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고 각서 쓰고 주도적이고 치밀함 보여, 건설사10곳 임직원20명 불구속 기소

▲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대림산업과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등 10개 건설사들의 담합행위는 치밀함 그 자체였다. ⓒ각사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3조5495억원 상당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대림산업과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등 10개 건설사들의 담합행위는 치밀함 그 자체였다. 

LNG 저장탱크는 시공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입찰 참가 요건으로 시공 실적을 요구한다. 그렇다보니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번 담합행위로 드러난 건설사에는 대우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대림건설 등 시공능력평가순위 11위 안에 드는 대형건설사들이 포함됐다. 시공능력 순위에서 밀리는 나머지 중견 건설사들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지만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가 참가자격 완화조치로 입찰 자격을 얻었다.

문제는 대형건설사들이 천문학적인 대규모 사업이라 낙찰을 위해 경쟁보단 짬짜미로 나눠먹기로 변질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대형건설사들이 참가 자격을 얻은 건설사들까지 끌어들여 짬짜미를 유지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들 건설사들이 제비뽑기로 낙찰순서를 정하고 낙찰 뒷순이었던 신규건설사들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자 “마지막 입찰때까지 합의를 유지한다는” 기존건설사들의 각서로 의심을 잠재웠던 게 7년여간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른바 출혈경쟁으로 상처를 입는 것 보다 ‘평화’를 택했던 10개 건설사들의 조직적인 담합이 3조5495억원 수주가 가능했던 것.

이런 행위로 인해 낙찰률은 올라랐다. 실제 담합을 통해 나타난 낙찰율을 보면 2005~2013년 78~96%다. 실제 건설사들의 통상적인 낙찰율이 69~78% 수준인점을 감안하면 10~18%가량 높아진 셈이다. 미리 정해진 낙찰사를 위해 다른 회사가 들러리로 서 주는 방식이 활용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심각한 것은 이렇게 낙찰가율이 올라가면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입찰을 재검토하거나 의심을 해봐야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는 이유다. 담합행위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김재균 전 의원이 “한국가스공사 배관망 건설공사의 최저가 낙찰률이 평균 84.64%에 달해 일반 관급 공사의 낙찰률 71~72%를 크게 웃돈다”며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2014년 5월 경찰이 수사를 재개할 때까지 입찰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의무가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이런 담합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서야 공정위에 공문을 통해 조사를 의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는 10개 건설사와 소속 임직원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은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을 받았다. 
▲ 2015년8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공정경쟁과 자정실천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여 사과한 모습. ⓒ대한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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