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부동산 정책 관계 부처 장관 간담회는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앞에 뾰족한 대책 없이 마음만 앞선 정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2일 오전에만 해도 정부가 모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부동산 문제를 실무자도 아닌 관련 부처 장관들을 모아 논의한다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정부는 판교 분양과 검단 신도시 개발, 파주 신도시 확대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2~3년 뒤에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한가한 답변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2일 오후 들어 정부가 3일 무게 있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고 정부는 언론에 부동산 정책 관계부처 장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때부터 시장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방향에 이목을 집중하고 기다렸고 이날 참석한 장관들은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으며 2시간 가량 논의를 했지만 간담회는 알맹이 없이 끝나고 말았다.

    용적률, 건폐율 등 개발밀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철도, 고속도로 등 기반시설을 국가가 부담해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며 주택금융에 대한 금융기관 지도.감독을 강화한다는 큰 줄기 뿐이었고 용적률 등의 조정 폭, 기반시설에  대해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관계 부처 장관 회의가 소집된 배경에 대해 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고 국감도 끝나  부동산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31 등 부동산 뿐 아니라 중요한 경제 정책을 발표할 때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둬 예고를 하고 언론에 보도시점 제한  등의  협조를 얻어온 정부의 관행을 고려할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명이다.

    공교롭게도 2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코트라에서 열린 외국인투자유치 보고회에서 "요즘 부동산 문제도 혹시 금융의 해이로부터, 책임의 해이로부터 발생한 것  아닌가 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적어도 부동산값 그 자체도 문제지만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오지 않았을까에 대해 정부는 바짝 긴장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던 비서관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자 정부가 제대로 준비도 안된 채 허겁지겁 부동산 정책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급하게 소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는 회의 결과로도 나타난다.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나선 노대래 재경부 정책조정국장은 대책의 방향만 제시된 A4용지 3장 분량의 보도자료만 읽고 처음에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은 "앞으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하나였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조율되지 않은 신도시 개발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정부가 또다시 준비되지 않은 부동산 관련 회의로 시장에 혼란만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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