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산 전환에 롯데쇼핑 실적 국민연금 의결권 변수

▲ 신동빈(사진,좌)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사진, 우)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의 지주사 전환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의 지주사 전환을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17일 롯데그룹과 SDJ코퍼레이션은 이날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지주사 전환 여부에 대한 주주 관련 입장을 내놓으며 29일 주주총회까지 날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신동빈 압박
롯데그룹은 이달 29일 주주총회에 앞서 신 전 부회장측의 지주사 전환 흔들기에 방어 공세를 이어가는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측이 롯데 지주회사 체제전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당시 무대응으로 일관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그런데 무대응 방침은 롯데소액주주연대 모임이 롯데 4개사 분할합병 반대 촉구에 나서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이들 소액주주들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의 분할합병안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롯데쇼핑의 심각한 사업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얄팍한 경영진의 술책”이라고 판 흔들기에 나선 것.

이들 모임은 지난 1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앞으로 ‘롯데 4개사 분할합병 반대 촉구’ 탄원서를 1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3일 만에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가체 제고 방안을 담은 내용을 알렸다.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롯데그룹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롯데의 아픈곳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주주제안 내용들 가운데 이들 모임이 주장한 내용도 신동빈 회장에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롯데쇼핑㈜의 사업위험이 제대로 평가되어 반영되지 않은 점 ▲기존 분할합병안은 특정 주주의 이익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 ▲기존 분할합병안은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초래 할 것이라는 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주주제안을 밝혔을 당시 롯데그룹은 사장단 회의에서 신 전 부회장측의 주주제안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이 나서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이 모임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의 자문역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특별고문으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려는 지주사 전환에 제동을 거는 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 모임의 행보가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공격하는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소액주주들의 희생과 손해를 강요하는 부당한 경영해위를 하고 있다고 소액주주모임연대가 분할합병 반대 촉구에 나서자 롯데그룹은 17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가 향후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2배 이상인 30%까지 늘리고, 중간 배당 실시도 추진해 주주가치를 제고 방안을 밝혔다. 
▲ 지주사 전환에서 우려되는 부문은 롯데쇼핑의 실적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사드 영향탓에 국내외 영업부진이 길어지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지주사 전환 변수는 신동주·롯데쇼핑·국민연금 
신 전 부회장이 29일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이사진 복귀에 실패했고 버팀목 역할을 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마지막 남은 롯데알미늄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사실상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나게 됨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경영복귀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신동빈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롯데 4개사 분할합병을 승인 받으면 10월 롯데지주사가 출범하게 된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당시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른 것으로 무엇보다 당시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롯데그룹의 지주사였던 호텔롯데에서 롯데지주로 변하게 된다. 10월 출범을 앞둔 롯데지주 주주 구성을 보면 국내 주주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동안 롯데그룹은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울 수 있다. 무엇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런 관측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제동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면 더 이상 경영권 확보에 나설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어서다. 

지주사 전환에서 우려되는 부문은 롯데쇼핑의 실적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올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고, 영어이익은 22.3%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 873억원을 올려 작년 분기대비 57.9% 급감했다.

롯데하이마트, 편의점 부문에서 선방했지만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국내외에서 영업부진을 겪은 탓이다. 하반기에도 사드 영향으로 실적 부진 전망과 함께 롯데쇼핑의 현금창출원인 백화점 수익 악화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통사업 전반에 걸쳐 투자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 부진은 분할합병을 앞둔 롯데쇼핑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13.46%, 롯데제과 9.07%, 롯데칠성 5.71%(의결권 주식), 롯데푸드 1.9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4사의 투자회사 분할비율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가 0.7038, 0.1069, 0.3539, 0.1734로 되어 있다. 투자회사간의 합병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가 1 : 11.0717542 : 23.5969966 : 10.0130043의 비율로 되어 있다. 롯데쇼핑의 합병가액은 86만4374원으로 돼 있다. 롯데쇼핑 수익가치가 자산가치보다 2.4배 많이 평가됐다. 결국 롯데쇼핑 기업가치가 지주사 지배력 강화의 핵심일 수밖에 없어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이외에도 29일 주총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가 의결권 행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과 주식교환과 관련, 사안별로 검토해 행사하되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한다고 돼있다. 롯데소액주주모임연대가 주주가치 훼손을 제기한 만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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