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 보유한 독립기구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에 대한 정부 권고안이 나오자 야당은 ‘공포정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경계와 반발을 하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사진은 개혁위 발족식. ⓒ법무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한 정부 권고안이 나오자 야당은 ‘공포정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경계와 반발을 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당이 모두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 공수처 설치안 권고...법무부 “국회의 법안 신속통과에 노력”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건설, 검찰개혁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 확립’을 위한 초석으로 기존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공수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되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법무부는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법무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공수처 설치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어 공수처가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법무부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남은 개혁과제에 대하여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원회가 권고한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독립기구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범죄에 대하여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갖고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과 그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의 직무 관련 범죄로 한다.
 
이 경우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의 3급 이상의 공직자와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경우 모든 범죄를 수사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공수처장은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사람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교수 중에서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그중 대통령이 지명한 1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특히 공수처 검사는 퇴직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수처장이 될 수 없고 퇴직한 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수처 차장이 될 수 없으며, 검사 출신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1/2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해 공수처와 검찰의 기관 간 분리를 명확하게 했다.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는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첩 요구에 응하도록 규정했고, 공수처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규정했다.
 
검찰과 경찰의 속칭 ‘셀프수사’과 관련해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발견한 경우와 경찰이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의 범죄를 발견한 경우에는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권고했다.
 
 
▲ 우원식 원내대표는 19일 “공수처 신설은 검찰개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에 매우 환영한다”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우리 검찰출신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 검찰도 검찰권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수처 신설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민주당 “국민 80%가 공수처 찬성, 국회가 응답할 차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약 80%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으며, 약 20여 년 간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국회의 법률안 처리를 촉구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오후 브리핑에서 “공수처는 이미 15대 국회의 ‘부패방지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약 20년여 간 총 13차례의 공수처 법안이 발의되었다”며 “국민의 약 80%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으며, 지난 대선 때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필요성에 공감하였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미 공수처 설치는 첫 논의가 시작된 이래 약 20여 년 간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공수처는 단순히 법무·검찰 개혁의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청와대,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범죄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 봐주기라는 비판이 있었듯이 성역은 존재해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는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직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백 대변인은 “더 이상 기득권 보호를 위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80% 이상이 공수처 설치를 요구한 상황에,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신설은 검찰개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에 매우 환영한다”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우리 검찰출신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 검찰도 검찰권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수처 신설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당도 공수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환영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19일 “이번 권고안은 정의당이 그간 강조해왔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 핵심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죄하는 것은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한 국민들의 열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공통공약이기도 했다”며 “적폐청산과 국가대개혁은 시대의 요구이다. 국회가 하루 빨리 그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푸들로도 충분한데 맹견까지 풀려고 하나? 공수처 법안을 보니 아예 대통령이 사정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작심했나 봅니다”라는 글을 공수처를 맹견에 비유하면서 올려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이 공포정치하려고 작심” 정우택 “기본적으로 반대, 최대한 신중”
하지만 대선공약에도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드러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푸들로도 충분한데 맹견까지 풀려고 하나? 공수처 법안을 보니 아예 대통령이 사정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작심했나 봅니다”라는 글을 공수처를 맹견에 비유하면서 올려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반대라며, 최대한 신중하겠다고 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문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회와 학회 그리고 법조계 등 심도 있고, 폭넓으면서도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수처라는 슈퍼검찰을 설치하면 이 나라는 검찰, 경찰 또 특검, 특별감찰관 등 기존의 사정기관 위에 또 하나의 불필요한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 ‘정권을 쥔 사람이 야당의원을 겨냥하는 사찰수단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슈퍼검찰을 견제할 장치도 현재 정부안에서 발표한 것에는 나타나 있지 않고 대통령이 공수처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자칫하면 이 나라 사법검찰체계를 파괴할 대단히 위험한 요소들이 지금 산재해 있다”며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저희들은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공수처 문제에 접근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대변인도 18일 오후 논평에서 “권한이 너무나 막강해 그야말로 ‘수퍼권력’의 탄생”이라면서 “모든 권력을 뛰어넘는 권력 독점의 공수처는 그야말로 ‘권력 위의 권력’ ‘옥상옥’”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오늘 발표된 권고안이 대폭 수용되어 실현된다면 공수처는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권력기관이 되어 비정상적인 상시사찰기구로 전락해 결국 대한민국의 권력 문제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이런 점들을 철저히 챙겨서 현재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장치가 들어가되, 현재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그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기관 될 수 있도록 챙겨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 원칙적으로 동의...독립성, 중립성, 견제장치 요구
이에 비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공수처 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은 고위공직자들의 부정 비리를 척결 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공수처 설립 필요하다는 입장 가지고 있었지만, 어제 발표된 공수처 안은 공수처에 너무 많은 권한 부여해서 이것이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 가진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권고안이기 때문에 다시 정부안이나 이런 걸로 걸러지겠지만 우려를 미리 말씀드리니 제거하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지금의 검찰 실패를 되풀이 않는 장치들 도입하길 바란다”면서 “공수처장은 여야 합의 추천이라든지 아니면 공수처장에 대해 본회의 인준 받게 한다든지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 장치 도입되지 않으면 지금 검찰보다 훨씬 더 한 무소불위 수사기관이 되면서 훨씬 더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기관 될 우려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이런 점들을 철저히 챙겨서 현재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장치가 들어가되, 현재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그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기관 될 수 있도록 챙겨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국민이 바라는 것은 크기가 아니라 독립”이라며 “공수처가 갖는 막강한 권한과 규모에 비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방안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공수처장 임명 견제장치라고 밝힌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방식을 뜯어보면 정부·여당 측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정권 편향의 검찰로부터 독립해 권력형 비리를 전담할 수 있는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공수처가 가져야 할 최대 덕목은 크기나 규모가 아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수장을 정부가 낙점한다면 공수처도 대검 중수부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며 “공수처도 사법권력기관인 만큼 수장 임명은 국회 동의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이를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은 공수처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독립성과 중립성의 확보를 위해 공수처장 임명절차, 공수처 규모, 견제장치 등의 대폭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현안과 국정감사, 예산안처리 등 주요일정에 가려있는 듯하지만, 실제로 정부안이 국회에 회부되면 각 당 별로 다양한 요구가 나오면서 쉽게 합의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막무가내로 공수처 자체를 거부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기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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