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 당 의총 대거 불참…‘자강파’ 유승민, 당권 도전 선언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하려는 통합파와 이에 반대하는 자강파 간의 계속된 신경전으로 사실상 바른정당 내부가 반으로 갈라진 모양새다.
 
그간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도 대표 권한대행 체제와 전당대회 안으로 나뉘어 충돌해왔던 양측은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방향으로 결론 내며 일단 내홍을 매듭짓는 듯 했으나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일부 3선의원들이 지난 27일 전격 만찬회동을 가지고 통합 추진 의사를 노골화하면서 자강파와 통합파의 갈등은 채 덮이기도 전에 다시금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29일 의원총회까지 열었지만 통합파 주요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각을 세워 이제 분당은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보수우파 통합 추진위’
 
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3선 의원 13명은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의 주최 하에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여 보수통합에 본격 시동을 거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날 회동엔 이 최고위원은 물론 권성동, 강석호, 홍일표, 여상규, 김광림, 김성태, 이명수, 유재중 등 한국당 의원 9명이 참석했고, 바른정당에서는 김영우 최고위원과 황영철, 이종구, 김용태 의원이 참석했다.
 
그 중 이 최고위원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듯 “국민들이 보수우파가 분열돼 걱정하며 ‘연말 전에는 통합돼라, 결판을 내라’고 한다”며 사실상 ‘통합’ 데드라인을 암시했고,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건배사를 통해 ‘우리는 하나다’라며 이런 기조에 화답했다.
 
여기에 회동 참석 직전 기자들에게 “보수대통합을 논의하러 왔다”며 만찬장에 들어섰던 ‘바른정당 탈당’ 출신인 김성태 한국당 의원도 “보수가 통합하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의 독선,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김영우 의원과 마찬가지로 ‘보수 대통합을 위하여’란 건배사를 외쳤다.
 
심지어 대선 직전 있었던 바른정당 집단탈당 당시 고심 끝내 당 잔류를 택하며 한국당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조차 “지금 시대정신은 보수가 이렇게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염원이 있다”며 한국당과의 통합에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내 당내에서 적잖은 중진들이 통합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내친 김에 밀어붙이겠다는 셈인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혔는데, 참석자 중 유일하게 비박계가 아니면서도 이번 회동을 주최한 이 최고위원은 “다음달 11일 아침 7시반에 국회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모여 ‘보수우파통합추진위’ 구성과 관련해 논의하자고 결정했다”며 “11일 전까지는 저와 김영우 의원 둘이 만나 사전 조율을 하고 당 지도부와도 협의하자”고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오는 10월 11일 있을 다음 회동에 대해선 “통합추진위가 두 당의 3선 의원들끼리 결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그날 모여 의논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추진위에 보수우파 시민단체가 들어가는지, 통합을 한다면 당대당인지 등을 그날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해 보수통합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임을 확실하게 예고했다.
 
이렇듯 ‘보수통합추진위’라는 추진기관까지 양당의 통합파 의원들이 점차 구체화시키려는 조짐을 보이자 당장 자강을 주장해온 바른정당 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자강파의 대표격인 유승민 의원은 28일 의원전체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당내 일부 의원들의 ‘통합추진위 구성’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경고한 뒤 “사전에 그런 모임이 있는지 얘기를 들은 것은 없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유 의원은 현재 바른정당 지도부 일원인 김영우 최고위원이 이번 회동에 참석한 점을 꼬집어 “최고위원이 그렇게 한 건 적절치 못하다”고 직격한 데 이어 “지금 당의 유효한 결론은 지난번 비대위가 무산되고, 당의 국회의원 20명 전원이 만장일치 합의한 11월13일 전당대회가 공식입장”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이는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통합추진위 출범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겠다는 당내 통합파의 태도 자체가 자강파에서 차기 당권을 잡기 전에 통합을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로 보고 미리 견제구를 던진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다른 자강론자인 하태경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이 참석한 한국당 3선의원들과의 ‘보수통합 논의’ 회동에 대해 “당 최고위와 사전협의된 것이 아니다. 지도부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데 이어 2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선 “아마 당내에서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될 것 같다. 창당정신을 훼손하는 해당행위”라고 문책론까지 거론했다.
 
이처럼 자강파에서 당내 통합파 의원들에 대한 문책까지 언급하며 한국당과의 통합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자 한국당에선 즉각 지도부까지 나서서 지원사격에 들어갔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8일 서울 중구에 있는 여명학교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한국당에) 오고 싶어 한다”면서도 “그런데 못 올 사람이 한 명 있다”고 사실상 하태경 최고위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3선 의원들 모임 갖고는 부족하고 당 지도부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우리 의원들 간의 과정을 거쳐서 순리대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물론 특정인물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케이스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바른정당과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같이 큰 강물로 가는 것은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자강파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일부 암시하기도 했다.

◆ 유승민의 당권 도전, 분당 가속화 시킬까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의총엔 당내 통합파 중심으로 상당수 의원들이 불참함에 따라 소속의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11명만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한국당이 바른정당 자강파엔 선을 긋는 한편 통합파와는 별도 논의를 구체화할 의사를 내비치자 바른정당에선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국당과의 통합과 관련한 총의를 모으고자 했으나 통합파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물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등 한국당과의 3선 의원 회동에 참석했던 통합파 의원들 상당수가 불참하면서 시작부터 냉기류가 흘렀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유승민, 하태경, 지상욱, 김세연 의원 등 자강파 의원들만 모인 자리가 되어 비공개 의총까지 개최한 취지가 무색해졌는데, 그나마 통합파 의원으로선 김영우 최고위원이 나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했으나 회의 결과는 자강파 주장처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는 개인 차원에서의 활동에 불과하고 기 예정된 전당대회는 당초 계획대로 치르겠다는 방향으로 나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강파에선 위기 국면을 아예 정면돌파 하겠다는 듯 지난 대선 당시 바른정당 후보이면서 자강파의 수장격인 유 의원이 같은 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의종군하겠다던 종전 입장을 접은 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주장을 겨냥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선 때 이용해서 표를 받고선 이제 와서 뒤늦게 출당 쇼를 하는 한국당, 이런 눈가림이 혁신의 전부인 양 외치는 한국당이 과연 국민의 떠나간 마음을 잡을 수 있겠느냐”며 “그런 낡은 보수로 어떻게 지방선거와 총선을 이기고, 어떻게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내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그는 보수대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이 당내 상당수라는 점을 의식한 듯 무조건 자강만을 내세우지는 않았는데, “보수대통합에 대해선 가능성을 닫아 둔 적이 없다. 한국당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 국민의당에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 다 가능성은 있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보수가 언젠가는 크게 합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통합 쪽에도 일부 여운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의 이 같은 신중한 당권 도전 선언에조차 각 진영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는데, 자강파인 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 자신이 유 의원의 출마를 독려해왔다. 썩은 보수와 야합은 보수를 생매장시키는 것”이라며 “신보수의 아이콘 유승민과 젊은 보수 하태경의 컨텐츠 경쟁으로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겠다”고 환영의 뜻을 보인 반면 보수통합에 방점을 둔 한국당에선 혹평을 퍼부었다.
 
일례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경우 29일 오후 기자들과의 오찬 도중 유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소식을 접하자 오히려 “통합시기가 좀 빨라지겠다”고 전망하면서 “(바른정당에서) 절반 이상 넘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당대당이든 개별이든 (통합은) 무조건 될 것”이라고 한층 통합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놓고 벌써부터 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보수통합이 이뤄질 것인지, 11월 전당대회까지 버티며 자강파가 당권을 잡게 될 것인지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내달 11일 열릴 통합파 의원들 간 회동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가 우선 분당 여부를 결정할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