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출마 강행에 호남 출신 의원들 대거 반발…안철수 출당 추진도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3일 8·27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공표하면서 불거진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그간 안 전 대표를 만류해온 같은 당 의원들은 물론 당권 경쟁자들까지 한 목소리로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심지어 일부는 이미 발표한 전대 출마 선언을 번복케 해보겠다고 발언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호남계, 안철수 출마에 맹폭…공세수위는 ‘자체조절’
 
앞서 안철수 전 대표는 정동영, 천정배 의원처럼 이미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들은 물론 박지원 전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의 당내 중진 인사들까지 두루 만나며 자신의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한 견해를 들었는데,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보 조작 파문으로 사과 회견을 연지 불과 20여일만인 지난 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 후보로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러자 당장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만류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이자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 회견 직전에도 당내 동료의원 11명과 함께 출마 반대 성명에 동참한 바 있는 황주호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모든 게 그렇지만 특히 정치에서는 때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안철수 대표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특히 황 의원은 과거 이승만 정권 시절 있었던 3·15부정선거에까지 비유해 “4·19혁명이 일어나서 새 정부가 민주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통령 선거에 3·15부정선거 최고책임자가 출마한다면 그때 어떻게 되겠나”라며 “안철수 대표는 우리 당에서 도덕적, 정치적으로 출마하지 않아야 할 가장 첫 번째”라고 거듭 안 전 대표 출마에 반감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에게 불출마하라고 조언했었던 박지원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때 안 전 대표를 필요로 하는 그런 일들이 있을 것이고 또 후보들에게 지원해주는 게 바람직하지, 일선으로 나오는 건 아직 명분과 실리가 없다”며 “40명의 의원 중 제가 알고 있기로는 3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적극 만류하고 있다”고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게 다시 한 번 당과 자신을 위해서 또 당원들을 위해서 한번 재고를 해보도록 하는 그러한 노력을 하겠다”며 “지금 현재 등록은 8월 10일, 11일 양일간에 이루어져 앞으로 약 일주일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안 전 대표 설득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안 전 대표가 끝까지 출마를 강행한다면 여러 방면에서 압박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려는 듯 “당의 고문들, 그분들도 어제만 하더라도 굉장히 분노의 경지에 도달해서 탈당을 고려하겠다고 쭉 말씀하셨고 다음 주 초에 고문단 모임을 가져서 의사표시를 하겠다 이런 얘기를 전달해 왔다”고 한 데 이어 당내 일각의 ‘낙선운동’ 목소리에 대해서도 “그러한 의사표시를 지금 하는 것은 선거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 강행이 자칫 제보 조작 파문에 대한 책임론까지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는지 “대선패배나 제보 조작 사건 문제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며 “그렇게 노골적인 얘기보다는 지금 안 전 대표가 등판하는 것이 시기상조다, 이런 걸로 정리를 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수위조절에 나섰다.
 
또 안 전 대표의 출마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의 정치적 존재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출마한다, 그렇게는 생각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흘러가서 (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도 있고, 또 실제로 민주당과 즉 문재인 정부와 지나치게 협력관계를 이루어서 야당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염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여러 해석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진화시키려 했다.
 
이는 안 전 대표의 전격적인 출마선언엔 각을 세우면서도 당 전체를 뒤흔드는 수준으로 비화되지는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누구보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기지 않을 당권 경쟁자들 중 일부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안 전 대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면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공식 천명한 바 있는 정동영 의원은 4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본인의 출마 배경과 의지와 상관없이 당과 당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안 전 대표) 말씀으로는 성당후사라고 말합니다만, 내용은 선공후사”라고 안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도 일각의 ‘탈당 도미노설’에 대해선 “어려운 때일수록 단합해야 한다”며 단번에 일축했다.
 
오히려 정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끝내 경선에 출마할 경우에 대해 “당연히 민주주의 절차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경쟁하고 승복하고 하는 게 핵심”이라며 “정정당당하게 어떻게 하면 당을 살릴 것인지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서 당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맞다”고 수용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 천정배 의원은 당권 경쟁자가 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국민과 당은 물론 안 전 대표 본인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는 후보도 있는데, 안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서 당을 이끌었던 천정배 의원은 전주MBC라디오 ‘유기하의 시사토크’에서 “안 전 대표가 출마했다는 것은 단지 당 대표 경쟁자가 한 사람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만일 그런 의미만 갖고 있다면, 그냥 끝까지 경쟁하면 된다”며 “안 전 대표 출마는 당의 존폐 기로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태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고 말고가 아니라 당 자체가 이것으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천 의원은 “안 전 대표 출마는 국민들께도, 국민의당에도, 안 전 대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있어선 안 될 최악의 결정”이라며 “40명의 의원 중에 안 전 대표의 출마에 찬성한 사람은 단 1명이다. 39명이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親安까지 분열…지도부도 내홍 될까 ‘전전긍긍’ 속앓이
 
이렇듯 당권 주자 사이에서도 안 전 대표에 대한 시각차가 나오는 가운데 친안철수계로 알려졌던 의원들까지 이번 사태로 반응이 저마다 갈리는 모양새인데, 지역구가 수도권인 이언주 의원은 천 의원이 지칭한 1명에 해당하는지 지난 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증거조작사건과 대선패배에 대해서 책임이 없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라며 “이왕 이렇게 결심한 이상엔 이제 뒤돌아보지 않고 좀 의연히 가야 한다”고 사실상 안 전 대표에 지지를 보냈다.
 
아예 이 의원은 그간 저울질하고 있던 당권 도전 의사마저 접으려는지 “사실 저도 안 대표하고 같은 그런 방향성과 노선”이라며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게 훨씬 더 영향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면 저는 그것을 돕는 게 맞겠다”고 안 전 대표 지원 의사까지 피력했다.
 
이와 달리 지역구가 광주광역시에 있는 김경진 의원은 같은 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평소 친안철수계 의원으로 분류됐던 게 무색할 정도로 “(대선 때) 의원직을 사퇴를 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만약에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를 한다면 한동안은 정치 전면에 나서서 않겠다는 함의가 포함된 것이 아닌가”라며 “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전면에 안 나서는 게 맞을 것”이라고 안 전 대표 출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정치라고 하는 게 민심에 부합하는 명분 그리고 믿음이라고 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명분도 조금 부족하고 신뢰도 깨뜨리는 과정 아닌가”라며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박지원 전 대표가 말씀하신대로 안 후보에게 우리 입장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전할 생각”이라고 덧붙여 안 전 대표보다는 호남 의원들 쪽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처럼 당이 점차 분열 양상을 띠어간다고 느꼈는지 호남 출신이지만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통해 “특정인의 출마와 관련된 시시비비 논쟁과 과열을 모든 당직자들은 삼갔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를 보다 확실히 하려는지 박 위원장은 “당이 통합되는, 혁신하는 전당대회가 돼야지 분열되거나 구태를 재현하는 전당대회가 돼선 가망과 희망이 없다”며 “적어도 민주법치국가의 민주공당에서 참정권이 있는 분은 누구든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하는 것은 당을 위한 사명감과 책임 하에 출마한다고 생각해 환영할 일”이라고 안 전 대표 출마를 둘러싼 논란에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 출마에 가장 반감을 보이고 있는 동교동계 출신의 당 고문들은 오는 8일 고문단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탈당이 아닌 안 전 대표의 출당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안 전 대표 전대 출마로 촉발된 당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지도부가 우려한 것처럼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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