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부동산 경기 둔화 경우 신용등급 ‘안정적’→‘부정적’ 전망

▲ 한국토지신탁이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경우 유동성 위기 및 신용등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이 나왔다.ⓒ한국토지신탁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2015년 이후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으로 주택경기 호황과 맞물려 실적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토지신탁이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경우 유동성 위기 및 신용등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신용평가는 ‘차입형 개발신탁의 명과 암’이란 자료에서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사의 진행사업장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해 규제 강화에 따른 리스크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 총 9200억원의 현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입형 개발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신용등급 저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기존 진행 사업지의 분양률이 부진할 경우,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고, 신규 사업물량 확보가 제한될 경우, 외형 급감 등 영업안정성이 저하와 미착공(신규)사업 분양을 무리하게 감행할 경우, 본원적인 사업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성근 한신평 금융평가본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을 감안하여, 2017년 6월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미 지난 6월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수주물량 소진으로 영업수익은 2019년 600~800억원 수준까지 감소하고, 영업이익 또한 2018년 1,200억원 내외에서 2019년 200억원 내외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비중이 높은 관계로 부동산경기 저하로 영업실적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신평은 2018년 상반기까지는 기존 진행사업의 자금소요로 인해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고 대부분의 진행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드는 2018년 하반기 이후에는 수주물량 소진으로 영업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전략 및 리스크관리 성과가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기존 또는 신규(미착공 포함) 사업지의 분양률이 저조하고 재무부담이 확대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진행사업지의 마무리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신규사업 또한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여 재무부담이 적정수준에서 조절될 경우 등급전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내년 1분기까지 현금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분양 실적이 어떻게 되는지, 자본 대비 진행 사업 규모는 얼마인지 등을 중점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는 주택경기 호황과 함께 2017년 상반기에는 2,4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시현했다. 차입형 개발신탁사업이 영업실적의 일등공신으로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PF 신용공여가 제한되면서 개발사업의 자금수요가 신탁시장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차입형 개발신탁은 신탁사가 사업비(공사비등)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시행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발생한 분양수익을 나누는 일종의 빚으로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차입형 개발신탁사업은 아파트개발사업의 분양성과에 연동되는 높은 실적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조 연구원은 “규제로 인해 부동산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공사대금 등 소요자금 충당을 위한 대출수요(신탁계정대)로 인해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차입형 개발신탁사업이 상당부분 수도권과 지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사업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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