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긍정적 전망에 지도부 고무돼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에서 자강파와 통합파가 여전히 신경전을 거듭하며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통합파와 손을 잡았다면 국민의당 쪽에선 최근 바른정당 자강파와의 통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보고 있어 장차 어떤 방향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인지 한층 예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지지율 반등’ 열쇠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그간 다당제를 내세워 줄곧 독자노선을 표방해온 국민의당이 정계개편 관련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실시한 뒤 의외의 결과를 접하고 나서 내부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지난 13~14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다른 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3.6%)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 경우엔 54.6%로 두 당의 지지율 합보다 1.1%포인트 하락하는 반면 바른정당과 통합하게 되면 현재 양당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6.5%포인트나 상승하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당은 19.7%의 지지율로 거의 20%에 육박하면서 46.3%의 민주당에 이은 2위로 올라서는 데 반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5.6%를 얻는 데 그치며 3위로 떨어지게 돼 이들의 통합은 향후 정국 구도를 요동시킬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기에 앞서 당의 기반으로 필히 살펴볼 수밖에 없는 호남의 민심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 시엔 두 당의 지지율 합계보다 떨어지는 마이너스 효과가 나는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당엔 20.9%가 지지를 보내며 예상외의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 그동안 (보수 성향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호남 민심에 반하는 것이란 명분을 내세워 반대해온 일부 중진 의원들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모두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무르며 기존 거대 양당에 비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 당이 합칠 경우 이처럼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관측인데, 이로 인해 안철수 대표 등 지도부 역시 상당히 놀란 것은 물론 당장 18일 열린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에선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운영위원회의에서 “연대와 협력이란 것은 정치문법의 기초”라며 “연대와 협력의 문제, 또 연정과 통합 문제는 국민의당이 피할 필요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이 문제를 펼쳐놓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연정·통합’을 화두로 던졌다.
 
뒤이어 지난 5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하며 양당 통합 가능성을 타진했었던 주승용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현 제2창당위 지방선거기획단 준비위원장)까지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려는 바른정당 내 보수통합파를 겨냥 “민심과 어긋나는 한국당과의 합당은 이합집산”이라며 “정치인은 누구나 역사의 어느 편에 이름을 올릴지 결정해야 한다. 바른정당은 바른 선택을 하시길 당부드린다”고 경고해 이 역시 자당과의 통합에 힘을 실으려는 목소리로 풀이됐다.
 
안철수계로 꼽히는 문병호 수석부위원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 연대 또는 통합을 논의한다면 그 대상은 바른정당이 될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적대적 양당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제3의 길을 간다는 소신과 비전을 가진 분들이 중심이 돼 바른 길을 간다면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제안했다.
 
문 위원장 뿐 아니라 앞서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안철수 대표의 지명으로 최고위원에 임명된 최명길 의원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결합하는 것은 시너지가 마이너스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극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확인됐다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관계된 모든 분들이 같이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사실상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긍정적 의사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안 대표 본인조차 지난 전당대회 전 박지원 의원과 가진 회동 중 바른정당과의 통합 의사를 이미 내비친 적이 있는데다 얼마 전 민주당에서 제안한 연정 구상에 대해선 “장난질 멈추라”고 일축했던 만큼 후일 통합론에 무게를 둔다고 하면 민주당보다는 바른정당 쪽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근래 국민의당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제2창당위원회의 ‘지역위원장 총사퇴안’ 역시 반대 진영에선 향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역위원장 자리를 비워두려고 혁신을 명분으로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통합으로 비쳐질 경우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도 18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지지율은 높아가지만 어떤 명분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당내 합의도 필요한 것 같다”며 “정치 엘리트 수준의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라고 할까, 이런 것들은 국민들에게 비판받을 소지도 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검토 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당내 호남 중진인 박지원 전 대표의 경우 김 위원장보다 하루 전인 17일 동일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은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 (바른정당) 자강파들과 함께 하면 더 큰 손실”이라며 “(양당이) 통합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느니 또는 당대당 통합 또는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엔 분명히 선을 그었을 정도로 당내에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안 대표도 19일 오전 국회에서 ‘안 대표가 여론조사를 직접 지시했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정책)연구원의 제안이었다”고 공을 넘긴 뒤 “조사 데이터를 보면 알겠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 조합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시행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또 그는 이 결과를 근거로 타 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할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도 “제3지대에 대한, 제3의 길에 대한 기대가 국민들이 굉장히 높게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확인했던 조사”라며 “우리들이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또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활동을 펼친다면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실 거라 믿게 됐다”고 사실상 즉답을 피했다.
 
◆ ‘동상이몽’ 바른정당, 내홍 속 他 당 러브콜에 고민 깊어져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자강파와 통합파 간 갈등으로 정례 연석회의조차 통합파 대부분이 불참한 반쪽으로 진행한 바른정당은 날이 갈수록 여기저기서 분당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강파와 통합파 간 갈등으로 정례 연석회의조차 통합파 대부분이 불참한 반쪽으로 진행한 바른정당은 날이 갈수록 여기저기서 분당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칫 한국당과의 통합으로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는 원외 인사 상당수는 한국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명분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예정된 대로 11월 전당대회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원외 출신인 진수희 최고위원은 1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와 통합파를 겨냥 “통합파라고 부르는 거, 동의하기 어렵다. 그냥 한국당으로 복당하려는 복당파 내지는 바른정당 탈당파”라며 “남아서 어떻게든 바른정당 지키겠다는 분들이 다수라고 보고 그동안 소위 중립적으로 관망하시던 분들도 이제는 탈당하지 않는 쪽으로 기우신 분들이 많은 걸로 제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진 최고위원은 보수통합추진위원회 구성 안건에 대해서도 “상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설사 무리해서 상정한다고 해도 바로 거부될 것”이라며 “저희들이 당 공식적으로 일탈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거부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듯 지난 16일 바른정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통추위 구성안이 시간 부족을 이유로 논의되지 못한 채 후일로 미뤄졌고, 통합파에 속하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최고위원들의 의견이나 태도로 봐선 바른정당을 대표하는 통추위원 지명 안건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진 최고위원이 언급했듯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통합파 의원 수도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인데,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지난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통합파 의원 규모에 대해 “현재로 봤을 때는 한 9명 정도”라고 했다가 17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선 “자강과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한 7명 정도씩 나뉘어져 있고 중간 지대에 한 6명 정도”라며 “7명 정도는 확고하게 탈당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종전보다 소폭 축소한 바 있다.
 
하지만 진 최고위원은 통합파가 탈당을 강행할 경우 국민의당과 통합교섭단체를 이룰지에 대해선 “국민의당 쪽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게 그렇게 썩 쉬운 일은 아니고 그 일을 위해서도 거쳐야 될 고비, 어려운 단계들이 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됐던 게 조금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자강파인 진 최고위원과 전날 그와 설전까지 벌였던 보수통합파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에서 내놓은 양당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했을 때 가장 시너지를 얻고, 한국정치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중도세력이 이끌어 간다는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하다”고 높이 평가해 과연 통합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느 당을 택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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