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중앙수비수 이관우

축구전문지 ‘베스트일레븐’과 축구사이트 ‘사커라인’이 지난 9월 공동으로 실시한 K리그 최고의 미남스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이관우(수원삼성 블루윙즈)는 33.8%의 지지를 받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대전 시티즌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이관우지만, 그동안 국가대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8월 베어벡호 예비엔트리에 들어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선발에서 탈락했다.

수원은 지난 15일 전기리그 우승팀 성남일화 천마를 3-0으로 이기면서, 6승 2무 1패 승점 20으로 후기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2위 포항 스틸러스·FC서울 등과 승점을 5점차로 벌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후기리그 우승이 예상된다.

명문으로 이름난 수원이지만, 상반기 성적은 좋지 않았다. 전기리그 3승 7무 3패 승점 16점으로 8위로 처졌다.

심지어 컵대회 때는 2승 6무 5패 승점 12점, 14개 구단 가운데 12위를 기록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수원이 지난 7월 이관우를 영입하면서 후기리그 선두를 달리는 것이다.

물론 후기리그를 맞아 수원이 영입한 선수는 이관우 외에 백지훈, 올리베라, 문민귀도 있다. 이들은 ‘이적생 4인방’이라 불리며 수원의 축구 열기를 주도했다.

그렇다 해도 이관우의 전 소속팀인 대전의 기록을 보면 명암이 확연히 갈린다. 전기리그 3위였던 대전은 후기리그에는 꼴찌로 추락한 뒤 지난 15일 포항에 2-1로 이기면서 처음으로 꼴찌를 면했다.

사실 대전의 추락이 이관우에게 그리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2000년 프로 데뷔의 친정이고 데뷔를 전후해 7년 반이나 뛰었던 팀이다.

하지만 지난 7월만 해도 그가 명문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축하해주던 대전 팬들은 막상 대전의 성적이 급전직하하자 등을 돌렸다. 이관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7년 반 동안 열심히 했던 게 공염불이었나”라며 서운한 기색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전의 후기리그 2승째를 올린 지난 15일 동료였던 대전의 강정훈과 핸드폰으로 축하 전화를 나눌 정도로 이관우와 대전은 끈끈한 정으로 묶여 있다. 대전의 관운장, 수원으로 수원으로 이적한 뒤 이관우의 후기리그 공식 기록은 1골2도움, 공격포인트 3점. 개인순위에도 이름을 못 내밀 정도로 평범하지만, 이관우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다.

지난 15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이관우는 1-0으로 이기고는 있었지만, 성남의 막판 추격이 거셌던 후반 38분 상대 수비수 김영철에게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이 페널티킥을 마토가 성공시키고 3분 뒤에는 다시 김영철의 거친 파울을 유도해 아예 퇴장시켰다.

이 퇴장으로 성남의 추격 의지는 꺾였고 인저리 타임에서 삼성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팀의 승리를 일궈낸 셈이다.

이관우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관점에 따라 공격형·수비형이라는 말을 번갈아 들을 정도로 전천후의 능력을 갖고 있다.

수원에는 수비형의 송종국이 있어 공격형으로 뛴다.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평가를 듣는 이관우는 대표팀 발탁 1순위로 꼽힌다.

그런데 이관우는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예비엔트리에 들었지만 최종단계에서 탈락했다.

탈락 사유는 3가지였다. 몸싸움 기피, 체력 부족, 젊은 선수 육성. 그러나 설득력 있는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 이관우 팬들의 시각이다.

이관우는 거듭되는 부상과 수술과 재기로 근성이 붙으면서 몸싸움을 기피한다는 딱지를 떨친 지 오래다. 결혼생활이 안정되면서 어느새 체력도 붙었다.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핑계는 절반만 옳다. 이관우와 포지션이 겹치는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는 김두현과 김남일.

김두현은 최근 시리아전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창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고, 김남일은 이관우보다 도리어 1살 많다.

백지훈·김정우·이호 등 젊은 선수들이 있지만 핌 베어벡 감독은 출장 기회조차 제대로 준 적 없다. 이관우의 대표팀 선발은 2003년 동아시아축구대회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나마 벤치나 지키면서 실력을 선보일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이관우는 국내용’이라고 폄하하지만, 국내용인지 아닌지 판단해볼 근거도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 베어벡호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골 결정력과 센터백의 호흡 문제. 그중 골 결정력 부재는 다시 설기현·최성국이 이끄는 측면 돌파 이외의 공격 루트가 없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중앙 스루패스나 중거리 슈팅 같은 다양한 공격 루트가 개척돼야 한다는 말인데, 그 분야에서 K리그 최고의 소질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관우다. 결국 플레이메이커 부재와 부실한 중앙이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인데, 그 약점을 해소할 만한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고 있다.

공격루트 다양화를 외치며 이관우를 부르는 축구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이관우의 대표팀 탈락을 두고 팬들의 호응을 폭넓게 얻고 있는 가설은 한양대-대전으로 이어진 경력의 이관우가 국내 축구계에 든든한 연줄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대표팀 감독은 외국인이지만, 선수 선발에 관여하는 기술위원회는 한국인들이다. 경기 스타일이 달라 히딩크호에도 타지 못했다.

이관우는 나이 서른이 가까워오면서 “대표팀에 대한 미련은 없다. 이제는 늦지 않았을까”라는 실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에 언급한 지난 15일 성남과의 경기장에는 때마침 베어벡 감독이 찾았다.

수비와 미드필더를 보강할 재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날 가장 크게 활약한 국내선수는 김대의(수원)와 이관우였다.

3-0으로 이기며 대표팀 미드필더 김두현을 제압한 이관우의 플레이는 과연 베어벡 감독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축구를 즐기는 시리우스 이관우의 축구 철학은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다.

그 철학 그대로 ‘즐기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14개 구단 중 가장 열광적인 축구팬을 지닌 것으로 이름난 수원의 축구붐을 이끌고, K리그 최고의 미남선수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은 결코 잘생긴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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