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쟈쥔(夏家駿) 서법 정품 전시"

서예의 세계는 깊고 오묘하다. 물론 현대에도 '타이포그래피'와 같은, 문자 정열과 문자체를 이용한 예술 장르가 존재하긴 해도, 이는 문자의 틀을 어떤 식으로 '제도화'하느냐를 묻는 형식일 뿐, '그림'이 지닌 발작적이고 우발적인 개념이 도입된 '서예'의 그것과는 사뭇 그 맛과 멋이 다르다 할 수 있는데, 고대·근대의 진취적인 서예가들에 비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신만의 서체'로서 심상을 표현하려는 적극적인 서예가가 드물어 조금은 서예 보는 재미가 줄은 듯도 싶다. 지난 3월 29일 리베라호텔 로즈홀에서 전시회를 가진 사쟈쥔(夏家駿)은 요즘 보기 드문 '자신만의 서체'를 지닌 서예가이다. 중국의 저명한 역사학가이자 법학가, 그리고 12부의 저서와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정력적인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쟈쥔은 자신만이 개발해낸 독창적인 서예체인 '린서(鱗書)'를 통해 전세계로 그 이름을 떨친 바 있는 출중한 인물. 이중의 짙은 서체에 능하고, 중국 서예와 서양의 서예를 조화시킨 합벽자에 조예가 깊은 사쟈쥔의 서예 세계는, '설(雪)'자에는 눈꽃이, '용(龍)'자에는 인편(鱗片)이, 그리고 '송(松)', '호(虎)'자에는 각각 근(筋)과 반(班) 점 등이 나타나, 마치 상형문자와 한자의 조화를 보는 듯한 복합적인 감상을 전해주며, 이런 독창성에 힘입어 1996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베이징 제 1회 국제페스티벌'의 경매대회에서 그의 작품인 '설(雪)'이 중국내 최고가로 경매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소형과 대형 - 그의 작품 중 큰 글자는 한 글자 당 6자에 이른다 - 에 걸친 사쟈쥔의 서예 세계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으며, 그의 '린서'체는 물론 '잉터우소해'체, '초서'체에 이르는 그의 다양한 서체 구사를 통해 '한 가지 길만을 고집'하는 외곬수적 구도가가 아닌, 만물, 다른 이들의 세계와 서로 접합하고 또 호흡하는 진취적인 예술가로서의 사쟈쥔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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