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여권 대선예비후보들 집중분석 1

통합신당창당으로 부활 날갯짓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탄탄대로 정치인생
정계개편 중심추 역할···위기인가, 기회인가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대통령 당선은 하늘만이 알고 있다고들 한다. 그만큼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 10·2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또 한번 쓰디쓴 패배의 잔을 들여 마셨다. 이제는 그들에겐 쓴 맛도 못 느낄 만큼 패배는 잔혹했다. 0대 40. 이 기록적인 연전연패는 열린우리당의 존폐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창당의 주역이었을뿐만 아니라 현 여당내 최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가 주도했던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화려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02년 12월 22일, 민주당내 정 전 의장을 비롯한 개혁그룹의원들은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낡은 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승리인 만큼 지역분열 구도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민주당이 발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동영 당시 의원과 신당창당파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국민의 의사를 받들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결의했다. 물론 ‘노무현 당’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통령을 등에 없고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을 외치며 등장했다. 민주당과의 분당과정을 거치며 탄핵의 소용돌이를 오히려 극적으로 반전시켜 여당으로 등극했던 것. 그 중심에는 항상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버티고 있었다.

승승장구한 ‘DY식’ 정치인생

1994년 4월 15대 총선. 정 전 의장의 첫 정치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주위에선 ‘정동영이가 낙승할 것이 분명하다’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막상 선거를 치루는 당사자나 주위 후원자들은 ‘전쟁’을 경험하고 있었다. 선거는 그만큼 당일이 되서야 알 수 있는 것. 결과는 물론 대승이었다. 정 전 의장은 직접 유권자들을 찾는 발 빠른 선거유세를 했고 결국 유권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전국 최다 득표 당선’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그의 정치인생은 누가 봐도 ‘날개달린 순풍’이었다. 아니 맹활약에 가까운 것이었다. 16대 총선에서도 그는 또 한번의 기염을 토해냈다. 2회 연속 ‘전국 최다 득표 당선’은 물론이고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보, 새천년민주당 창준위 청년위원장,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반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02년 12월 22일, 정 전 의장을 포함한 민주당내 개혁그룹의원들은 신당의 창당을 제안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낡은 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승리인 만큼 지역분열 구도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민주당이 발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된 것. 그들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국민의 의사를 받들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에 놓여 있었던 걸 그들은 아직 몰랐다.

2003년 11월 11일, 우여곡절 끝에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가 공식출범했다. 정 전 의장으로선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창당 후 2004년 1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열린우리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전당대회 직전까지 당지지율은 10%대. 말 그대로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0%를 상회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아직 열린우리당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이 만든 ‘노무현 당’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생각했다. “순수한 열정이 있었고 국민과 함께라면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이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의장 직선제가 논란이 됐을 무렵, 정 전 의장은 “3김 시대의 청산과 정당민주화를 주창하며 창당한 만큼 당의장 선출은 당원 직선제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의 주인인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간선제로 가자는 의견도 완강했으나 결국 정 전 의장이 공감대를 얻어 당의장 직선제로 결판났다. 그는 당의장 선거에 출마했고 당원들은 ‘정동영’을 선택했다.

탄핵 뚫고 일궈낸 ‘승리’

조금씩 국민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후 한 달, 당지지율이 25%선에 육박했다. 두 달 정도가 지나면서 드디어 당지지율이 30%를 넘어섰다. 모든 사람들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탄했다. 정동영 당시 의원은 “그러나 그 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뛰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대통령 탄핵’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선 악수를 두고 만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당은 탄핵의 역풍속에 패했고, 국민들은 2004년 4·15 총선에서 우리당에 과반수가 넘는 1백52석이란 선물을 줬다. 정 전 의장은 이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뛰고 또 뛸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서지 못하고 국민의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 뛰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실패론, 위기? 기회?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열린우리당은 말이 아니다. 지난 17대 총선이후 치러진 재보선 선거에서 0대 40이라는 패배의 쓴잔을 계속해서 맛봤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치솟는 부동산 가격, 정책의 이질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노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도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엔 열린우리당의 최대주주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마저 ‘열린우리당 실패론’을 거론하고 나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창당 주역인 정 전 의장은 최근 “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3년 전 창당 당시 정 전 의장의 ‘100년 정당론’은 온데간데없는 것. 그 다짐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듯한 모습이다. 현직 대통령이 주축이 돼 창당한 정당들이 보통 다음 정권에서 해체 과정을 밟은 것과 달리, 노 대통령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흔한 일은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행보를 보면 조만간 시작될 ‘정계개편’을 생각한 발언들을 많이 하고 있다. 즉, 분열 없는 통합신당을 다시 한 번 추진하자는 의미이며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에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열린우리당의 보이지 않는 최대 주주인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이길 수 있냐는 것.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연일 노 대통령 때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을 무시한 채 정 전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몰리 것인지는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정동영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 실패론’을 언급한데 대해 당내 친노진영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친노진영이 이끌고 있는 참여정치실천연대가 최근 정 전 의장의 '열린우리당 창당 실패' 발언을 문제 삼아 “정 의장이 개인플레이를 펼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즉, 당내 ‘친노직계’ 의원들이 아직 건재하고, 최근 청와대 특보단이 이해찬 정 총리 등 매머드 급으로 채워진 이때,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와의 기 싸움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 의장의 정치인생이 ‘위기인지·기회인지’는 정계개편이 끝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

누가 뭐래도 여권 내 대선후보 1순위는 정동영 전 의장이다. 그가 현재 열린우리당의 최대주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각종 설문조사에선 박근혜, 이명박, 고건, 손학규에 밀린 2~3%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선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은 ‘킹메이커’역할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 전 의장의 킹메이커 역할론에 대해 “지지율이 낮으니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이용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영입해온 사람들과 함께 흥행을 한다면 5%의 정동영 의장이 50%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킹메이커로 나가라고 하기는 힘들다. 김혁규, 천정배, 강금실, 등 많은 대권주자들이 후보로 나와 단일화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지금의 낮은 지지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많은 후보들을 통해 ‘범여권세력’을 통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한나라당과의 맞대결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와 그에 따른 정계개편,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 국민의 외면에 따른 파산선고···. 그러나 정동영 전 의장은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정계개편에 따라 그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여당 제1의 대선후보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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