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가을의 고전’ 한국시리즈가 7전4선승제로 21일부터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시작된다.

올해의 대결은 안정감 있는 야구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 라이온스, 강력한 중심타선을 자랑하는 한화 이글스가 펼친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삼성이 11승 7패로 우세했다.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는 ‘마운드’다. 나란히 홀드와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한 권오준·오승환은 명실상부한 8개구단 최고의 계투조.

올 시즌 합작 34승을 달성한 류현진·문동환의 한화 원투 펀치 역시 무서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사제지간인 선동렬·김인식 양 팀의 사령탑은 둘 다 투수 출신이다.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투수 출신이 맞붙는다고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발은 한화, 불펜은 삼성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정도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명암이 갈린다.

오승환 vs 류현진

페넌트레이스도 일찌감치 마쳤겠다 내리 19일을 쉰 삼성은 우승팀답지 않게 당장 개막전 선발부터가 걱정거리다. 어쨌든 배영수·제이미 브라운·팀 하리칼라·전병호로 선발 로테이션이 짜이겠지만, 각각 시즌 8승·10승·11승·10승으로 고만고만했다.

배영수와 하리칼라는 시즌 막판 부진도 겪었다. 기록만 보면 한화의 선발진은 흠 잡을 데가 없다. 사상 첫 신인MVP을 노리는 류현진에 문동환·송진우로 이어지는 3선발.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정민철이 부활했다. 변수는 체력. 한화의 주력 투수인 문동환·송진우·정민철에 마무리 구대성까지 모두 30대 중반의 노장이고,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를 경험한 류현진은 2백 이닝을 넘게 던진 탓에 구위가 역력히 떨어졌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어리면 어린 대로 걱정인 셈이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 3차전, 플레이오프를 4차전까지 치렀다.

김인식 감독이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간다면 한국시리즈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쨌건 플레이오프는 4차전에서 끊었고 그 덕에 사흘을 쉬었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들어 매 경기 홈런을 얻어맞으며 조기 강판되는 것이 다소 걱정스럽긴 하지만, 류현진은 삼성을 상대로 시즌 5승 방어율 1.62를 거둔 삼성의 천적이었다. 불펜은 정규리그 73승 가운데 64승을 만들어낸 삼성의 권오준·오승환이 안 그래도 압도적인데 임창용까지 가세했다.

임창용은 지난 2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장하여 2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일단 승리는 기록했다. 임창용이 없어도 삼성의 불펜은 높다. 올해 한화의 타선은 오승환을 상대로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한화의 불펜에서는 일단 구대성이 맞선다.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1승 3세이브 방어율 0.93을 기록하며 시리즈MVP를 탔던 구대성은 올 포스트시즌에도 1승 3세이브 방어율 0.93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셋업맨이 문제다. 최영필·권준헌·안영명이 있지만 다소 불안한 가운데, 플레이오프에서는 문동환을 셋업맨으로 전격 기용하는 변칙 작전을 쓰기도 했다.

투수진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선동렬·김인식 감독의 마운드 운용. 해태 시절 수석코치였던 김인식 한화 감독과 에이스 투수였던 선동렬 삼성 감독의 대결은 사제지간의 대결이자,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출신 감독끼리 맞붙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선 감독은 불펜에 비중을 두고 ‘지키는 야구’를 구사하는 쪽이다. 강력한 불펜을 바탕으로 후반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 감독의 승리공식.

상대 전력을 미리 분석하고 셋업을 끝내놓은 상태에서 이기는 야구를 선호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다. 선 감독은 “우리 팀이 평소에 보여준 전력의 80%만 발휘해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도 불펜을 중시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정석 플레이만큼이나 변칙을 잘 쓴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조기 강판된 문동환을 3, 4차전에서 셋업으로 돌려 승리를 따낸 것으로도 증명된다.

WBC 때 박찬호를 마무리로 기용한 혜안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브루스 보치 감독까지 배워갈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한국시리즈 투수 운용은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에 맞서 투수들의 체력 부담·셋업맨 부재를 고려한 김 감독의 변칙이 얼마나 먹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선은 일방적으로 한화가 유리하다. 올 시즌 데이비스(시즌 21홈런)·이범호(20홈런)·이도형(18홈런)·김태균(13홈런)이 돌아가면서 맡은 한화의 클린업 트리오는 8개 구단 가운데 최다 홈런·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5승을 모두 중심타선의 홈런 한방으로 결정지으면서 예열도 충분히 달궜다. 안 그래도 단기전에서는 장타가 중요한데 4차전까지 열리는 대구구장과 대전구장은 담장까지의 거리도 짧다.

삼성은 기동력에 승부를 건다. 올 시즌 삼성의 공격은 1, 2번타자가 출루한 뒤 착실하게 진루시켜 득점하는 ‘달리는 야구’였다.

시즌 팀 도루 2위에 오르면서 ‘한방 야구’라는 고정관념도 깼다. 삼성의 문제는 부상선수들이 많다는 것.

붙박이 1번인 박한이가 부상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달리는 야구’에 제동이 걸렸다. 심하면 타선의 핵심 진갑용·김한수·박진만까지 전력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심정수는 시즌 막판까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1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좋게 말해 이들은 삼성의 돌발변수가 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삼성 타선에서는 양준혁만 거르면 된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삼성의 변수가 부상후유증이라면, 한화의 변수는 수비다. 수비용 외국인선수 루 클리어까지 데려올 정도로 수비가 허약한 한화는 대전이 대구 모두 인조잔디라는 점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주전포수 신경현의 어깨가 약하고 뚜렷한 백업포수도 없다. 박한이가 부진하더라도 한화로서는 강명구·조동찬의 도루를 막을 도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6차전 갈 듯

전문가들은 삼성이 우세할 거라는 전망 속에 최소 6차전까지 갈 것으로 바라본다. 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쪽이건 도저히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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