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해외비중 내수보다 많아…수출량 증가

▲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절감 공약에 따라 2030년까지 경유소비가 점차 줄어들면 정유4사의 경유내수매출이 없어진다. 사실상 정유사들의 해외판매비중이 내수보다 비중이 많기 때문에 해외로 판매량을 돌리면, 굳이 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작년 역대 실적기록을 갈아치우며 '성과급잔치'를 벌였던 바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경유차를 퇴출시킨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SK이노베이션‧S-OIL‧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정유사들의 내수실적 34.4%에 달하는 경유부문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과급잔치’벌였다며, 남은 경유를 해외수출로 돌리면 된다는 대안도 나온다.

경유는 80%이상이 디젤엔진의 연료로 사용되며, 디젤엔진은 원래 대형선박과 기계에서 사용되다 자동차에 소형화시켜 쓰이게 됐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이미 유럽 다수 국가는 2020년부터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1~3월 기준 석유제품 중 경유의 내수수요실적이 3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유에 이어 휘발유(16.4%), LPG(23.8%), 등유 등(25.4%) 순서로 나타났다. 디젤엔진에 사용되는 연료인 경유 소비가 줄어들면 정유사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LPG차 비중이 늘어난다 해도 규제를 푸는 선에 그칠 뿐 수익으로 환원된다고 볼 수도 없고, 휘발유로 대체되는 속도보다 차세대 연료인 전기차와 수소차 영역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 경유 비중 현대오일뱅크 ‘大’…정유사 내수‧수출 ‘반반’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경유소비가 줄어들면서 국내 정유4사 중 수익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이 회사의 1분기 기준 경유매출은 전체 매출의 34.1%에 달하며, 이 중 내수가 18.7%(6871억원)다.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경유는 15.4%(5672억원)이며 현대오일뱅크의 정유 비중이 99.6%로 타 정유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 각 정유사 경유 내수,해외 비중과 국내시장점유율 ⓒ 금융감독원전자공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SK에너지의 석유사업 가운데 자동차용 경유 비중이 35.7%(5조7367억)에 달하지만 국내 매출은 7.2%(1조1516억원)에 그치고, 해외판매와 수출 비중이 28.6%(4조5851억원)으로 내수보다 4배 가까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SK에너지)은 석유화학, 윤활유, 개발 사업 등을 통틀어 71%에 해당한다. S-OIL도 내수시장이 13%(6753억원), 수출비중이 15.2%(7906억원)로 나눠지며, 이 중에는 수송용 외에 난방용도 소규모 포함돼 디젤용 비중은 보다 작다. 석유화학부문(18.7%)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GS칼텍스는 디젤엔진용 연료(경유)가 11.1%(8043억원), 해외수출이 12.2%(890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유차가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사라지면 절대치로는 국내 경유 시장점유율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손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경유시장은 시장점유율은 업계1위인 SK이노베이션 비중이 32.8%로 가장 크고 S-OIL이 가장 낮다. GS칼텍스가 24.5%로 뒤를 이었고, 현대오일뱅크(21.7%), S-OIL(19.7%), 수입사(1.3%) 순이었다. 실제 작년 S-OIL만이 석유화학 등에서 50%이상의 이익을 남겼고, 나머지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3사 모두 정유부문이 주로 수익을 냈다.

◆ ‘성과급 잔치’ 정유사가 손해?…‘해외수출 늘리면...’
 
경유차 감소를 두고 경유세 등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매년 유통구조 상 우위위치를 점해 최대실적을 갈아치우고 성과급잔치를 벌여왔다. 업계에서는 경유의 해외비중이 내수보다 많기 때문에 2030년까지 점차 비중을 조정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앞서 정유4사는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달성하며, 평균 기본급의 8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이 1월 연봉의 50%를 지급했고, GS칼텍스는 기본급의 700%, S-OIL은 900%(+전년200%)를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 팀장급은 35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절감 공약에 따라 2030년까지 경유소비가 점차 줄어들면 정유4사의 경유내수매출이 없어진다. 사실상 정유사들의 해외판매비중이 내수보다 비중이 많기 때문에 해외로 판매량을 돌리면, 굳이 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작년 역대 실적기록을 갈아치우며 '성과급잔치'를 벌였던 바 있다ⓒ 뉴시스

또 정유4사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8조원이 넘는데, 2015년 대비해 70%나 증가한 수치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의 격차가 가장 컸다. 저유가로 매출은 18%가량 감소했음에도, 되려 영업이익은 63%나 치솟았다. 최대치 기록인 2011년 영업이익(2조9595억원)을 2700억이상 상회했다. S-OIL도 전년대비 107%늘었고, GS칼텍스도 각각 영업이익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이들 정유사들의 실적이 정유사의 신규 사업이나 글로벌 개척사업을 통한 수익은 많지 않고 급락한 유가에 국내 소비자판매가격을 조정하면서 올린 수익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석유감시원이 제시한 자료 등을 참조하면 작년 국제 유가가 2014년 10월 대비 2017년 1월 38.1%나 하락했지만, 정유사들이 판매한 휘발유 가격은 절반수준도 못되는 16.8%만 떨어졌다. 중개상이자 유통업체인 정유사가 가만히 앉아 절반이상을 마진으로 환산해 거둬간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제작년부터 저유가에 주유소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며 “기름값이 떨어져도 정유사에서 가격을 조정하고 공급 단가를 조정해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정유사는 손해를 주유소에 전가시켰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 각 정유사 공시에 따르면 작년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의 비중이 큰 S-OIL의 영업이익은 333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2% 줄었지만, 업계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1조42억으로 전년동기대비 19% 증가했고, GS칼텍스는 5850억원으로 85%늘었다.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35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작년1분기보다 75.8%나 더 벌어들였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저유가에서 기름을 재어놓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면 파는 방식(재고평가이익)으로 고수익을 거둔다“며 ”그럼에도 과점형태로 유통 가격을 조절해, 소비자인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 등 일반적으로 내수보다 해외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환경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로 보긴 힘들다”며 “정유사들은 단계적으로 내수 수송용 비중을 줄이고 해외 수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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