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보험금 지급거부 소견내는 익명의사에 ‘年 175억’ 사용
삼성, 2만1878건중 6662건…보험사 자문의 ‘공개의무화’필요

▲ 국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기준 의료자문건수는 총 2만1878건이었고, 이중 삼성계열 보험사가 6662건으로 30.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연 평균 9만건의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자문의사 비용으로 연 175억을 지출하고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사들은 자문의 제도를 명분으로 피보험자의 장해등급이나 진단금 하향 등 나아가 거절까지 주로 보험금 지급액 거부나 삭감에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생명 거부 사례 : 경상북도 포항에 거주하는 김씨는 2014년 6월 25일 쓰러져 포항인근대형병원에서 급경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보험을 들어놓았던 김씨는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입원비 등 실손보험료를 취급하는 삼성화재는 즉각 지급한 반면, 수천만원의 진단금이 해당하는 삼성생명은 급성이 아닌 열공성 뇌경색이란 자문의의 소견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국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의료자문건수는 총 2만1878건으로, 이중 삼성생명·삼성화재가 30.1%(6662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연 평균 9만건의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의료자문 비용으로 연 175억을 지출하고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사들은 의료자문 제도를 명분으로 피보험자의 장해등급, 진단금을 하향조정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에서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민원 비율이 20.3%(124건/611건)에 달했으며, 이를 근거로 해 연간 1만8000건 정도가 이들 보험사 자문의 자문결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삼성생명‧삼성화재 의료자문건 1분기 전체의 30.1%
 
1일 금융감독원의 ‘2017년 1분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1분기 국내보험사의 의료자문건수는 생보사 7352건, 손보사 1만4526건으로 손보사가 곱절 높았고, 이중 삼성계열 보험사가 6662건으로 전체 자문건수의 30.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계열 보험사가 6662건으로 전체 의료자문건수의 30.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소비자연맹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생보사는 삼성생명으로 전체 7352건 중 2690건(36.6%)을 차지하고 있고, 2위는 한화생명이 1187건(16.1%), 3위는 교보생명 965건(13.1%)순이었다.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건은 전체 1만 4526건으로 생보사의 2배 규모였으며, 삼성화재가 3972건으로 27.3%를 차지하고, 2위는 동부화재가 2298건(15.8%), 현대해상이 2136건(14.7%)순이었다.
  
◆ “보험사 자문의 제도는 '불공정 거래'…공개 의무화해야”
 
보험사의 의료자문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보험사의 의도가 개입된 자문소견이 도출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자문 비용이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한 뒤 바로 의사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병원수입에 기록되지 않아 내역을 알 수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융소비자연맹 자료에 따르면 상계백병원의 경우 연간 7832건의 보험사 자문을 해주고 담당의사들이 15억 664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으나 병원 측에서는 수입으로 잡지도 않았고, 따라서 내‧외부에서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 자문의는 법원의 신체감정의도 겸임(2007년 기준 보험사 자문의 63%, 법원자문의 35%)해, 보험소송에서 소비자가 99%패소율을 나타냈다”며 “아직도 모든 대학병원들이 보험사자문의 역할도 하고 있어, 법원 신체감정의에서 배제시키겠다는 법원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이 20.3%(민원 거절, 124건/611건)에 달하며 연간 1만8000건 정도가 이들 보험사의 자문의를 통한 자문결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 YOU TUBE 캡쳐

한편 보험사들은 자문의뢰의 분포를 살펴보면 특정 병원과 의사에게 집중돼 있었다. 생보사의 의료자문이 가장 많은 병원은 고대부속안암병원 신경외과(596건)이었고, 인제대상계백병원 정형외과(476건)‧재활의학과(421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대부속안암병원 신경외과에는 삼성생명 자문건이 431건이나 몰려있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환자가 다치면 인근 병원으로 찾아간 뒤 진단서를 끊고 이를 첨부해 보험금청구서를 보험사에 요청한다. 보험사는 이 때 다시 자문의에게 보내고 검토 후 자문의의 재진단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계약자가 억울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해도 소송비용 부담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기 많다"고 진단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사의 자문의 제도는 일종의 불공정거래”라며 “보험사에서 대가를 받는 자문의들을 보험계약자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불공정한 보험금 지급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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