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007 대권’ 꼼수 노리나?
노 대통령, 레임덕 막으려 거물급 특보단 구성
정계개편에 영향력 행사···목표는 지지기반 복원
청와대가 발표한 특보단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다. 정무특보에는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또 교육부총리 낙마 후 청와대로 복귀한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정책특보를 겸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통령 특보는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정무특보),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한.미 FTA 특보),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정책특보) 등 기존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 8명으로 늘었다.
윤태영 대변인은 인선 배경과 관련,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을 원활히 마무리하기 위해 당정 간 협의를 비롯한 정무·정책적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찬 전 총리 등 거물급 특보단을 이용해 ‘레임덕’을 조기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내년 대선을 염두해 거물급들을 대거 청와대로 등용, 당청 간 소통의 무게중심을 청와대로 쏠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임기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당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잡겠다는 메시지임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의 중심추에 서겠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17대 총선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패배, 내부에서는 정계 개편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 탈당론’ 까지 이어져 권력의 진공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즉,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청와대안에 대거 포진시켜 차기 대선 구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중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거물급 특보단을 이용해 당을 장악하고 향후 정계개편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 과연 대선후보군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대통령 특보들과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여당 내에서 정계개편론에 대한 말들이 무성한 가운데 ‘특보단’이 구성됐다는 것은 앞으로 갈등의 소지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왜 시점에서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을까. 특히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노 대통령이 통합저지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특보단 구성은 노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는 중에 특보단이 구성돼 당내 질로가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이 버티기작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밤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정무특보단 확대·강화에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특보단 구성에 대해 대체로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전례가 없는 특보단 구성을 노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윤태영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발표 당시 제기된 ‘정계개편 논의 방어용’이란 지적에 “지나치게 나가는 것 같다”며 “그동안 비서실장이 쭉 구성 작업을 해온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보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특보단 구성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여당에서 “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왜 상의도 없이 처리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팀 관계자는 “여당 분위기가 워낙 정계개편쪽으로 몰아가다 보니 대통령이 어떤 액션을 해도 오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여당에 어떠한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