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전기료 20% 인상해 실적반전…한전, 지난해 12조 영업익
6,7차 전력사업, 재벌대기업에 화력발전사업 나눠주기
文 정부, 재벌발전사업 전면취소 에너지 민영화 차단

▲ 한전은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누진제를 기초로 전기요금을 4차례나 인상해 20% 가까이 올렸다. 이에 따른 결과는 전년 손실을 봤던 한전의 영업이익의 ‘반전’이었다. 한전은 전기판매사업에서 2011년 3조5559억원, 2012년 3조7562억원 영업손실에 허덕였다가 2013년엔 2630억원의 이익을 내며 실적을 뒤집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절감과 관련해 화력발전소 9기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사실상 누진제를 통해 12조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간 한전이 재벌기업에 화력발전사업을 배분한, 곧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막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은 2011년이전 영업손실을 거듭하다가,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전기료를 20%가량 인상하면서 누진제의 구조를 덧입어 3년만에 5조 3000억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가져갔다. 산업용 비중이 변하지 않은 가운데, 고스란이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빠진 세금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전력산업은 산업부의 힘을 입어 한전의 발전사업을 재벌대기업에 몰아주면서 민영화가 본격화됐다. 2017년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화력 발전소 대기업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12일 에너지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것이 부당하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 16부 (재판장 홍기찬)은 지난 6월 27일 주택용 전력 소비사 869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법리 상 한전의 서민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과는 ‘공정성’과 ‘신의성실’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 지난해 여름 폭염에 ‘블랙아웃’ 경고와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등 연관된 한전에 대해 폭증한 서민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고 제도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와 언론의 전언이다. ⓒ 뉴시스
사실 배경을 따져보면 일찍이 주택용 누진제에 따라 한전 자사의 이익을 챙겨오다 지난해 과도한 폭염을 만나 터진 일이라는 주장이 더 강하다. 지난해 여름 폭염에 ‘블랙아웃’ 경고와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등 연관된 한전에 대해 폭증한 서민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았고 제도조정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와 언론의 전언이다.
 
문제시 돼왔던 주택용 전력 누진제는 처음 100kWh까지는 kWh당 전력 요금이 60.7원이었지만, 500kWh를 초과하는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 급증했다. 누진단계와 누진율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월등히 높다. 반면 국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 전기세 2012년 20%인상…한전, 3년만에 5조 영업이익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산업용 전기는 할인특혜를 적용해 사용할수록 저렴해지는 구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현대자동차 등 상위 20개 대기업이 원가 이하로 할인받은 전기요금액은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했다. 2012년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보다 싸고, OECD평균의 60%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9월 15일 순환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전력이 바닥을 드러냈던 이유는 일반 주택사용량이 늘어서가 아니다. 산업용 전기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며, 준비된 발전량이 부족했던 이유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높은 이유 역시 기업의 전력사용량 때문이다. 2012년 말 산업용 전기는 55.3%(주택용 14.0%, 일반용 21.8%, 기타부문 8.9%)를 차지해 OECD평균이 30%에 비해 훨씬 높았다. 통계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같은 상위 20개 기업이 산업용 전기의 30%(전체 16.7%)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은 사용시간별 3단계로 나눠 사용량만큼 요금이 부과된다.
 
▲ 한전 2011년~2016년 전기판매사업 등 각 부문 영업이익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럼에도 한전은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기초로 전기요금을 4차례나 인상해 20%가까이 올렸다. 이에 따른 결과는 전년 손실을 봤던 한전의 영업이익의 ‘반전’이었다. 한전은 전기판매사업에서 2011년 3조5559억원, 2012년 3조7562억원 영업손실에 허덕였다가 2013년엔 2630억원의 이익을 내며 실적을 뒤집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11년 43조1382억원에서 2013년 53조6924억원으로 지난기간 순증액과 비례하는 수준이었다. 나아가 한전은 2014년 영업이익이 1조6737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2014년 전력소비량은 산업용 57.1%, 주택용 13.5%, 일반용 21.1%, 기타부문 8.3%로 2012년에 비해 산업용은 고작 1.8% 증가했고 누진제가 적용된 주택용은 오히려 비중이 0.5% 감소했음에도 이 같은 차이를 냈다.

결과적으로 2012~2014년 한전의 전기판매 매출액은 57조3344억원으로 2011년 49조3349억원 보다 16.2% 늘었던 것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흑자로 뒤집으면서 -3조5559억원에서 1조6737억원으로 5조4299억원이나 증가했다. 전기판매실적에서 기업들의 산업량 사용량이 변화가 없는 가운데, 4차례에 걸친 요금의 20% 인상분이 누진제 걸치면서 5조이상이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에게서 빠져나왔다는 것이 적확한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2012년 20%가량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은 전력생산 원료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박근혜 정부, 산업부가 받쳐준 한전의 누진제 

한전이 당시 정부와 산업부의 지원 아래 있었기 때문에, 누진제 보호아래 전기요금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작년 10월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주택용 전력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2014년 8월 제기된 소송으로 누진제로 국민들의 공분이 한창이던 시기 한전 측 손을 들어줬던 것. 정권이 바뀌고 지난 6월 27일 한전의 패소는 현재 미세먼지 논란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화력발전소 계획 폐지 등이 정부정책이 일괄 추진되면서 산업부의 입지가 약해져 2017년 1분기 한전수익의 거품이 꺼진 것은 일정부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누진제 개편전 논란이 일던 당시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은 가구의 부담만 늘리는 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1%를 위한 부자증세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주택용 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산업용의 원가가 더 들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같은 날 한 산자부 정책관은 “누진제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문제”라며 고칠 생각이 없다고 확언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산업부 측의 주장을 궤변이라며 누진제를 대폭 수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전은 누진제에 따른 전력판매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한전의 전력판매 마진율은 25%로 2007년(27%)에 비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전은 작년 역대 최대인 주당 3100원, 총 2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현금 배당키로 하는 등 '실적파티'를 벌였다.
 
▲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이 건설중인 9개의 화력발전소의 계획을 취소하고 LNG발전으로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 산업부
 
◆ 한전 발전사업 재벌기업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기관의 민영화 추진이 탄력이 붙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한전의 5개 자회사가 운영하던 화력발전 사업에 재벌들을 대거 참여시키겠다고 발표했다. LNG발전사업 또한 기업들에게 개방됐다. 과거 석유부문에서 대한석유공사(유공)이 일괄적으로 정부산하에서 수급과 가격을 조정하던 것이 지금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4개 정유가 과점형태로 석유공사를 압박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전력부문에서는 발전‧송전‧배전‧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한전이 그 대상이었다. 2012년 12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2013년 2월 산업부는 제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재벌대기업들은 앞다퉈 연료 원가가 낮고 비교적 설비가 단순한 화력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6차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사기업 비중은 12%까지 급증했고 한전과 정부는 2020년까지 발전소 12기를 삼성‧GS‧SK‧동양‧동부‧현대산업개발 8곳에 몰아줬다.
 
지난 정부 말년인 2016년 2월 기준 한국 11개 부지에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었고, 6개 부지에 11기가 건설 중인 가운데 2015년 7월 정부는 추가로 5개 부지에 9기를 신규 증설하는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공고했다. 이들은 한전 자회사인 발전5개사 일부지분에 섬성물산, SK그룹, 포스코에너지,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발전소 프로젝트들이 추가로 불어난 것이다.
 
▲ 기업의 발전사업이 수익이 곧 서민의 주머니에서 벌어들이는 ‘전기요금’이라는 비유로 압축해서 설명가능하다. 꾸준히 거론돼왔던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도 동일선상에 있다. 민영화의 폐해중 하나는 개별기업이 전력을 거래소에 전력을 팔게 되면 민간기업은 한전과 같이 낮은 가격에 공급할 의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재벌기업들의 발전소들은 비싼 가격에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왔으며 이 같은 ‘전력 거래 시장’은 정부 특혜로 재벌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뉴시스
 
◆ 화력발전 건설 전면 중단, 반전시킨 문재인 정부
이 같은 한전의 반서민 행보를 막은 것은 문재인정부에 들어서면서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절감 대책으로 신규 혹은 공정률 10%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9기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계획을 전면 폐기했다. 당진에코파워는 SK가스가 추진하던 화력발전소로 산업부 최종인사 승인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이들 발전소를 공정진행률을 따지지 않고 LNG복합화력 발전소로 모두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기업의 발전사업이 수익은 곧 서민의 주머니에서 벌어들이는 ‘전기요금’에서 비롯된다고 설명가능하다. 꾸준히 거론돼왔던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도 동일선상에 있다. 민영화의 폐해중 하나는 개별기업이 전력을 거래소에 전력을 팔게 되면 민간기업은 한전과 같이 낮은 가격에 공급할 의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재벌기업들의 발전소들은 비싼 가격에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왔으며 이 같은 ‘전력 거래 시장’은 정부 특혜로 재벌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한전이 민간발전사에서 구입한 평균 구입단가는 2011년에 최대 42.2원/kWh차이가 났고, 이는 공기업 원가의 50%수준이나 차이가 있었다.
 
▲ 그 동안 한전이 민간발전사에서 구입한 평균 구입단가는 2011년에 최대 42.2원/kWh차이가 났고, 이는 공기업 원가의 50%수준이나 차이가 있었다. ⓒ 한국전력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력 민영화는 사기업들에 특혜를 베푸는 것이지만, 서민들에게는 요금 인상과 공급 불안정 등의 피해만 준다”며 “전기와 같은 공공 필수재는 국가가 전담할 때 공공성이 보장되고 일관적인 가격조정과 정책강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한 업계관계자는 “고수익을 얻어가는 화력발전소 계획을 중단시키면서, 대기업들이 대거 한전 자회사와 이익관계가 얽히게 되면, 사실상의 민영화로 이후에 공공에너지 부문에 조정하기가 어렵게 된다”며 “현 정부가 이를 적기에 잘 끊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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