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비판 수준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

▲ 양승태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선기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하여도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고 이 같이 밝혔다.

오는 25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양 대법원장은 이날 “우리는 사법 주권을 회복한 이래 사법부 독립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법권 독립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적 가치는 정치권력이나 외부세력 소송당사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배제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내실 있게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라며 “사법의 독립은 제도의 정비나 체제의 확립만으로 곧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계속적으로 지켜내어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근래에는 상이한 가치관 사이의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재판 독립에 대하여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국민이 부여한 재판 독립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와 같은 부당한 시도나 위협에 대하여는 의연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개개의 법관들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법행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최근 법원 내부에서의 논의 역시 성숙한 형태로 진행되어 사법의 독립을 굳건히 확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의 의미는 더욱 무겁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가치 역시 더욱 소중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말미에 그는 “공정한 재판과 독립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염원은 숱한 시련과 역사적 격변의 시기를 지나면서도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며 “우리는 그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다 함께 뜻을 모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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