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혈족 살인사건, 인간성 회복 시급

최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운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월 들어 전남지방에서는 아버지와 딸, 동생 등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이 4건이나 발생했으며, 전국적으로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품삯 요구한 언니 숨지게 한 동생 전남 영광경찰서는 19일 자신의 친언니를 폭행, 숨지게 한 혐의(폭행 치사)로 이모(51.여.농업.영광군 군남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평소 언니의 농사일을 대가없이 도와줬으나 언니 이씨가 자신의 농사일을 도와준 뒤 품삯을 요구한데 격분, 17일 오후 10시께 전남 영광군 백수읍 자신의 언니(64)집에 찾아가 언니의 멱살을 잡고 부엌 바닥에 밀쳐 뇌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다. ▲ "내 김밥 왜 먹었냐" 아들이 아버지 살해 또 지난 18일 광주 남부경찰서는 김밥 문제로 아버지로부터 꾸지람을 듣자 격분, 아버지를 살해한 고교생 이모군(17)에 대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군은 17일 오후 8시30분쯤 광주 남구 봉선동 ㅅ아파트 자기 집 거실에서 아버지(54)에게 "어머니가 나를 위해 마련해놓은 김밥을 왜 드셨느냐"고 따지다 꾸지람을 듣자 아버지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복부 등 9군데를 찌른 혐의다. 이군은 경찰에서 "최근 실직한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서 자주 꾸지람을 해 감정이 쌓인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흉기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광주 모 고교 3년생으로 성적이 전교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처와 아들 살해 후 투신자살 같은 날 낮 12시 50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서는 40대 남자가 전처와 아들을 살해한 뒤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수원남부소방서 김모(41) 소방교가 발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안씨의 전처 이모(40.카페 운영)씨와 아들(10.초3)도 이 아파트 19층 이씨의 집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 됐다. 김 소방교는 "안씨의 친척이 안씨로부터 '가족도 죽었고 나도 동맥을 끊고 죽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신고해 출동해 보니 안씨는 추락사하고, 아파트 안방에는 여자와 남자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의 전처 이씨의 가슴 부위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2군데 있었고 아들은 혀가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이 목이 졸린 것으로 추정되며 부패 상태로 미뤄 두 사람 모두 이틀 전쯤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안씨의 손목에서는 동맥을 끊은 흔적이 발견됐다. 거실 바닥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돈도 못 벌어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다. 아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내용이 3페이지 분량으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안씨와 이씨가 가정폭력 등의 문제로 1년여 전 이혼했고 고시 준비중인 안씨가 아이를 보기 위해 가끔 아파트에 찾아와 다퉜다'는 주변인의 진술과 안씨가 남긴 메모 내용 등으로 미뤄 안씨가 전처와 아들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오는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들 3명의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생활고나 신변 비관이 늘어나면서 충동적 혹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가족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명경시 풍조도 문제지만 가족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대화나 교류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말썽피우는 딸, 방에 가두고 폭행 한편 성남 남부경찰서는 19일 친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아동학대)로 김 모(45.음악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말썽을 피운다는 이유로 친딸 김 모(12.초5 휴학)양을 성남시 중원구 자신의 집 작은방에 가둔 뒤 바깥에서 자물통을 채우고 나무막대와 주먹 등으로 온몸을 때린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김 양은 3년 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아버지 김 씨는 치료를 이유로 지난해 9월 김 양을 휴학시키고 병원에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인간성 회복 운동이 함께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사회가 가족의 기능을 살려줄 수 있는 제도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운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전개돼 가족간 비극을 줄여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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