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TK중심 보수 재건…바른정당, ‘洪 견제·민생 전략’ 병행

▲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생특별위원회20 출범 및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동안 원내대표가 대표직을 대행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홍준표·이혜훈 대표가 선출된 이후 새 지도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이전부터 보수적통 경쟁을 한 바 있는 두 보수야당이 다시금 2라운드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한국당보다 일찌감치 대표를 내놓고 재정비에 나섰던 바른정당에선 이제 막 당 수습에 들어가려는 홍준표 체제를 겨냥해 강력한 견제구를 던지면서 ‘흔들기’를 시도하는 한편 지역민심을 잡기 위한 민생행보에도 힘을 쓰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분위기고 한국당 역시 이 같은 공세를 차단하는 데 부심하면서도 일단 당 혁신이 우선이라면서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1야당이란 규모로 버티며 ‘무시 전략’으로 나가려는 한국당과 대선 직전 있었던 당내 혼란을 모두 정리하고 소수정예로 ‘다크호스’가 되려는 바른정당 중 어느 쪽이 최후에 미소 짓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은 두 당의 신임 지도부로 쏠리고 있다.
 
◆ 한국당 견제 나선 바른정당, ‘洪 때리기’·‘민생 행보’ 투트랙 가동
 
소속의원 20명으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턱걸이로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에선 보수적통 경쟁에서의 승리가 당 존립 여부와 직결되는 만큼 당장 한국당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홍준표 대표 때리기부터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당의 새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예방한 채 평소 자신의 발언대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의 ‘의도적 무시’에 맞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홍준표 때리기’의 선봉엔 먼저 이혜훈 의원과 막판까지 치열한 당권 레이스를 벌였던 하태경 최고위원이 맡았다.
 
매일 홍 대표 저격수로 나와 ‘홍 모닝’이란 별칭까지 얻은 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가 ‘뉴라이트’ 출신의 류석춘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이로써 중도우파 노선의 바른정당과 극우 노선의 한국당은 물과 기름처럼 명확히 구분됐다”며 “류 위원장을 임명해 당 정체성을 극우일베정당으로 분명히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비꼰 데 이어 13일엔 “홍 대표가 한국당에 극우가 없다고 했는데 한국당에 극우가 있다면 그게 홍 대표”라고 ‘극우 프레임’을 중심으로 한국당 공격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하 최고위원은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장제원 의원이 보수통합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한국당을 비판하면서 홍 대표와 SNS로 설전을 벌인 점까지 꼬집어 13일 “한국당 복당을 후회하는 분들은 장제원 의원뿐만이 아니다. 많은 한국당 의원들이 저에게 홍준표가 대표되고 류석춘이 혁신위원장 되는 걸 보니 한국당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며 “한국당에서 어서 나오는 게 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탈당을 촉구했다.

이 같은 ‘한국당 흔들기’엔 비단 하 최고위원 뿐 아니라 이혜훈 대표까지 전면에 나섰는데, 이 대표는 1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의 영입인사 2호로 한국당 의원이 거론된다는 일설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 그런 얘기를 하는 분이 몇 분 있는 게 소문이 난 모양”이라며 긍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또 이 대표는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 여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부각시키면서도 다른 야당을 무시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홍 대표가 청와대 측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에 불참 결정을 내린 점 역시 꼬집어 “한때는 대통령 되겠다고 하셨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시는 분이라면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보다 나라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며 “애들도 아니고 감정풀이를 하며 토라져 있을 한가한 때는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하루 뒤인 18일 KBS ‘4시 뉴스집중’에 나와 홍 대표의 영수회담 불참 결정에 대해 “지나간 일을 갖고 아직까지 과거에 발목이 묶여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한국당을 겨냥해서도 “다섯 배가 넘는 의석수를 갖고 저희보다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얘기는 이 정당은 운명이 다해간다는 얘기”라며 “침몰하는 난파선에 잇는 분들은 밖에 있는 바른정당이란 구조선에 옮겨 타면 지금이라도 살 수 있다”고 아예 탈당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이는 앞서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바른정당이 사라질 거란 홍 대표의 주장에 맞불을 놓는 격인데, 이밖에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의 민정수석실 문건을 공개한 사안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도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온도차를 보이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칫 정쟁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경쟁정당 공격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라는 듯 이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지도부는 한국당 지도부보다 이틀 앞선 17일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충북 청주 일대를 직접 찾아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19일에는 국회에서 민생특위20을 발족하는 등 민생 행보까지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우파적 개혁’을 하겠다며 이념부터 앞에 내세운 한국당과 달리 민생정당 성격을 강화해 한층 차별화하겠다는 심산인지 19일 민생특위 구성을 주도한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어 실용, 민생정당으로서 현장 속으로 달려갈 것”이라며 “민생특위 20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현장 밀착형, 민생 친화적 정책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민생특위20 발대식에서 “오늘부터 한여름 내내 쉬지 않고 전국 곳곳을 다니고 민생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 출발점을 대구·경북으로 잡아 지도부 대부분이 즉각 영남으로 내려갔다.

이들이 우선 대구경북을 민생투어의 출발점으로 꼽은 데에는 보수의 아성이란 상징적 의미 외에도 한국당이 당의 기반이자 핵심지역으로 여기는 곳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지난 10일 이 대표도 “배신자라는 거짓프레임이 다 씻겨진 것 같지 않아 임시국회가 끝나는 19일부터 대구·경북을 최우선으로 두고 골목골목 다니며 현장에서 면대면으로 만나면서 두 달간 발로 뛸 생각”이라고 발언한 적도 있어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배신자 프레임’을 조속히 벗어내려는 목적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한국당, 대여 공세 집중하며 당내 혁신부터 박차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기자실에서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바른정당이 한국당의 기반지역에 직접 발을 내딛겠다는 데에도 홍준표 대표는 현안 중심으로 대정부여당 공세만 집중하며 다른 야당들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직접 논의할 일에 대해선 정우택 원내대표를 앞세우며 자신은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문건 공개 등에 대해선 홍 대표가 직접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대표에 오르기 이전보다 홍 대표의 강성 발언 빈도는 어떤 면에선 훨씬 줄어들었는데,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당 내부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으로 분석된다.
 
홍 대표는 당 내홍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바른정당 탈당파 일부를 당직에 중용하는 것은 물론 당 혁신주체로 원외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또 다시 내홍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당장 류석춘 위원장을 임명하자마자 바른정당 탈당파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이 ‘극우 인사’라고 문제 삼으면서 잡음이 일어나는 등 당을 쉽사리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당의 화합을 위해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선 심지어 홍 대표가 주재한 자리였음에도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야”라고 고성이 나오는 등 의원들 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 직후 참석자들은 언론에 확대 해석될 것을 우려했는지 홍 대표는 물론 대부분 신중하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으나 이날 바른정당 탈당파 문제 등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비쳐 계파 갈등의 앙금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만 내비친 셈이다.
 
이처럼 당 내부가 불안정하다보니 홍 대표는 외부인사들로만 이뤄진 혁신위를 구성해 당 내부 정리에 들어가고자 하는데, 여기서도 자신이 직접 손을 댔다간 불씨가 더 커지게 될 수 있다 여겼는지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참여 이력까지 있는 류석춘 위원장에게 혁신위원 10명의 인선까지 모두 맡겼다.
 
이에 따라 류 위원장에 의해 19일 혁신위원 선임까지 모두 마무리되자 홍 대표는 혁신위원 중 좌파 진영에서 활동한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바른정당의 ‘극우 프레임’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는데, 문제는 대부분 인사들이 우파로 포진된 것은 물론 류 위원장까지 같은 날 혁신위원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파 정당이 우파적 가치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실상은 중도와는 더 멀어지는 길로 접어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당에서 지난 18일 대구경북 발전협의체 창립대회를 개최한데다 앞서 몇 차례 대구 정치권 입성 의사를 표했던 홍 대표까지 이날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다는 점 역시 중도보수를 지향한 바른정당과 달리 장차 보수 지지층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집 지키기’ 전략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더 힘을 싣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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