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실적, ‘판매 62% vs 소비자 2%’…불완전판매 ‘횡행’

▲ 금융노조가 은행 사업장 조합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의 KPI(핵심성과지표) 실적 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응답이 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에 상품을 강매한 경험이 한 차례이상 있다는 답변은 75%에 달했다. 자신이 상품을 구매하는 경험이 있다는 행원도 40%이나 됐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은행원들의 과도한 실적경쟁에 따라 금융소비자인 고객이 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영업관리와 인사고과를 위해 사용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행원들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최종소비자인 고객은 은행의 실적강요에서 파생되는 폐해를 그대로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노조가 은행 사업장 조합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의 KPI(핵심성과지표) 실적 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응답이 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에 상품을 강매한 경험이 한 차례이상 있다는 답변은 75%에 달했다. 자신이 상품을 구매하는 경험이 있다는 행원도 40%이나 됐다.
 
따라서 은행의 KPI 실적평가로 인한 부작용들이 은행원이 아닌 고객들의 몫이 되버렸다는 게 노조와 금융관련 시민단체의 일관된 평가다. 과도한 출점 경쟁과 예금이나 대출상품 유치전에 따른 비용은 적어도 행원은 급여로 보상받지만, 지인 강매나 행원의 실적을 위한 불완전판매로 인해 금융소비자는 필요하지 않거나. 재무상황에 맞지 않는, 혹은 과도한 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실적평가인 KPI 중 ‘소비자보호’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나머지 영역 구성은 평균 62.6%가 신규상품의 판매 등에 배정됐고, 관리지표(11%), 재무(10.8%), 사회공헌(6%)순이었다. 즉 창구나 방카 등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행원들이 인사고과에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상품판매에 신경쓸 수 밖에 없게 된다. 은행에서는 고객서비스나 치밀한 재무설계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창구에서는 입출금, 공과금 납부등 노인 층에 대한 업무가 많지만, 사실상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돈이 있을 만한 고객에는 예적금 상품도 함께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보험사의 연금상품의 경우 팀장이 직접 나와 고객의 연령과 관계없이 상품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은 내규라며 편리한 대로 고객을 차별하고 있는데 고액거래를 하는 고객들에게는 우대금리를 적용해 수수료를 빼주거나 대출액 기준을 임의로 적용하는 등의 대우를 해주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일반 서민 고객에게는 일반 금리와 까다로운 대출기준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들의 과당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은행만 취급하는 IRP의 경우 벌써부터 실적 강요에 따른 계좌수 개설 경쟁으로 행원들의 지인판매나 ‘자폭(자기판매)’ 등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기관 공공성은 외면한 채 과당경쟁으로 은행의 실적극대화에 강요에 따라 행원은 불완전판매를, 주로 서민 금융소비자들은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다 피해를 입는 등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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