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씨티은행→씨티그룹 증권자회사
외국계은행, 금리수익 기대 못해‧배당금 규제…지점‧인력 축소

▲ ⓒ REUTERS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당행은 소비자금융 전략변화의 일환으로 고객님께서 현재 거래중이신 영업점은 가까운 시일내에 폐점될 예정이며 그 일정은 추후 자세히 안내드리겠습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5월 8일 지방 점포를 폐쇄하기 앞서 고객들에게 보낸 SMS내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7월부터 216개 소비자금융영업점을 WM센터 7개, 여신영업센터 4개 서비스 영업점 14개로 통합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씨티그룹에 인수된 2004년 영업점 237곳에서 133곳으로 줄였다. 한국씨티은행은 2008년 300명, 2014년 650명을 희망퇴직시켰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줄곧, 이번 '80%가량 지점 축소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증권사로 바뀐 일본 씨티은행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소속된 씨티그룹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존 거스패치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TO)는 지난해 3월 1분기 수익이 금리와 환율 상황에 좋지 않아 실적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4억달러를 빼놓고, 2000명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 씨티뱅크은행은 현재 개인 금융부문을 SMBC신탁은행으로, 그 외의 모든 업무를 씨티뱅크 엔・에이 도쿄지점으로 이관하였으나, 법인 자체는 아직 존속하고 있으며, 2017년 4월 상호를 "CJL합동회사"로 변경하였다. ⓒ 한 일본 블로그

일본에 진출한 씨티은행이 철수하는 과정은 이제껏 한국씨티은행이 지나온 과정과 흡사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는 씨티그룹은 일본 소매금융 사업부를 매각하는 입찰을 결정했다. 씨티그룹은 개인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증권관리)에 집중하기로했고, 일본 전역에 33개 지점만 남겨 두고 있다.

씨티그룹이 철수하려는 이유는 일본의 금리가 급강하하면서 대출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금융청은 내부 감시기능과 경영 모델, 금융상품 판매 구조 개선 작업 등 감사요원을 파견하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현재 금감원이 나서 해외카드 부정인출건, 무더기 경영유의조치를 내리는 등 한국씨티은행과 상황이 거의 흡사하다.
 
현재 씨티그룹의 일본 씨티뱅크은행은 2017년 3월 31일부로 모든 업무를 일본금융기관에 이관했고, 사실상 개인 금융부문은 철회했다. 씨티그룹 100% 자회사로 증권사만 남은 상태다.
 
◆ 외국계 금융사는 철수중…‘금리차 수익급감’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추가 골드만삭스(영국), RBS(영국), BBVA(스페인) 등 외국계은행에 국내 지점에 폐쇄 인가안을 의결했다. 폐쇄결정시 임직원 수는 61명, 21명, 25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은행지점을 폐쇄했고, 증권점만 남겨쏙, BBVA는 지점폐쇄이후 사무소에서만 한국시장 모니터링만 수행한다. UBS-Barclays도 하반기 폐쇄인사 신청할 계획이다.
 
외국계 은행이 점차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파생상품 시장의 바젤Ⅲ에 따른 자본부담 증가와 경쟁격화, 한국이 저금리로 바뀌면서 투자수익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은행지점은 국외 본점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냈지만, 상황이 녹록치 못하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은행 지점 폐쇄나 통합을 통해 중복비용을 축소하고, 영업효율성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자본비용 증가에 대응하다 결국 폐쇄 절차를 밝았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투자대비 효용이 적은 나라다”며 “씨티은행은 골드만삭스나 여타 해외은행과 동일하게 여신자금을 고객의 예금이 아니라 본사 자금을 끌어와서 금리 장사를 해 왔는데, 최근 돈이 되지 않다보니 WM이라는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수수료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가운데 왼쪽)과 브렌단 카니 소비자금융그룹장(가운데) ⓒ 뉴시스

◆ 한국씨티, HSBC철수 전차밟나…배당 줄이는 것도 ‘꼼수’?
 
과거 금융위기 이후 2013년 7월 한국 HSBC은행도 씨티은행과 매우 유사하다. 개인금융(소매)업무 폐지와 11개 지점 중 10개지점을 폐쇄했다. 금융당국의 승인전 HSBC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매 철수 방침을 정했고, 인력을 정리해 나갔다. HSBC은행은 2011년 5월 그룹 전략을 발표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HSBC는 소매금융 철수이후 230여 명의 직원에 명예퇴직을 권고했다.
 
지점 철수설이 나오면서 이미 직장을 떠난 직원도 많았다. 당시 업계에서 HSBC뿐 아닌 골드만삭스의 한국 철수는 예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이 떠나는 이유를 국부유출이라는 이유로 ‘고배당’에 대한 압박과 수수료 인하 압박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씨티은행은 실적악화에도 고배당을 이어왔다. 2014년엔 509억원, 2015년엔 1062억원, 2016년 1146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도 2014년 51.47%에서 2016년 54.02%로 늘어났다. 한국씨티은행은 배당금은 거의 전액이 씨티그룹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최근 씨티은행 측은 2017년 사업년도 이익배당을 유보하고자 이사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러던 중 최근 80%지점 통‧폐합 조치가 발표되자 은행권이 들썩이며 배당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고배당과 관련지어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배당을 하지 않는 방향을 택했다. 100% 배당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먹튀’ 논란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관계자는 “줄곧 해온 고배당을 줄인다는 것은 국회와 금융당국의 압력이 거세져서 무마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이익배당을 줄이는 대신 해외영역비를 (본사 자문료, 기술사용료 등)을 늘리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씨티은행은 일정비중을 매년 본사로 송금하고 있으며, 배당금을 줄이고 해외용역비를 늘려 돈을 빼돌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 기자들을 불러 “점포 축소와 국내 사업 철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려고 은행원을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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