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號’ 이대로는 곤란하다

지난 주 가나와의 친선경기에 이은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최종예선전. 축구 팬들과 붉은 악마는 지난 2002년을 재현이라도 하듯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며 승리를 향한 열광의 함성을 토해냈다. 그러나 결과는 붉은 전사들의 ‘침통한’ 표정과 축구 팬들의 기나긴 한숨 뿐. 이를 두고 축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지난 한 주 간이 온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현 주소’와 핌 베어벡 감독의 ‘자질론’으로 난무했다. “아직까지 평가를 내리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하루빨리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대립 했는데 아직 까지는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진화’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가나와의 친선경기의 경우,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보고자 했던 핌 베어벡 감독의 의지가 드러난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떠나서 과연 어떤 기준으로 대표팀을 꾸렸는지 상당히 의문이 가는 부분 이었다. ◆‘예열이 덜 된’ 감독? 가나와의 경기는 23세 이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선수들을 시험 가동하는 무대였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선수들의 경험과 실전능력의 평가무대로써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의문점이 해소가 되는데, 바로 베어벡 감독이 ‘과부하’에 걸렸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아시안 게임에 참가할 선수들을 가동함과 동시에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최종 예선전에서는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압박했기 때문으로 분석 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으로 떠오른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그 뒤를 이은 베어벡 감독은 그의 전술과 한국축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인물’ 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지만 큰 차이점을 발견 할 수 있다. 그 당시엔 ‘코치’로서 감독을 보좌하고 선수들의 최 측근에 있던 ‘실무진’ 이었던 반면, 지금은 ‘감독’으로서 대표팀과 관련된 전술, 선수구성, 팀웍 등 전반적이 업무 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수장’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현 축구 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이하’로 나타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의견도 전문가들 다수에서 언급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향후 베어벡 감독의 앞길도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현재 베어벡 감독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7 아시안컵, 2008 베이징 올림픽에 각기 다른 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대회 날짜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코칭스태프들과 이 일정들을 소화하기엔 그리 무리가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자칫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선수 구성과 전술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 핌 베어벡 축구 대표팀 감독
그런데 이미 그 징조가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숙적 일본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가능 연령대의 선수들로 11월14일 국내에서 친선경기를 치를 계획이지만 아직 세부 계획은 전무하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술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아시안컵 예선은 23세 이하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일본과 친선경기는 21세 이하 대표팀을 출전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올림픽대표,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함께 맡고 있어 이란 원정 경기는 베어벡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치진이 이끌고, 한·일전은 홍명보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는 것으로까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인 ‘과부하’가 전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3개의 대표팀을 지휘하는 베어벡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과제는 그를 보좌할 코칭스태프의 강화이지만 아직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기술위원회 역시 베어벡 감독이 요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은 일본 축구대표팀과는 사뭇 대조되는 부분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해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모두 맡겼다. ◆‘부담감’이 압박 한다 하지만 연령대별 대표팀을 담당할 기술위원들을 나눠 그를 돕도록 협조 했으며, 각 대표팀에 골키퍼 코치, 피지컬 트레이너 등을 몇 명씩 영입해서 트루시에의 부담을 덜어줬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에 필요조건인 부분은 부담감의해소와 보다 안정적이 지원이 시급한 과제다 말할 수 있다. 축구 하루, 이틀 하고 그만 둘 것 아니다.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안목을 축구 관계자들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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