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금융위원회,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삼성에 면죄부 줘”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에서 4조4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에서 4조4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은 삼성 특검사태에 대해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내겠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국민약속과는 달리 실명전환을 하지 않고, 과징금도 내지 않은 채 차명계좌의 돈을 모두 찾아가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제출한 ‘2008년 조준웅 특검시 차명계좌 실명전환 실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64건의 은행계좌의 실명 전환율은 1.9%에 불과하다. 64개 가운데 단 1개만이 실명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63개 계좌는 실명전환도 하지 않고 모두 계약해지 혹은 만기해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에 차명계좌는 53건으로 1건만 실명으로 전환됐고 52건은 실명전환하지 않고 계약해지 됐다. 하나은행 10건, 신한은행 1건 역시 만기 및 계약해지 됐다.

957개 증권계좌는 단 한 건도 실명 전환되지 않은 채 모두 전액 출금(이체)됐다. 646개는 계좌가 폐쇄됐고 현재 311개 계좌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잔고가 없거나 고객 예탁금 이용료 등이 입금되어 유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증권에서 차명계좌수가 756건에 달했고 이중 488건은 폐쇄, 268건은 계좌가 유지되고 있다. 이어 △굿모닝신한증권 71건 폐쇄, 5건 계좌유지 △한국투자증권 34건 폐쇄, 31건 유지 △한화증권 15건 폐쇄, 1건 유지 △한양증권 18건 폐쇄, 1건 유지 △대우증권 19건 폐쇄 △하이투자증권 1건 폐쇄, 5건 유지 등이다.
▲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제출한 ‘2008년 조준웅 특검시 차명계좌 실명전환 실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64건의 은행계좌의 실명 전환율은 1.9%에 불과하다. ⓒ박용진 의원실


지난 2008년 4월 17일 당시 조준웅 삼성 특검은 486명의 명의로 1,199개의 차명계좌에 약 4조 5373억 원 상당의 이건희 차명재산이 예치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은 삼성 특검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모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건희 회장 측은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도록 이건희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주식과 예금 약 4조 4천억 원을 이 회장이 찾아간 것으로 나와 있다.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전환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박용진 의원실의 질의에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실명(주민등록표상 명의)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아니하여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금융실명법 제3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고,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 전환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추징해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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