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야당 간 협치 난망...문 대통령, 국민의 뜻 따르겠다며 단호한 입장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김 위원장을 전격 임명한데 이어, 15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심경을 나타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전격 임명한데 이어, 15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당연히 야당은 거세게 반말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은 더욱 꼬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심의와 통과를 앞두고 있어 정부와 야당 간의 협치는 난망해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에 대승적 협력 호소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고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혀 임명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심경을 나타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는 정치에서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자 야당의 본분일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고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는 제가 보기에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라면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글로벌한 인물이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장관을 가질 때 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전직 외교부장관 등이 지지했고 국민지지도 높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더구나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외교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고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 자유한국당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자유한국당
◆야 3당 반발 “오만한 발상” “‘강경’인사 ‘화’ 부를 것” “야당 뭉개기만 있어”
보수 3야당은 문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에 수세에 밀릴 수 없다는 듯 반발하고 나섰지만, 마땅한 카드는 없어 보인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5일 오전 즉각 논평을 앤고 “청와대와 여당이 협치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다는 말인가? 만나서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이 노력의 전부인가?”라며 “도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국민 지지와 여론으로 장관을 임명한다는 논리라면 굳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라며 “국회의 권능을 무시한 오만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독재 정권에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면서 “이 모든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5대 인사 원칙을 파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많은 하자가 별것 아니라는 안이한 태도 때문에 해결방안이 안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단언컨대 야당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데도 독주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협치가 아니다”라며 “마지막으로 문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이 국회를 상대로 장외투쟁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조영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자신은 야당과 협치를 위해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며 “말로만 협치 하자고 하는 것이 협치가 될 수는 없다. 국회 청문회를 ‘참고용’이라며 자신의 뜻은 조금도 굽힐 줄 모르는 대통령이 역대 누구보다 협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자평을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야당시절 장외투쟁을 일삼던 습관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며 “인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야당을 허수아비로 만들며 여론몰이만 일삼는 대통령의 태도는 결국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문재인 대통령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 했다.
 
국민의당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 비해 우호적이었던 종전의 입장을 버리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긴급 상황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라는 논평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내갈길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완벽하게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이고 인사청문회를 무력화 시키는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총리를 인준했다. 새 정부의 성공을 국민과 함께 염원하며 국민의당이 협치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라며 “그러나 대통령은 스스로 공언한 인사원칙을 계속해서 무너뜨려가며 부적격 인사들을 지명통보하고 야당의 일방적인 굴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껏 무슨 복안을 가지고 협치에 임했는지 알 수 없다. 말로만 협치이고 총리인준 후 야당 뭉개기만 있을 뿐”이라며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밀어 붙이는 ‘강경’인사는 결국 협치 파괴라는 ‘화’를 부르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은 이어 15일 오후 “국민의당은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긴급 상황으로 규정하고, 내일 예정된 광주일정을 전면 취소한다”면서 “내일 오전 9시 긴급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알렸다.
 
 
▲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15일 국회 대표실에서 긴급 중진의원 간담회을 갖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야당에 읍소·설득...청와대, 보고서채택 재요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추미에 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중진의원 간담회를 열고 “여야를 떠나 국회는 민심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 다시 한 번 읍소 드리고 호소 드린다”고 야당에 간곡히 당부했다.
 
추 대표는 “야당의 발목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 국가적 위기는 점차 높아져 가는데 국민의 분노와 비판은 이미 여의도 다리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치 본연의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야당에 진정한 협치를 호소 드린다. 국민을 보고 협치를 해 달라.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익을 지키고,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추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정운영에 대한 공동책임의식으로 지혜로운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며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경제나 외교, 국방 전 분야에서 대단히 절박하다. 문재인 정부가 하루빨리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력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최선의 방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면서 대통령 권한의 정당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17일까지 결정해달라고 국회에 재요청을 했다. 만일 재요청 기간에도 채택이 안 되면 대통령 직권으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어 일요일인 18일에 전격 임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불발 후 임명된데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불발과 대통령의 임명 또한 예견된 상황에서 여야의 대치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나마 하루 전인 14일 슈퍼 수요일에 진행된 현 여당의원을 대상으로한 인사청문회는 무난히 치러졌으나, 하루 뒤인 15일 김현미 후보자는 대통령의 강경기조에 따른 야당의 반발에 유탄을 맞은 듯하다. 이어 다음 주에는 조명균 통일, 안경환 법무, 김영록 농림, 정현백 여가, 조대엽 노동부 장관의 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정국은 더욱 경색돌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추경예산안 심의 일정도 잡아야하는 터라 실타래는 갈수록 꼬여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단호한 원칙론과 돌파력에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 정면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28일 대통령의 방미일정으로 여론이 전환되기 전까지의 10여 일간 여야의 대치국면은 갈수록 긴장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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