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쿠팡맨들도 정규직 전환 제도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

▲ 쿠팡이 제도를 수시로 바꿔서 계약직 쿠팡맨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쿠팡

[시사포커스 / 이영진 기자] 쿠팡의 자랑거리였던 로켓배송 '쿠팡맨'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쿠팡맨들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제도에 관해 취재를 하는 도중 쿠팡측이 수시로 제도와 규정을 바꿔 사실상 계약직 쿠팡맨들이 정규직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을 확인했다.

28일 본지 취재결과 쿠팡의 쿠팡맨들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려면 인센평가를 거쳐야 한다. 인센평가에는 '배송효율', '근태', '사고·안전', '고객만족도', 'CL평가(관리자평가)', '동료평가'의 항목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배송효율'과 'CL평가(관리자평가)'다.

현재 쿠팡은 '배송효율(20점)', '근태(15점)', '사고·안전(20점)', '고객만족도(20점)', 'CL평가(관리자평가)(20점)', '동료평가(5점)'의 항목으로 계약직 쿠팡맨들을 정규직 전환 시키고 있다.

또한 평가에 따라 각 지역마다 계약직 쿠팡맨들을 정규직화 전환 시키는 것이 아닌 전국의 2천여 명 쿠팡맨 단위로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문제는 '배송효율'과 'CL평가(관리자평가)'다. 최근 쿠팡은 중국에서 'G-Score' 일명 '쿠파고'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들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송효율'을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배송 물량과 주거 밀집지역 등이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쿠파고'는 이에 상관없이 측정하면서 '배송효율' 점수를 매기고 있어 현직 쿠팡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광역시는 배송 물량이 많으며, 도로 환경, 주거 밀집지역 등이 뛰어나 '쿠파고'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이와 반대로 일반 시와 같은 지방은 배송 물량이 서울이나 광역시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며, 도로 환경, 주거 밀집지역 등이 확연히 낮고, 분포돼 '쿠파고'에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로 지방에서 일하는 쿠팡맨들이 문제제기를 해 쿠팡측은 수정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아직 '쿠파고'가 측정한 '배송효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쿠파고'의 점수는 쿠팡맨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쿠파고'가 데이터 분석한 '배송효율' 점수를 이례적으로 쿠팡맨들에게 공개했지만, 말도 안되는 점수가 나와 신뢰치 못한 쿠팡맨들의 불만에 쿠팡측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바 있다.

'CL평가(관리자평가)'도 문제가 많다. 관리자평가는 객관적인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닌 주관적이어서 관리자에게 친근하게 대하며, 업무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관리자의 마음에 들면 'CL평가(관리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즉 'CL평가(관리자평가)'는 학창시절 담임선생님들의 생활기록부와 같은 주관적인 입장이 들어가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이같은 제도가 수시로 바뀌어 계약직의 쿠팡맨들은 정규직 전환에 대해 가늠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쿠파고'가 들어오기 전에는 '배송효율' 부분을 '물량 배달하는 건수', '물량을 배달한 집수', 'A집에서 B집으로 이동하는 시간' 등으로 매번 바꾸면서 정규직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쿠팡맨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조차도 제도가 매번 바뀌어 가늠하지 못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모든 쿠팡맨들은 '배송효율', 'CL평가(관리자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의 '로켓배송' 쿠팡맨은 처음 공개될 당시 '고객 만족', '고객 감동' 등으로 출범하며 전 국민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쿠팡측은 쿠팡맨들에게 "배송물량만을 채워라"며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쉽게 설명해 쿠팡은 처음 쿠팡맨을 출범할 당시 '고객 감동 배송'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나왔지만, 현재 일반 택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배송물량에만 집중하도록 쿠팡맨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인센평가(6가지) 항목을 통해 쿠팡맨들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이중 '배송효율'과 'CL평가(관리자평가)'가 가장 문제가 되며, 쿠팡맨들 사이에서는 일명 '쿠팡고시'라고 불리운다.

한편 쿠팡측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회사의 규정은 많은 검토를 통해 직원들의 입장을 반영해온 것이며, 향후 문제가 있을 때 입장을 고려해 바꿔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바뀌는 것은 쿠팡맨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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