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에 파업까지 돌파구 안보여

▲ 현대자동차노조의 부분파업에 이어 동생격인 기아자동차노조도 부분파업을 단행하면서 올해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현대자동차노조의 부분파업에 이어 동생격인 기아자동차노조도 부분파업을 단행하면서 올해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막 오른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미국측이 자동차업종에 집중적으로 재협상을 원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현대기아차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파업 악재까지 겹치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위기 외에도 품질 및 기술 등 경쟁력 약화도 현대 기아차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에도 파업 강행하는 노조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노조는 부분파업으로 6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기아차는 22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달말을 전후해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면서 기아차가 패할 경우 영업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사드 악재와 노조의 파업, 통상임금 소송, 한미FTA 개정 등 곳곳이 암초로 둘러싸여 있다. 상반기 현대차는 영업이익 2조595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6.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34.3%나 떨어졌다. 사드 악재로 인해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7870억원을 올려 작년 대비 44% 급감하면서 2010년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6년 4.7%, 2017년 상반기에는 4%선이 무너졌다. 2012년 7.5%에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상반기에 사드가 현대차 실적을 갉아먹었다면 하반기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실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에 따르면 22일 현대차노조의 다섯 번째 부분파업과 세차례 휴일특근 거부로 2만4천여대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기아차마저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작년과 같은 장기파업으로 이어질지 사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자동차업계가 판매량 감소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위기에 동참하지 않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다. 자동차 시장이 호황기에는 임금 인상 요구가 당연시 될 수 있지만 업계의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 현대차노조는 부분파업으로 6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기아차는 22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재 현대차는 사측과 노조는 임금인상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호봉승급분(정기승급분 + 별도승급분 1호봉 = 4만2천879원)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 등의 요구로 맞불을 놓고 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사측에 기본급 15만4천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양사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자동차업계 규모에서 비롯됐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GNP 비중이 18%에 달한다. 여기서 파생되는 타이어 및 부품업체, 전자회사까지 미치는 파급효과를 따지면 30%에 이르는 수준이다. 1,2,3차 부품업체 고용인원만 2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보니 현대기아차가 위기를 겪으면 전 산업에 미치는 타격은 크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곧 부품업체 및 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가 임금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를 갖고 협상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노조의 파업이 생계를 위한 최후 선택으로 여겨졌지만 ‘귀족노조’로 불린 이후부터 임금 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차 파업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면 부품업체 타격은 원청보다 더 크다”며 “작년 한해 파업으로 인해 손실이 커졌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파업이 장기화되면 경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작년 12년 만에 전면파업으로 인해 현대차는 14만2천대 생산 차질로 3조1000억원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협력업체 손실도 1조원 이상 인 것으로 추산됐다.
▲ 기아 자동차 각국 판매량 추이ⓒ나이스 신용평가

◆경쟁력 약화에 줄어드는 R&D투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도 현대기아차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유독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기아차 해외생산은 189만 대로 작년 220만대에 비해 31만대 감소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0.1%, 9.9%감소했다.

중국 시장 감소는 더욱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42.4%감소한 30만대 기아차는 54.6% 감소한 13만대 총 47% 감소한 43만대 판매에 그쳤다. 감소폭만 보면 40만대가 줄어든 것으로 유럽 및 신흥시장에서 성장을 중국에서 다 날린 셈이다. 

경쟁사와 비교에서 성능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뛰어나다는 이미지도 희석되고 투자도 경쟁사보다 뒤처지는 점도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선진 경쟁업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탓에 현대기아차가 이 틈을 비집고 판매 확대에 나서면서 판매가 급증했지만 이후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경쟁사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현대기아차가 미국 및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S 공감토론>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 진단과 대책’에 패널로 나선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이나 유럽의 평가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기술력이 좀 약하고, 품질 문제, 디자인 정체성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보니 미국과 중국에서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지금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R&D 집중도(매출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용은 9952억원으로 R&D 집중도는 2.1%로 작년 상반기와 같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용은 7066억원으로 R&D 집중도는 2.7%로 작년 상반기 비해 0.2% 떨어졌다. 양사 R&D 집중도는 2.3%로 작년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0.4% 떨어졌다. 해외 경쟁사들의 3%~5%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들고 있는데 파업까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가 커질 것이다”며 “협력적 노사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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