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

한나라당 낙하산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해봉)는 지난 15일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100여 개 기관에 142명 규모라고 밝혔다. 또한 이 낙하산 인사의 현황을 청와대 출신, 낙선자 위로 등 5개 유형으로 분석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낙하산 인사의 실체와 의도에 대해 살펴보고 그 실체를 정리해본다. 한나라당이 당내에 특위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8월. ‘바다이야기 파문’에 앞선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파문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조선일보>가 참여정부 낙하산 인사를 기획기사로 다루면서 문제가 커졌다. 당시 특위 설치를 주도한 김성조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낙하산 인사 문제를 모든 부처 차원으로 확대해 조사하는 특위를 만들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정인 내정 후 형식적 재공모? 당시 청와대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나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역공세를 펼쳤다. 브리핑을 통해 당시 낙하산 인사로 문제가 된 다른 인사 선발과정도 공개했다. 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의 특징은 다수의 합의제 기구인 인사추천회의를 두고 밀실이 아닌 광장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인선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청와대의 해명은 구차해졌다. 한다는 소리가 “재공모까지 해가면서 낙하산 인사하겠느냐”였다. <조선일보>가 제기한 재공모의 문제점은 “속은 낙하산인데 겉만 공모제 때문에 시간과 비용만 더 든다”였다. 낙하산 인사로 특정인을 내정해놓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허투루 소모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왜 다른 전문가들을 떨어뜨리고 재공모까지 갔는가를 물었지만, 청와대는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라는 말뿐 선발된 인물들이 어째서 더 적합한 전문가인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이의제기는 깡그리 무시하고 재공모는 무조건 “적임자를 뽑기 위한 노력”이라는 태도였다. 그나마 이번에 특위가 발표한 명단 142명에는 <조선일보>의 명단은 대부분 빠졌다. “정부 관료 출신이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한 경우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특위가 발표한 낙하산 인사의 유형은 5가지. ▲열린우리당 당료 ▲청와대 출신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 참여 ▲낙선자 위로 ▲노무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분류된다. 142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당료가 공기업 기관장 또는 감사직으로 임명된 보상인사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2004년 임명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한 당료 출신.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위원으로 일한 송 사장은 범양상선 호주지사장·미래해운 대표를 역임한 CEO 출신이지만, 전기공사 관련해서는 아무런 경력이 없었다. 산업자원부는 당시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낙하산 인사’ 비판이 일었다. 청와대 인사가 정부 산하 기관장이나 감사직으로 가면 특혜 의혹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까지 15개월간 청와대 인사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주재’해온 김완기 전 인사수석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것이 청와대 출신 특혜 인사의 최고봉이랄 수 있다. 김 이사장이 임명되던 지난 8월은 안 그래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의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임명으로 시끄럽던 와중이었다. 특위는 참여정부의 김 이사장을 포함해 청와대 출신 특혜 인사가 모두 33명이었다고 발표했다. ‘낙선자 위로 인사’는 낙하산 인사 실태 중 그동안 가장 큰 문제가 된 경우다. 이철 전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낮은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2005년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마찬가지로 부산 사하갑에 출마했던 이헌만 전 경찰청 차장도 지난 9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출마하는 대신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기관장이나 감사직으로 임명해주기로 미리 약속돼 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밖에 특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직급별·정부기관별로 낙하산 인사의 실상이 공개돼 있다. 직급별로는 기관장 57명, 감사 55명 등이 임명됐고, 기관별로는 산자부 32명, 건설교통부 12명 등이 요직을 차지했다. 특위 발표에 청와대도 넋 놓고 있지는 않았다. 명단 가운데 박금옥 전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이나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국민의정부 출신 인사였으며, 진철훈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이나 권영만 전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은 현직이 아니라는 항의였다. 이런 사례가 10여건이 돼 숫자를 부풀리는데 활용됐다는 뜻이다. 그 반박조차 정확하지 않아서 웃음거리가 됐다. 원자력문화재단은 박금옥 전 이사장이 아니라 박 전 이사장의 후임이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고 있어서 명단에 올랐다.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조사하는데 현직이 아니라고 해서 빠질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가 발견한 ‘10여건’이 특위의 자료의 숫자를 부풀리는데 활용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엉터리 반박이 부정확한 사례라고 지적한 숫자를 ‘10여건’으로 부풀린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에 대해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이같은 낙하산 인사는 차기 정권을 대비한 ‘알박기’용”이라고 규정했다. 참여정부의 재집권이 어려워질 것 같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같은 사람을 미리 임기가 보장돼 차기 정권이 마음대로 해임하지 못하는 정부 요직에 미리 심어놓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6년으로 규정된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서 헌법재판소 재판관직을 일단 사퇴시키고 재임명하려다 문제가 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파문과 궤를 함께한다. ◆김병준 재임명 ‘코드 인사’ 결정판 참여정부 부실 인사의 표본과도 같았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이번에는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인사 논란은 극한에 다다른 느낌이다. 정치적 공세를 주고받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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