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복지국가는 없어...미루다가 이뤄지는 증세는 시민들의 신뢰 해칠 것”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해 “대한민국은 지금 ‘전환의 계곡’을 건너는 중”이라며 “기득권 세력의 반격과 낡은 질서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그래야 촛불 이전의 대한민국을 넘어 정상적인 민주공화국,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고 촛불혁명 또한 완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해 “대한민국은 지금 ‘전환의 계곡’을 건너는 중”이라며 “기득권 세력의 반격과 낡은 질서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17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주요 정당과 언론 모두 100일 성적표를 매기기에 바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1,725일”이라면서 “국정농단이라는 폐허를 넘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는 일에 1,725일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의 열망에 부응하여 초심을 잃지 말고 개혁에 매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지금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을 건너는 중”이라며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그스키가 사용한 이 용어는, 원래 권위주의국가가 민주주의국가로 변모할 때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시행착오와 사회적 고통을 의미합니다만, 지금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들어맞는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환의 계곡’에서 기득권 세력의 반격과 낡은 질서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면서 “그래야 촛불 이전의 대한민국을 넘어 정상적인 민주공화국,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고 촛불혁명 또한 완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정부는 ‘전환의 계곡’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중대한 과제 앞에 주춤거리거나 후퇴해서는 안 되는 막중한 사명을 지녔다”며 몇 가지 우려사항을 꼽았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에 대한 비전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새정부 인사에서 결국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소극적인 조세전략은 과감한 복지증세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에 대해 이 대표는 “민의를 배반하는 정당질서를 만들어낸 현행 선거제도는 이제 바뀌어야만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은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당정치를 정상화하는 정치개혁 구상을 속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국가의 모든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화해 나가는 개혁의 최종 완성이자 국민주권시대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 개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목하면서 “대기업과 미국의 이익에 경도된 10년 전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장본인에게 또 다시 협상을 맡긴다면 경제주권과 통상이익은 더욱 후퇴할 것이다. 거대기업들의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통상관료들의 엘리트주의적 통치 또한 더욱 강화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듭 말씀드리지만 새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이런 식의 인사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의 복지확대에 대해 정의당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제출된 세법개정안은 복지수요와 사회 변화에 맞는 재정지출 증가를 뒷받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불제 복지국가는 있을 수 없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뤄지는 증세는 결국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해치고 말 것”이라며 “이것이 정의당이 계속해서 보편적인 복지증세에 과감히 나설 것을 주장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증세를 위한 대담한 계획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다가 돌을 맞을 일이 있다면 정의당이 먼저 맞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강대강 무력을 통해 유지되는 ‘공포의 평화’는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라며 “정부 또한 한미동맹 일변도를 벗어나야 한다. 영리하고 자주적인 다방면의 외교를 펼쳐야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시급한 것은 사드배치가 아니라 평화정세를 주도하는 것”이라며 “정의당은 사드배치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것임을 이미 경고했다. 이번 주에도 성주에 가서 평화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100일에 대한 정의당의 비판을 그저 야당의 상투적인 비판 중 하나로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촛불정부를 함께 탄생시킨 정의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환의 계곡’을 넘어서는 디딤돌로 여겨주길 바란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은 1,725일 동안 정의당은 정부가 미처 다 대변하지 못하는 촛불의 정신을 지키는 데 자신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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