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내 자강파 반대로 제동…통추위 추진도 ‘오리무중’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움직임이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반발에 직면해 제 속도를 못 내는 모양새다. 사진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바른정당 통합파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의 이른바 ‘막걸리 회동’으로 박차를 가하는 듯 보였던 보수통합 기세가 예상과 달리 이전만 못하게 떨어지면서 이러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통합을 재촉하고 있는 한국당에 비해 바른정당은 내부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오는 11월 13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적어도 전당대회 직전까진 보수통합을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마음 급한 한국당, 지도부까지 통합 당위성 역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며 당 지지율 역시 어느 회복세로 돌아서 이젠 나름 궤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수통합에 더 열을 올리는 쪽은 도리어 한국당 쪽이다.
 
홍준표 대표는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긴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을 두루 들어봤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민심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안으로는 혁신, 우혁신하고 밖으로는 보수우파 대통합으로 탄핵 이전의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바른정당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의 중심지이자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의 민심과 관련해 “80~90% 가까운 분들이 문재인 정부가 저렇게 폭주하고 있고 무능을 드러내고 있는데 보수정당이 빠른 시간 안에 통합을 해서 단일대오를 갖춰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주문이 마치 미리 짜고 나온 것처럼 저에게 많은 요구가 있었다”며 “자강해라 이런 주문은 한 10~20%”라고 밝혔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당대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과 일부 의원을 선별 입당시키겠다는 입장을 한국당에서 고수할 경우와 관련해선 “그렇게 되면 통합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조건을 달면 아마 저는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당이 아니라 국민의당과의 연대 내지는 통합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될 수만 있으면 한국정치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정계개편”이라면서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성장배경이라든지 지역 기반도 다르고 특히 안보관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결국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는 한국당과의 통합 외엔 대안이 없다는 셈인데, 한국당 내에서도 친박계 의원들은 당대당 통합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양측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10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과 관련해 “당대당 통합은 현재 바른정당에서도 응하지 않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바른정당의 내부 모습이 통합에 적절하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에 그 통합이란 말 자체도 써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통합이란) 어느 정도 같은 위상과 같은 정도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정당끼리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개별 입당을 통해서 보수가 통합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맞는 것”이라고 부연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는 양당 통합에 앞서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자 명분이나 다름없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 조치에 대해서도 “그게 진행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혁신위는 우리 당헌당규에 잇는 기구가 아니고 대표의 자문기구에 불과해서 대표에게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다. 단순한 권고 의견을 가지고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가 아니라 바른정당 탈당파 출신인 한국당 의원에게선 유 의원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1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재야 시민단체까지 할 수 있는 그림도 나름대로 그려보고 있다. 정 안 되면 부분통합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당대당 통합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림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홍 총장은 지난번 ‘3선 의원 막걸리 회동’까지 들어 “통합기구를 만들자고 했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나름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 이야기는 물밑에서 오고가고 있다”며 “지방선거가 아니라 연말 전에, 가까운 시일 안에 양당이 움직였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연내 통합’ 성사 가능성까지 점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보수대통합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기는 여건이 성숙되고 분위기가 무르익는 등 정치 환경이 성숙되면 이뤄진다고 본다”고 말해 홍 총장보다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 바른정당, 통합·자강파 입장 ‘평행선’ 여전
 
▲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0일 국민의당과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를 가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왼쪽 두번째)이 이 자리에서 대선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에서 3번째)를 만나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실상 정 원내대표가 지적한 대로 바른정당에선 당장 보수통합을 본격 추진하기에는 아직 내부가 통합파와 자강파로 양분돼 있어 통합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지도부 내에서 몇 안 되는 통합파로 손꼽히는 김영우 최고위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며 일단 통합 강행에 방점을 두려는 데 반해 자강파를 자처하는 하태경 최고위원은 같은 날 똑같이 페이스북으로 “일부 의원들이 보수혁신의 초심을 잃고 끊임없이 당을 흔들고 있다. 한국당과 야합한다면 보수 재집권은 영영 불가능”이라고 응수해 양측 갈등은 끝을 모를 정도로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남경필 경기지사마저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이분법적 논쟁은 당을 위해서도 국익을 위해서도 무의미할 뿐”이라면서도 “유승민 의원의 뜻을 존중하고 당을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 깨끗하고 따뜻한 개혁보수의 대표주자 중 한 분”이라고 자강파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여 통합파와 자강파 간 구도는 한층 확실히 굳어졌다.
 
또 남 지사는 “보수통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와 조건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해 현재의 통합 추진 움직임은 ‘명분 없는 행동’임을 꼬집었다.
 
남 지사 뿐 아니라 수도권 출신으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같은 당 박인숙 의원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의 성공이 바로 보수대통합의 첫걸음”이라며 자강파의 목소리에 힘을 더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유 의원 본인도 이날 당내 여러 의원들과 함께 국민통합포럼과 양당 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제 개편을 고리로 한 정책연대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당과의 통합론에는 거리를 뒀다.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편은 원내정당 중 한국당만 가장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를 토론주제로 국민의당 지도부와 만났다는 자체가 보수통합보다는 자강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유 의원은 이날 토론회 축사를 통해 “언론에서 과도하게 앞서서 해석하지 마시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바른정치, 좋은 정치를 위해서 언제든지 서로 가치가 맞다면 협력할 기회는 돼 있다”면서도 “협력을 한다는 게 서로 신뢰와 믿음, 이런 게 쌓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한다”고 지속적인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렇듯 자강파 의원들이 이날을 마지노선인양 목소리를 높인 건 지난번 한국당과의 3선의원 모임을 통해 합의된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출범이 바로 다음날인 11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정병국 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물론 통합파의 대표격인 김무성 의원과 4자 회동을 가졌던 사실을 공개하며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고 밝혔다.
 
회동 당시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 통합의 명분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유 의원은 한국당이 당대당 통합을 할 가능성이 없고 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명분이 없다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추진위원회를 예정대로 출범시키기엔 당내 기류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도 일부 있어 당분간 보수통합 움직임은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이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통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통합파가 국면을 전환할 어떤 반전 카드를 내놓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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