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사우스웰의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

어릴 적, 누구라도 '세계의 7대 불가사의'니 '세계사의 수수께끼'니 하는 신비주의와 공상과학적 상상력, 그리고 다소 선정주의적인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한 서적에 빠져본 일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이런 자극적 미스테리에 거리를 두고 현실적인 기반을 둔 사고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올바른 어른'이 되는 길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런 폭압적이며 여유라곤 전혀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거부하고 여전히 흥미진진한 미스테리와 모험담에 발을 푹 담그고 있는 이들도 있는 법.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직도 '나스카 고원의 거대 동물화는 외계인이 그린 것'이라는 얘기 따윌 늘어놓고 있으면 어딘지 덜 떨어진 사람같다는 느낌도 들 것이고, 또 '현실적 심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바로 진정한 미스테리의 참맛이라면, 이런 이들을 위해 탄생한 장르가 바로 '음모론' 서적일 것이다. '음모론'은 그야말로 '어른들의 '7대 불가사의' 서적'이다. 더 이상 온 은하계를 통털어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상상력은 동원되지 않지만, 대신 다분히 현실적 바탕을 둔 미스테리의 색출, 자본주의 신화와 비밀 단체들, 종교적 갈등, 정치적 비화 등을 뒤섞어 '어른들의 엔터테인먼트'를 확실히 추구해낸다. 어디 나가서 '안주감' 격 이야기거리로 삼아도 전혀 창피스럽지 않고, 또 그 중 어떤 것은 '알 수 없는 비선형공식'에 의해 실제에 상당히 근접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이 '음모론'이야말로 정말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소일거리'임에는 틀림없을 듯. 새로 출간된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그닥 인기가 없는,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성인선정주의 서적의 대표주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음모론' 서적의 총집결판과도 같은 책이다. 사우스웰이 <...음모론>을 통해 보여주는 시각과 그 다양성은 여타 동종 서적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바로, 그럴싸하고 상당부분 공감대를 이미 형성하고 있는 '과학적 음모론'들, 이를테면 각종 영화나 서적들로 인해 '감정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케네디 암살사건의 미스테리'라던가,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 내 참전 반대여론을 잠재우고 참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진주만 침공을 방치했다는 주장, 로스웰 사건이나 챌린저호의 비극 등에 관한 음모론을 상세히 적어내리고 있는 한편, 마릴린 먼로가 영화로도 유명한 '외계인 전담 비밀단체'인 '맨인블랙'(MIB)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주장, 히틀러가 달의 뒷면과 남극의 빙상 아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는 식의, 거의 농담따먹기 수준의 '얼치기 음모론'들도 함께 게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유명인의 의문사, 외계인의 존재, 암살 혹은 실종, 역사적 인물과 사건 등 10가지 섹션을 통해 세계사의 100대 인물 혹은 사건들을 모두 담아낸 <...음모론>은, 다시 이들 사건들을 '사건개요', '정말 이상한 부분', '먼저 떠오르는 용의자', '다소 황당한 용의자', '가장 그럴 듯한 증거', '가장 의문스러운 사실, '회의론자의 입장' 등으로 순으로 '나름의 체계성'을 지닌 채 정리해내고 있으며, 이런 '노력'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과연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수많은 선정주의 서적 시장에서도 돋보이는 결과를 낳으려면 어떤 식의 접근방식을 택해야 진부함을 탈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음모론>은 그 방대함과 능청스러움, 최대치의 흥밋거리를 뽑아낸다는 의미에서 분명 주목해야할 만한 서적이긴 할 것이다. 그 우스꽝스런 결론 도출과 기본 전제조건으로 조성되어 있는 엄청난 비약, 소설인지 탐구서적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장르 설정 등을 통해 '음모론의 실체'를 총망라해낸 이 책은, 책의 내용이 다루고 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자체보다도 앞서 언급했듯 '음모론이란 과연 어떤 것이며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역설해주는 서적으로서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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