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칼럼니스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임을 과시하며 위로는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아래로는 마트와 목욕탕 등 공공장소에 이르기까지 갑질을 일삼아 왔던 최순실 씨로 인해 한동안 우리나라 전체가 격앙됐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회 곳곳에서 이에 못지않은 갑질 관련 소식이 불거져 나오며 모두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만들고 있다.
 
당장 하루 전인 6월 29일만 해도 검찰이 MP그룹 미스터피자 정모 前 MP그룹 회장 최측근의 관련업체 두 곳을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추가 압수수색을 했다고 한다. 이는 가맹본부와 지점간 식자재 거래 과정에서 ‘통행세’를 받아왔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아왔으며, 앞서 정모 前 회장은 6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음에도 검찰은 조만간 정 前 회장을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한다.
 
같은 날인 29일, 대형마트 홈플러스에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명절 때마다 미화·주차·카트 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한 청소 용역업체에게 총 1억 2,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달라고 요청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 제출로 이런 사실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휘말리게 되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홈플러스의 상품권 구매 요청에 강제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용역업체 측이 이를 강매로 느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이보다 하루 전인 6월 28일 대구경찰청은 경찰서장이 관내 지구대를 방문해 정년을 앞둔 팀장 조모 경위에게 근무와 무관한 부적절한 지시를 하고, 징계를 운운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갑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며, 이에 앞서 거친 욕설을 한 뒤 파출소로 전출시켰거나 상관인 팀장도 팀원 급으로 징계성 인사조치 갑질한 서울용산경찰서장과 직원에게 부인의 승용차 수리를 맡기거나 부당한 언행을 하며 갑질한 서울방배경찰서장은 총경에서 경정으로 1계급씩 강등 했다고 한다.
 
6월 28일 대형 영화관 메가박스 제주아라점에서는 영화관 직원인 이사와 매니저, 바이저 등 직원 6명은 지난 22일 일괄 사표를 제출하며 전 직원들이 전원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영화관 측은 영사기 고장으로 인한 휴업이라며 문제를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은 전 직원 A씨 말에 의하면 사주의 아들이 말단 직원으로 입사하며 직원들과 갈등이 시작되었고 출근도 멋대로 하고 연락도 안하다 갑자기 나오는 등 말단 직원이 사장 행세를 하고 직원들에게도 멋대로 행동한 것으로 "일하는 것보다 사람한테 시달리는 게 가장 힘들다" 며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함께 사표를 제출한 것" 이라고 한다.
 
6월 28일 지도교수 갑질 관련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고려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등은 대학원생 3명이 참석해 지도교수 A교수 등에게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대학원생 3명이 참석, 지도교수 등에게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고려대학교는 “교내 양성평등센터 조사결과 성추행이 있었다는 걸 증명할 만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중인 사안이라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히며, 결백을 주장하는 A교수는 L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라고 한다.
 
6월 26일 성주디앤디 김모 대표는 패션잡화 브랜드 MCM을 운영하며 하도급업체들의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당해 현재 조사를 받고 있으며, 성주디앤디 측은 "김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서 MCM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그쪽에 집중하고자 사임했다" 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나 사실은 갑질 논란에 휘말리자 사퇴한 것이라고 말한다.
 
6월 21일 BBQ치킨을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도 공정거래위원회가 BBQ의 두차례의 가격 인상과 가맹점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며 가격 논란이 불거지자 이모 前 사장은 소비자와 가맹점주 들에 미안하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취임 3주 만에 사표를 제출한다고 하며 사퇴했고, 이후 30개 제품 전체의 가격을 원상 복귀했다고 한다.
 
6월 15일 연세대학교 ‘텀블러 폭발물사건’ 은 공대 대학원생 김모(25) 씨가 “지도교수의 논문 질책 때문에 교수 연구실로 사제폭발물을 보냈다”고 진술하며, 사제지간 관계를 이용한 지도교수의 갑질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서강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도 지난 6월 15일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식’ 을 열고 대학원생 기본권리 보호를 위한 지도교수의 갑질 행위에 대한 인식과 관행 개선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6월 3일 치킨프랜차이즈 호식이두마리치킨 최모 前 회장은 회사에 들어온 지 3개월 정도 된 20대 여비서 A씨와 같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최모 전 회장과 단둘이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최모 회장이 자신을 끌어안는 등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하자, 해당 피해 여성과 접촉하여 당초 10억원을 요구했지만 지난 9일 결국 3억원에 합의하였고 회장직을 사임했다고 한다.
 
2013년 4월 뷰티랩 박모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미용실에서 직원 A씨를 성폭행하고 다른 직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해여성들로부터 고소당한 후 합의해 ‘공소권 없음’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으나 사건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다시 회장직으로 복귀하였다고 한다.
 
2013년 5월 남양유업은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녹취파일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 할당해 구입하도록 한 것과 판촉사원 임금을 대리점이 절반 이상 부담하게 한 것 등 밀어내기 갑질이 공개되자 인터넷과 SNS 상에서 거센 비판이 일어났으며 국민적 분노와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었고, 또한 이들 사이에 끼인 우유배달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난 후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4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가 나중에는 과징금이 5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외 나열하지 않았지만 대기업들의 갑질과, 상위 부서에 있거나 가진자들의 갑질 행위는 수없이 많다. 논란이 불거지면 책임지면 된다는 식으로 막상 사퇴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 갑질한 자는 직위를 내려놓아도 회사 지분은 그대로 남아있어 그들의 영향력은 계속 남아있게 되고, 논란이 사그러들거나 잠잠해지면 조용히 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갑질 논란의 기업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적 분노를 샀던 남양유업에게는 12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가 나중에 5억 원으로 대폭 줄었고,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가맹점주 등 약자에게 돌아갔으며, 또 회장 성추행 등 한사람의 잘못으로 가맹점들은 매출이 최대 40% 이상 뚝 떨어졌지만, 보상도 한푼 받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공정거래 위반행위로부터 얻는 기업의 부당이득 규모는 증가하나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부과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2배 이상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담합사건의 과징금 수준을 현행 관련 매출액의 10%∼20%로 상향하거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한 경우에도 관련 매출액의 5%인 과징금 수준을 10%로 높였고, 불공정행위의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에서 5%로 2.5배 인상했다고 한다. 과징금 부과한도를 올리면 갑질 행위가 줄어들며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과연 갑질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을까? 이젠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를 거머쥔 가진 자들의 의식이 전환되어, 선진국들처럼 갑질 하지 않고 영원히 이름을 남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만을 실천하는 기막힌 전통이 생긴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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