위 구성 또한 지지부진하다 보니 급하더라도 일단 한국당의 혼란이 잦아든 이후에야 양측 간 실질적 논의가 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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