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 대거고용. 나빠져 정리’ 조선소 폐쇄 배경
재가동 2019년 이후나…정부에 입장표시 '애매'
김관영, "현대重, 군산시‧5000명 근로자에 ‘사다리걷어차기’"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군산시와 정치권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통령 만찬에서만 2019년으로 재가동 시점을 늦춘다는 입장을 비췄을 뿐 이후 언급이 없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460억원을 손해를 감수하지 못하고 5000여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군산시와 정치권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통령 만찬에서만 2019년으로 재가동 시점을 늦춘다는 입장을 비췄을 뿐 이후 언급이 없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46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지 못하고 5000여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군산조선소 일부 도크를 폐쇄되는 수순이 진행되던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은 현 지주사형태로 분사할 것을 공시했다. 즉 그동안 조선업에 군산시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지배구조 개편, 즉 정몽주 아산재단 이사장 체재아래 현대중공업그룹의 재편를 위해 ‘사다리걷어차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경기맞춰 고용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새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온 군산조선소 문제와 관련한 대화록에 따르면 최길선 회장은 “내년까지는 조선업황이 어려울 것 같고 2019년이 되면 조금 올라갈 것 같다”며 “군산조선소도 어려움을 좀 참고 견디다가 2019년부터 재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 뉴시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가 살아나 수주가 늘었다’는 질문에 “통계의 착시현상으로 몇 % 더한 것 뿐”이라며 “일거리 있을 때와 달리 일거리가 떨어지니 구조조정이 바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수주를 많이 했지만 2014년 이후 기름값이 내려가면서 경기가 나빠져 발주가 끊겼다”며 “경기가 좋고 일자리가 많을 때 우리가 고용을 굉장히 많이 했고, 조선소 근처에 있는 사람은 모두 조선소에서 일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주식, 부동산, 임원숙소, 작업선, 주차장 등 온갖 것을 다 팔았고, 유동자금을 만들기 위해 최근 호텔도 팔았다”고 답했다. 정리하자면 최 회장은 “2019년이나 돼봐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군산 측도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고, 내부적으로 다시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2일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은 "현대중공업은 작년 영업 이익만 1조6천억원에 달하며 군산조선소 폐쇄로 고작 4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며 ”하지만 이걸 폐쇄함으로써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실업급여는 660억원이 넘는다"고 평가했다.
 
2010년 문을 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1조 2000억원을 들여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1조원 안팎씩 총 4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군산이 자랑하던 ‘알짜배기’ 공장이였다. 360억원의 지방세를 전북도에 냈으며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전북 총수출의 9%를 차지했다.
 
◆ 김관영 의원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는 사다리 걷어차기’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전남도 의원, 군산시의원 및 지역활동가와 함께 시위를 갖고,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의 2019년 군산조선소 재가동 논의를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김관영 의원실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행태를 ‘사다리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사다리걷어차기’란 독일의 경제학자가 주장한 이론으로 유치산업 보호의 잇점을 통해 산업적 성공을 거둔 나라(기업)이 후발국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다른 이들의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 지난 7월 2일자 기사.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군산상공회의소 등은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범도민 서명부와 함께 전북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전달했으며, 서울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 대로변에서 릴레이 시위 출정식을 개최한데 이어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과 대로변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와 플래카드 시위에 돌입했다.ⓒ 뉴시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문동신 군산시장과 박정희 군산 국회의장이 최길선 회장을 만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점을 2018년 상반기로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의견이 전달되는 수준에도 못 미쳐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며 “그나마 대통령이 불러 나온 답이 2019년 재가동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정도”라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단기적인 시각을 꼬집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어려움이 생기니, 함께 감내하려는 게 아니라, 당장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며 “그 동안 벌어놓은 것(작년에만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이 있는데, 고작 460억원을 손해보지 않겠다고 5000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협력업체들을 내쫓고 있으며 이로 인한 실업급여(국가적 손해)는 660억원이 넘는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최길선 회장이 2019년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말했는데, 당장 재가동을 시작해도 업체들 상당수가 빠져나가서 다시 셋팅을 하려면 못해도 6개월은 걸린다”며 “시간이 지나 올해 말경이면 이미 생태계는 무너져 있을텐데 못해도 2018년 상반기에 재가동을 발표하고 셋팅하지 않으면 조선소가 수주를 한다해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산은 2008년 이전 조선소가 들어설 때 당시 군산부동산 최고의 투자처였던 새만금 일대에 안쪽 자리를 내줬다. 동산 가치만 해도 계산이 안 될 수준이다”이라며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로 사업재편을 하고 있다. 군산 시민과 고통분담을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시사포커스DB


또 “군산조선소는 전북 총생산의 1/10, 군산의 1/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주 다음으로 총생산이 많다”며 “국가적 뇌관이라 할수 있는 곳(군산조선소)에서 고통 감내를 하려면 지역과 기업 모두 참여해야 한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지배구조는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기업이라해서 손실보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무시하고 실속만 차린다면 향후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7월 2일 현대중공업 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각 상장자회사에서 20%이상을 매수하며 25.8%를 소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4개의 계열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를 거느리는 지주사 형태를 완성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길선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만담 자리에서 여러 수주상황을 설명했다"며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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