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직원 400억 횡령하고 중국 도주, 회삿돈이 곧 내 돈?

최근 400억원을 횡령하고 달아난 우리카드 직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3개월 동안 거의 황제처럼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횡령한 돈으로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카지노와 룸살롱을 들락거렸으며 일반 서민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씀씀이를 보이는 등 공금을 제돈 쓰듯 흥청망청 뿌려왔다. 지난 9일 경찰에 검거된 공범 박 모(37)씨는 박 과장 등 용의자들의 행각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하룻밤 새 택시운전사가 거액 투자자로 변신 박 과장과 부하직원 오 대리(32), 오 대리의 중학교 동창 김 모씨(32) 등 3명은 우리은행과의 합병으로 어수선하던 지난해 12월 2일 우리신용카드에서 46억원을 처음으로 빼돌렸다. 이들은 빼돌린 돈 46억원을 곧바로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 그러나 PC에 앉아 인터넷 거래를 하다 이 많은 돈을 순식간에 모두 날렸다. 선물옵션으로 이 돈을 부풀릴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열흘 뒤인 12일. 오씨가 퇴근길에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던 택시운전사 박씨(37)를 만난 뒤부터이다. 사업과 주식투자에 실패해 택시를 몰던 박씨는 "거액의 투자를 시키는 대로 해주면 한 달에 500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손님 오씨의 제안을 받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다 택시 운전기사로 전락한 박씨는 이에 흔쾌히 응했다. 박씨는 이틀 뒤 박 과장과 그의 중학교 동창 김씨를 소개받았고, 이들의 지시에 따라 강남의 한 PC방에서 선물옵션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행동대원' 박씨를 영입하면서 투자는 활기를 띠었고 올해 1월 말부터는 강남의 A빌딩에 20평짜리 사무실을 차려 횡령금 40억원을 '종자돈'삼아 기업형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말 40억원을 모두 날리는 등 투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러나 박 과장 등이 며칠만에 50억원, 200억원씩을 잇따라 보내왔다"며 "어디서 난 돈인지 몰랐지만 투자금을 날리면 곧바로 계좌에 돈이 채워져 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이 이렇게 3월 말까지 날린 투자금은 모두 350억여원. "박 과장 등이 도주할 당시 증권계좌에는 15억원만 남았다"고 박씨는 밝혔다. 1억원 에쿠스 타고 카지노, 룸살롱… 이 과정에서 박 과장 등은 횡령한 돈으로 한 달에 평균 2000만원 정도를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술값으로 썼다. 4개월간 술값으로 지출한 돈은 모두 8000여만원. 특히 이들에게 계좌명의를 빌려준 오씨의 중학교 동창 김씨는 1억원 가까운 초고급 승용차까지 사들였고 이들은 3개월 동안 강원도 정선 카지노를 들락거리며 4억6000만원을 도박에 탕진했다. 그러나 이것도 '출장비' 명목으로만 기재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은 "3000만원을 입금해야 쓸 수 있는 VIP실에서 묵으며 한번 갈 때마다 6000여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주식투자를 했던 택시기사 박씨에게 심부름 값으로 5천만원을 줬으며 박씨는 "카지노에 갈 때도 매번 300만원씩 쥐어줬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2일 항공권을 예매하고, 나흘 후인 6일 오후 2시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횡령과 술, 도박에 이어 외도로 타락의 마침표를 찍었다. 모두 결혼했지만 강남의 술집을 드나들며 이른바 '애인'을 뒀고, 특히 김씨는 자신의 '애인'을 데리고 중국으로 함께 달아났다. 이들은 자신의 처와 자식을 모두 버렸고, 오씨만이 "가족을 잘 부탁한다"며 돈을 남겼다. 오씨가 자살할 것을 염려한 친척이 실종신고를 한 시간은 6일 오후 2시. 경찰이 이들을 붙잡기에 30분은 너무 짧았다. 경찰은 "오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직전 친척에게 자신의 가족을 위해 쓰라며 준 2억1000여만원을 회수했다"며 "400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30억여원에 대해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돈 때문에 한순간에 타락해 가족까지 버리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우리금융, 400억 횡령 놓고 마찰 증폭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우리은행에서 국민은행을 거쳐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동한 사실을 포착해 양 기관에 금융거래 정보 요구서 발급을 요청하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9일 증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우리카드의 400억원 횡령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우리은행 종합기획부 박 과장과 자금부 오 대리가 지난해 12월말 이후 3월말까지 우리카드가 우리은행에서 발급한 '기업자유예금' 계좌를 이용해 지난 1월12일 100억원, 2월11일 100억원, 3월30일 200억원씩을 인출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측이 지적한 김 씨는 미래에셋증권 직원이 아닌 온라인 개인고객"이라며 "감독당국도 이번 사고가 미래에셋증권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체 조사한 결과 김 씨가 온라인 계좌 고객으로 실명제를 위반하지 않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의 매매를 해왔다"며 "우리금융측이 자신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부조사 결과 회사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금융측은 "400억원 횡령사건과 관련해 사건 용의자들이 개인임에도 불구 거액자금을 선물에 투자했는데도 창구 역할을 한 미래에셋증권이 위험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주장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미래에셋증권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는 점도 사실확인을 해본 결과 감독당국의 입장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400억원 횡령사건을 놓고 우리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간의 마찰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큰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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