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구속에 안철수까지 침묵 깨고 사과…한국당·바른정당도 ‘냉랭’

▲ 대선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을 직접 시행한 이유미 씨와 공모한 혐의를 받던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12일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그간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국민의당에 한층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들까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를 계기로 제보 조작 파문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국민의당이 어떻게 책임져야 될지 밝히라며 한 목소리로 압박하고 나서면서 국민의당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그러자 입장표명 요구에도 보름 넘게 침묵을 지켜왔던 안철수 전 대표까지 결국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이미 칼끝이 윗선을 향해 다가오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극복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난타전 잇던 민주당-국민의당, 이준서 구속에 희비 갈려
 
지난 며칠간 수위 높은 발언을 주고 받으며 사실상 협치를 파기하고 전면전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2일 새벽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을 발부로 벌써 승패가 갈린 모양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이 전 최고위원이 치열하게 대선 경쟁이 계속되던 지난 4월 30일 구체적인 증거 없이 당원인 이유미 씨로부터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였던 사람을 알고 있다’는 발언만 들은 것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언론부터 접촉하며 ‘언론플레이’에 적극 나서려 했다는 점과 5월 6일에 이유미 씨가 제보 조작 사실을 밝혀 허위임을 인지한 뒤에도 별 다른 수습 조치도 없이 ‘문준용 의혹 제보가 사실’이란 2차 기자회견이 열리도록 했다는 점에서 ‘확정적 고의’로 제보 조작에 일조한 것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서 당 자체조사를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파문을 사전인지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던 국민의당은 완전히 궁지로 몰리게 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호재를 만난 듯 더 강하게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선봉에 선 추미애 대표는 ‘확정적 고의’라 주장했던 자신의 발언이 입증됐다는 듯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유일한 가이드라인은 법과 원칙”이라며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미필적 고의가 아니라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이준서 구속이란 결과에 대해 “더 이상 어느 누구든지 떼쓰기는 통하지 않는다”며 “국민의당 자체 조사는 꼬리자르기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윗선개입설’ 수사를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를 세워야 할 때 민주주의를 유린하려 한 것이고주권자인 국민을 속인 범죄행위로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문제이며 국정을 함께 논의할 공당의 자격에 대한 문제”라며 “사법적 처벌에 앞서 사건 관련자와 책임자들의 책임 있는 조치와 사과가 선행되길 기대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이라며 끝내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이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국민의당은 상당히 당황한 분위기인데, 제보 조작 당시 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정에서 사실 다툼이 예상되지만 현 (이준서 구속) 결정을 수용한다”며 “당시 당 대표로서 또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머리 숙여 용서를 거듭 바란다”고 자세를 낮춘 데 반해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에서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검찰 1호 사건”이라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박 위원장과 더불어 같은 당 천정배 전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추 대표를 겨냥 “미필적 고의 그런 용어도 썼고 그러자마자 오비이락 식으로 검찰이 같은 이유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국민의당으로선 여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게 아닌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여전히 이 전 최고위원 구속이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이와 달리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놓은 국민의당 인사도 일부 있었는데,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추 대표도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하고, 국민의당도 특검 정도까지는 하지 않아야 한다”며 “허위 녹취록, 결과적으로 검증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 (조작 제보를) 발표한 당 간부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크게 사죄해야 한다”고 사태 봉합에 나서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내에서도 확전을 자제하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를 일부 내비친 이도 있었는데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경우 동(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대표의 과장된 표현이나 이런 것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화시키는 데에 기여한 것 같다”며 “(야3당이) 요구하는 유감 표명 정도를 함으로써 (추 대표) 본인이 빠져나오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 ‘제3자’인 한국당·바른정당, 어부지리 반등 노리나
 
이렇듯 사태 수습에 부심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번 파문에서 제3자적 위치에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든 보수진영에 유리하고, 높은 지지율을 구가 중인 여당을 몰아세울 절호의 기회라 여겼는지 민주당을 견제하고자 문준용씨 의혹과 제보 조작 모두를 특검하자는 데엔 국민의당과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번 조작 파문에 대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이젠 국민의당 역시 압박하는 자세를 취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강효상 대변인 브리핑에선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제보 조작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 본질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이라며 “검찰은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수사를 통해 문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의 실체부터 먼저 밝히기를 촉구한다”고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전희경 대변인의 구두논평을 통해선 국민의당도 겨냥해 “거짓제보나 허위사실 유포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며 “앞으로 어디까지 잘못된 건지 또 당내 어느 선까지 알고 있던 사실인지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는 일만 남았다”고 양당 동시 공격에 나섰다.
 
이는 바른정당도 똑같았는데, 이종철 대변인 논평에선 “공모 여부를 떠나더라도 이 최고위원이 최소한 허위사실임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책임질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국민의당을 압박하면서도 같은 날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야3당이 모두 특검 법안을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다”며 제보 조작 파문 뿐 아니라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밝혀 정부여당에게도 견제구를 던졌다.
 
이처럼 심지어 야권에서조차 국민의당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자 제보 조작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간의 침묵을 깨고 12일 당사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여는 승부수를 던졌다.
 
◆ 안철수, 대국민사과 나서…‘만시지탄’ 지적도
 
▲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대선 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 전 대표는 “어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됐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검증 부실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신생 정당으로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계도 갖고 있었다.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저의 한계이고 책임”이라고 거듭 이번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다소 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선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선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항상 책임져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당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선후보 당시 제보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조작 가능성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느냐는 날선 질문엔 “당시는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 전국으로 생중계 돼 그걸 본 모든 국민이 다 아실 것”이라며 “이제 검찰조사를 통해서 또 법원의 판단을 통해 진상규명될 것으로 믿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지겠으며 정계은퇴까지도 고려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안 전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제가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즉답을 피해 정계은퇴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이러한 회견내용을 놓고 즉각 민주당에선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안철수가 어떤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고, 바른정당조차 이종철 대변인 논평에서 “안 전 대표의 뒤늦은 책임 통감이 아쉽다”며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어 위기에 처한 당이 활로를 열기엔 이날 안 전 대표의 대국민사과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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