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고리 없어도 전기량 충분’
전기세 우려? 과거 누진제로 인한 한전의 ‘폭리’
2030년까지 국제기구 신재생에너지 비중 맞춰야
고용창출 등 에너지업계 전반에 투자 필요

▲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갑론을박인 가운데, 중단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추산 소요전력량과 비용이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첫 모임에서 100%에 가까운 참석률을 보이며  원전정책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과 가정용 전력부족으로 인한 요금인상 요인은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과거 누진제로 수조원의 수익을 가져간 한전의 경우 이제 원자력 사업보다는 고용창출과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고려한 에너지산업 전반에 투자·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신고리 5‧6호기 없어지면…전력부족?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갑론을박인 가운데, 중단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 추산 소요전력량과 비용이다.

17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여름철 발전설비 예비율이 14년만에 30%를 넘어섰다. 신고리 5,6호기(2.8GW) 외에도 최근 1년간 발전기 4기가 폐지되며 1.24GW의 공급이 줄었지만, 신고리 3호기(1.4GW), 태안 화력 9호기(1.05GW) 발전소 15기가 가동되면서 오히려 13GW가 늘었다. 반대로 2030년 기준 전력수요 전망치(100.5GW)는 이전 정부가 세운 7차 수급계획보다 12.7GW가 더 적다. 이는 원전 9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며, 이 같은 전력거래소 예상수치는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돼야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또 산업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의 비용이 여타 발전소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고리 5,6호기를 추진할 경우 핵폐기물 관리비용(2조7123억원), 사고대응비용(58조원), 운영 후 폐쇄비용 (1조2000억원~2조원)이 앞으로 준비돼야 한다. 반면 신고리 5,6호기가 중단되면 매몰비용 2조6000억원 사용에 그칠 것이라고 국회예산처는 분석했다.
 
♦ 가정용 전력량 부족 원인…‘누진제’
 
이처럼 전력량이 충분함에도 전기세에 대한 불안감이 건설 중단 반대 논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정용 전력비용에 대한 오해는 과거 전력수요를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누진제에서 불거진 전기세 과다책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누진제는 가정용에만 적용되며 산업용은 사용할수록 저렴해지는 구조다. 지난 3년간 상위 20대 대기업이 원가 이하로 할인받은 전기요금은 3조5000억원이다. 당시 전력소비량은 산업용 57.1%, 주택용 13.5%, 일반용 21.1%이었고 현재도 산업용, 가정용의 비중 변화는 거의 없다. 곧 전기세가 높아졌던 이유는 가정용 전력량에서 나온 전력비용은 각 가정에서 부담했다.
 
▲ ⓒ 한전의 누진제로 인해 늘어난 실적 변화 ⓒ 금융감독원전자공시

근거는 한전의 실적 변화에서 드러난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에 따라 한전은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기초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전기판매사업에서 영업손실만 2011년 3조5559억원, 2012년 3조7562억원을 내다가 2013년 263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나아가 2014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조5737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한전은 같은 순환정전 사태가 있던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4차례에 걸쳐 총 20%의 요금을 인상했다.

한전은 비슷한 량의 전기를 팔았고, 누진제로 수익은 폭리를 취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2012년부터 2014년 한전의 전기판매 매출은 약 16.2%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조5559억원에서 흑자전환하면서 총 5조4299억원 폭등했다. 다시 말해 가정용 전기세에 대한 불안감은 곧 세금이라 볼 수 있는데. 이는 과거 누진제를 통해 한전의 이익으로 전환됐으며, 전력 수요공급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 화력‧원자력에 늦춰진 친환경 발전
 
▲ 한전은 비슷한 량의 전기를 팔았고, 누진제로 수익은 폭리를 취했다.ⓒ 뉴시스
이전 정부 아래 발전단가가 낮은 화력발전소와 시공을 각 종 민간 건설사에 발주하면서 한전 계열사의 추가 화력발전과 원전건설을 가속했다. 이는 산업부 산하 한전 주도로 계열사(발전 5사‧한수원) 주도로 이뤄졌다. (당시 정부기조에 따라 파리기후협약 등에도 환경부는 목소리를 잃었고, LPG차 규제와 디젤완화 등 친산업부 정책이 이어졌다). 이 같은 한전의 독주(?)는 결국 타 에너지 산업과의 경쟁에서 ‘기울어진 축구장’을 만들었다. 환경부에서 누차 주장해 왔던 친환경에너지인 LNG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에 대한 정책 고민 역시 드러나지 못했고 기술 개발 지원조차 미미했다.

당장 LNG발전과 신재생발전에 대한 원활한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다. 발전단가를 낮추고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이 전무했던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67.7GW를 달성해야 한다. 또 37% 온실가스 감축해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위주의 정책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추가화력발전소 전면 폐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약이 나오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태양광, 풍력 등은 지역주민간의 반대에 타협점을 찾아가며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있다. 물론 이는 과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건설에 비하면 ‘극소’라 할 수 있다.
 
♦ 한전, 원자력 투자 이제 신재생발전으로
 
한전은 정부가 바뀌면서 발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한전은 정부 기조에 맞춰 2030년까지 54조원을 신재생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중인 화력발전 폐쇄와 LNG 등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대한 협조도 원활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계획중이던 화력발전 중 당진에코의 경우 SK측은 LNG발전을 선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발전사업의 매출비중은 전기판매(61.5%), 원자력(10.7%), 화력발전(24.6%), 신재생 및 기타사업 (3.1%)으로 이제껏 한수원과 5개 발전자회사에 의존해 왔고, 당분간 전기판매와 발전사업으로 고수익을 거두긴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한전의 신재생발전 사업에 따라 투입되는 인력은 31만 9000명으로 신재생분야에서 이전보다 319배 많은 고용창출효과가 생긴다. 한전은 이전 2000억원의 사업비로 0.1GW에 불과했지만 2020년 0.7GW, 2025년 5.2GW로 차차 발전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위주로, 한전은 풍력은 8.1GW, 태양광 5.0GW, 연료전지 0.4GW를 생산하게 된다.ⓒ 뉴시스

한편,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한전의 신재생발전 사업에 따라 투입되는 인력은 31만 9000명으로 신재생분야에서 이전보다 319배 많은 고용창출효과가 생긴다. 한전은 이전 2000억원의 사업비로 0.1GW에 불과했지만 2020년 0.7GW, 2025년 5.2GW로 차차 발전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위주로, 한전은 풍력은 8.1GW, 태양광 5.0GW, 연료전지 0.4GW를 생산하게 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생산량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비중을 키워 2030년까지 국제적 환경기준을 맞추고, 고용창출 등 에너지업계 전반에 터닝포인트를 잡을 시기”라며 “이는 원전정책의 점진적 중단이며, 신고리 5‧6호기가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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